보도자료/성명서

2007 남북정상회담 및 선언 평가 - 국민토론회

보수와 진보 한 자리 모여 2007 남북정상회담 평가 및 향후과제 분석 우리 사회는 200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 이해와 포용에 기초한 국민통합 노력을 통해 국가발전과 한반도 평화번영의 과제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자유총연맹은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2007 남북정상회담과 국민통합’을 주제로 제2차 화해-상생 보.혁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각계 인사 8명이 참가,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의 사회로 활발한 토론의 장을 열어 ‘10.4 남북정상선언’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와 추진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권정달 총재는 기조발언을 통해 “2007 남북정상선언과 ‘10.4 남북공동선언’은 대체적으로 남북간의 화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회문화교류의 활성화와 경협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며 “그러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관련국 정상회담 등 민감한 사항은 향후 실행과정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기조발언에서 “이번 10.4 선언의 합의 내용이 획기적인 성취라고 판단한다”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 “적어도 학술적이고 객관적인 토론의 자리에서는 ‘북방 한계선이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명제 자체는 엄연한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정달 총재와 백낙청 대표 기조발언 전문은 별항> 본 토론에서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은 반드시 다루어야 할 부분을 간과해 총체적으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며 구체적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발전적 해법 도출 노력 미흡 ▶종전선언 주체의 불명학성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과 관련된 NLL 문제 처리의 불합리성 등을 지적했다. 한편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과 북의 군 통수권자가 만나 대화를 통해 신뢰를 증진한 것 자체가 이번 정상회담의 큰 성과”라며 “앞으로 NLL을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선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제성호 중앙대 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옥임 선문대 교수,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이 2007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분석하며 향후 과제와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연맹은 지난 7월3일에도 진보성향 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히와 공동으로 ‘화합과 상생의 국민통합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기조 발언 - 권정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먼저 공사다망하신 가운데 어려운 시간을 내어 참석 해주신 내외 귀빈과, 토론에 참여해주신 전문가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토론회는 북한과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는 한국자유총연맹과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가 2007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가운데 우리 사회 생상과 통합의 길을 함께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공동개최하게 됐습니다. 저는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과 진보단체인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가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게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맹은 지난 2000년 6 .15 남북정상회담 당시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남과 북이 합의정신을 존중하여 실천 . 이행에 성실히 임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연맹이 남북정상회담 환영 성명을 발표하자 정부는 물론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모두 놀라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연맹은 그 이후 북한어린이돕기 성금 전달, 용천역 참사 이재민돕기등을 포함하여 대북지원에 지속적으로 동참해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聯盟의 변화는 과거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세습정권과 주민은 따로 떼어 놓고 보자는 견해에 65만 회원들이 공감을 표시함으로써 가능했습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도 聯盟이 한반도 주변 정세와 사회상황 변화에 맞는 방향으로 보수적 전통을 이어가는 ‘개혁적 보수’,‘합리적 보수’를 지향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계실줄 압니다. 특히 백낙청 위원장께서는 聯盟이 지난 7월3일 백범기념관에서 民和協과 공동으로 개최한 ‘화합과 상생을 위한 국민통합토론회’에 참석하셔서 축사를 해주신 바 있습니다. 그래서 연맹의 변화와 최근 활동에 대한 이해가 깊으실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는 사회발전에 있어서 방향과 방법을 달리하는 기본적 두 軸입니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를 이분법적 시각이나 善惡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對北觀에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두 단체가 공동주최하는 오늘 토론회가 우리나라 역사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번 2007 남북정상회담과 ‘10 . 4 공동선언’은 대체적으로 남북간의 화해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회.문화교류의 활성화와 經協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 설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관련국 정상회담 등 민감한 사항까지 포함하고 있어 향후 실행과정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남북관계의 통일지향적 발전을 위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 정비 약속은 우리의 국가보안법 개정 내지 폐지를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즉 우리 국가안보에 危害가 되는 간첩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과 대남 적화를 밝힌 선언적 규정인 노동당 규약을 맞바꾸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상호 내정간섭을 않기로 합의한 것은 북한 인권문제 제기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한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습니다. 서해평화수역 전환과 관련해서도 서해북방한계선(NLL)의 군사적 실효성을 약화시킬 염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NLL은 분명한 남북간의 해상경계선입니다. NLL은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야 할 양보할 수 없는 경계선으로 모든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는 11월 평양에서 있을 2차 국방장관회담에서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줄 압니다. 이밖에 공동선언에서 북핵 문제를 한반도 핵문제로 규정함으로써 마치 남한에도 핵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공동책임을 지는듯한 느낌을 갖게 함으로써 북한 핵문제가 호도되고 있는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있을 총리, 국방장관회담 등 남북공동 선언 실천과정에서 이상의 여러 문제점 해소와 우려 불식에 무게를 두고 추진하도록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록 전문가들이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긴 합니다만, 2007 남북 정상회담이 평화, 번영, 통일을 향한 전향적인 발걸음을 함께 떼어 놓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의(異議)가 없을 듯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혁 . 개방이란 말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혁 개방없는 북한의 앞날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개혁-페레스트로이카와 개방-글라스노스트는 1985년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맨 먼저 주장했었습니다. 고르바초프는 레닌 이후 지켜져온 집단주의 계획경제와 1당 독재체제를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통해 바꾸고 소련을 변화시켰습니다. 비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혁 . 개방이라는 말을 싫어 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런 가운데서도 수동적이고 피동적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개방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현재 연맹은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통해서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진보 쪽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진보도 합리적인 보수에 가까이 다가서는 노력을 경주할 때 對北觀의 차이에서 오는 남남갈등 해소는 물론 국민통합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가 보수에 대해, 또한 보수가 진보에 대해 절대 같이할 수 없는 상대라고 선을 그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런 배타적 사고가 지속되는 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은 더 깊어지고, 국민통합의 기반 조성 또한 어려워질 것입니다. 오늘 토론회가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중추세력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면서 함께 사회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호 인정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얘기 하고자 합니다. 무력에 의한 통일이 아닌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는 한 시간이 필요하고 하나하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평화적 공존의 기반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 단계는 확고한 국가안보체제가 확립된 바탕에서 남북교류-남북화해-남북신뢰가 구축된 가운데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에 본격적인 통일준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통일의 내용도 남북한 민족이 자유와 번영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사회자와 토론자, 그리고 자리를 빛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조발언 -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자유총연맹과 함께 ‘2007 남북정상회담과 국민통합’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뜻 깊은 모임을 발의해주신 자유총연맹 권정달 총재님께 경의를 표하며, 오늘의 이 자리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세력과 인사들이 정상회담의 성과를 최대한으로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6·15남측위원회는 상당수의 보수단체도 포함된 폭넓은 연대기구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진보’ 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한편, 자유총연맹은 왕년의 반공연맹과는 다르게 시대에 적응해왔으나 ‘보수’ 진영의 든든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남북의 접근과 통합이 현실로 다가올수록 지난날의 통념에 따라 ‘보수’니 ‘진보’니 하며 편을 가르는 일이 무의미해집니다. 의견이 갈리더라도 새로운 현실에 입각한 새로운 차원의 입장조정이 불가피하며, 무엇보다도 종래의 소모적인 갈등을 지양하고 이 역사적인 전환기를 함께 감당해갈 창조적인 대화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 점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한반도식 통일과정의 독특한 성격 때문입니다. 한반도에서는 7년 전에 이미, 세계 그 어느 곳의 선례에도 없는 단계적인 통일에 합의했고 그 실행과정에 이미 들어서 있습니다. 남북 간의 평화정착과 화해·협력·교류를 통해 국가연합(내지는 ‘낮은 단계의 연방’)이라는 느슨한 결합을 향해 움직여가는 이 과정은 일반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해진 공간입니다. 또한 우리 남쪽의 민간사회는 운동단체와 지원 단체들뿐 아니라 기업가들의 영업활동도 포함해서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 물론 아직은 턱없이 미흡한 수준입니다. 더구나 남북의 최고 권력자들이 직접 만나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케 해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시민참여·민간참여의 비중을 과소평가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차 정상회담이 남쪽 시민들의 참여에 의한 민주화가 없이는 불가능했듯이, 2차 회담도 지난 7년간 민간사회 각계각층의 준비작업이 가세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7 정상회담의 합의내용에 대해 우리 민간사회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가 따르지 않는다면 그 원만한 이행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활발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오늘처럼 견해차이의 폭이 적지 않은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탄없는 대화를 나누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각자가 고정된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대화가 못 될 것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에 전체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더라도 내 입장의 결함을 보완해줄 요소가 하나라도 있는지 귀를 기울일 성의를 지녀야 하며, 무엇보다도 사실과 진실에 입각한 토의가 되도록 최대한으로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10·4 선언의 합의내용이 획기적인 성취라고 판단합니다만, 이에 대한 자세한 평가는 오늘의 패널에 참여하신 전문가 여러분께 맡기고자 합니다. 대신에, 생산적인 토론에 장애가 되고 있는 두어 가지 사안에 관해 저 나름의 의견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별개로, 회담이 남쪽의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열렸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이전부터 그랬고 회담 이후에도 ‘정략적 이용’에 관한 의심이 계속 제기됩니다. 이에 관해 한쪽은 정략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는 그야말로 정쟁의 차원을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저는 좀더 구체적으로, 1) 정상회담을 좀더 일찍 하는 것이 바람직했는가, 2) 바람직했을 경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는가, 3)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면 차라리 현 정권 임기 중에는 안하는 것이 나았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정상회담을 좀더 일찍 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상회담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정상회담 자체가 달갑지 않아서 시기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정략적인 접근입니다. 적어도 학자나 지식인의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저 자신 정상회담 개최를 찬성해온 입장에서 이번 회담이 대선에 너무 임박해서 열린 것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략적 의도가 있었건 없었건 대선과정에서 정략적인 논란이 안 끼여들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정권 측의 정치적 득실 자체로 따지더라도 정상회담을 좀더 일찍 하는 것이 이로웠을 것입니다. 정상회담에 따른 후속회담들이 반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동안 계속 벌어지고, 가령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가 연말이 아닌 선거 전에 개통되었다면 여권에 더 유리했을 것이니까요. 그러면 2차 정상회담을 더 일찍 여는 것이 가능했는가. 저는 2005년 가을에는 남북이 좀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면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해의 6·15 및 8·15 민족공동행사 기간에 남북 당국간에 그 가능성이 논의되었음은 최근에 밝혀진 바 있습니다. 물론 9·19공동성명 직후에 북미간 긴장이 다시 불거졌지만, 미국측의 금융제재가 미처 제도화되기 전의 단계에서 남북 당사자들이 과감하게 주도권을 행사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2006년 들어 북미대립이 점차 심화되고 북측이 미사일과 핵무기 실험을 하며 BDA문제의 해결이 지연되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정부가 한미동맹의 심각한 훼손을 수반하지 않고서도 정상회담을 추진할 길은 없었다고 판단합니다. 북의 수해가 없었을 경우 8월말에 개최되는 것이 그나마 가장 빠른 선택이었기 쉽습니다. 그것이 결국은 10월초로 연기되었는데, 이에 대해 우리는 다음 질문을 정직하게 제기하고 답변할 필요가 있습니다. 뒤늦게 이때라도 열린 것이 다행인가, 아니면 이렇게 늦을 바에야 차라리 다음 대통령의 임기 중 어느 시기(아마도 취임후 상당기간이 지난 시기)로 미루는 게 나았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물론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한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합의내용에 잘못되거나 미흡한 점이 너무 많다고 판단할 경우 차라리 천천히 하는 게 나았다고 답하기가 쉬워집니다. 반면에 성과가 매우 착실하고 중요했다고 본다면 이런 합의를 1년 또는 그 이상 미루더라도 다음 정부가 해야 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합의내용과 관련해서는 최근에 대통령의 발언으로 불거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관해서만 언급하겠습니다. NLL은 영토선이니 정상회담에서 거론할 생각조차 말라는 주장이 미리부터 제기됐었고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었습니다. 다행히 10·4 공동선언에서는 NLL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여 공동어로, 한강하구 공동개발, 해주 민간직항로 개설 등 서로 실리를 챙기며 신뢰를 구축할 방안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군사적 보장을 위해 남측이 전부터 촉구해온 국방장관회담도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초점이 다시 현 정부의 안보의식과 영토수호 의지 문제로 옮겨간 느낌입니다. 대통령 발언에 따른 정치적 득실 문제는 제가 여기서 따질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학술적이고 객관적인 토론의 자리에서는 ‘북방한계선이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명제가 자체는 엄연한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NLL이 해상경계선으로 무의미하다거나 지킬 필요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헌법과 국제법에 의해 인정된 영토선이 아니고 휴전협정에 의해 북측도 동의한 군사분계선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남쪽이 관할하는 영역을 규정하는 선인 것은 분명하며 앞으로 쌍방이 합의할 경계선에 대해 남북은 계속 협의하기로 되어 있고 국방장관회담에서 당연히 협의를 할 것입니다. 이는 노태우 정권 때 조인한 남북기본합의서의 합의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앞으로 국방장관회담에서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마땅한지, 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개념 자체에 동의하는지 않는지, 이런 주제는 얼마든지 토론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NLL이 영토선이고 헌법문제다’라는 억지를 부리지는 말자는 것이지요. 끝으로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중요시하는, 통일 한반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마칠까 합니다. 민주주의를 소리 높이 외쳐대면서 남에게 억지로 강요하려는 행태가 민주주의 달성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심지어 자신의 비민주성을 호도하는 길일 수 있다는 점은 부시에 의한 이라크침공의 참담한 결과와 미국 내 민주주의의 후퇴를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한반도에서 현재 진행중인 시민참여형 통일과정은 그것 자체가 베트남과 독일, 예멘 그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민주적인 과정입니다. 너무 시간이 걸려서 답답할 때가 있고 평화를 위해 상대방의 체제를 일단 인정하는 것이 못마땅한 분들도 많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음은 물론이고, 이것이야말로 통일과정에서 자주와 평화를 보장하고 공동번영을 수반하며 민의의 반영을 극대화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주는 세계 초유의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혹자는 북녘에 무슨 시민참여가 있기에 시민참여형 통일을 말하느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북에는 북대로 이런저런 형태의 민간참여가 없다고는 믿지 않습니다만, 남녘에서와 같은 활발하고 독자성이 강한 참여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할 때 그것이 남쪽 시민들이 더 열심히 나서서 해결해갈 문제일지언정 시민참여형 통일의 현실성과 당위성을 부정할 이유는 못 됩니다. 남쪽에서도 시민참여는 각자의 열성과 능력에 따라 실천하는 만큼씩 구현되는 것이며, 가장 열성적이고 유능하게 참여하는 사람들의 목표와 의사가 가장 많이 반영되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입니다. 오늘의 토론도 이러한 민주주의적 통일과정에 뜻있는 참여가 되기를 기대하며 모든 참여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