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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朴 5천억 北에 줬다' 박지원과 '진실공방'

박근혜 대통령의 ‘탈북종용 발언’으로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그야말로 ‘세게’ 맞붙었다. 42년생 동갑내기에다 호남이 고향인 두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DJ 정권 당시 대북 특사로 활동한 이력도 똑같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야당의 대표로 현정권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집권 여당으로 전향한 김 회장은 현 박근혜 정권에 몸을 담으면서 박 비대위원장을 ‘대북송금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 간 ‘선연(善緣)’에서 ‘악연(惡緣)’으로 변한 사연을 알아봤다.

- 사드반대, 朴대통령 ‘탈북’ 발언직후 박지원 맹성토 ‘전면전’
- '박 저격수로' 나선 김경재 ‘대북송금’ 재점화

단초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배치’ 등 강경한 대북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제공했다. 그러자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가 포문을 열었다. 김 총재는 9월12일 ‘한국자유총연맹, 북한 5차 핵실험 규탄 대국민 기자회견’장에서 “김정일에 4억5천만 달러(한화 5000억 원 상당) 현찰을 쥐어준 박지원을 국회 청문회에 세우자”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김일성과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직후부터 비밀리에 핵폭탄 개발을 기획, 1988년에 본격적으로 이를 착수시켰다. 핵폭탄 개발에 한창 자금이 필요할 2000년, 박지원 현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등이 주도해 산업은행, 현대그룹을 동원해 4억5천만 달러라는 막대한 현찰을 김정일의 해외 비밀계좌에 넣어 주었다. 이 돈이 핵폭탄 개발에 쓰였을 것은 뻔한 일”이라며 “북한 핵폭탄 개발에 실질적인 돈을 지원한 박지원-임동원 등은 그 핵폭탄 방어용 무기인 사드 배치마저 극구 반대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세력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박지원을 국회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고 박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靑, “박지원 북에 약점 잡혔나”에 김총재 ‘왈’

또한 김 총재는 “현대의 정몽헌 회장이 당국의 압력에 못이겨 10억 달러의 돈을 김정일에게 보내고 이 전모를 검찰에 진술, 고민 끝에 자살했다는 세간의 의혹도 정부가 앞장서 밝혀주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의 발언은 박 위원장이 ‘무대응’하고 여권조차 관심을 두지 않아 유야무야되는 듯했다. 그러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밝힌 ‘탈북 권유’발언에 박 비대위원장이 재차 발끈하면서 김 총재의 주장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10월1일 기념행사 축사를 통해 “김정은 정권은 끊임없는 공포정치와 인권유린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엘리트층마저 연이어 탈북을 하고 있으며 북한 군인들의 탈영과 약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인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겠다”며 “인간의 모든 존엄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고 탈북을 종용했다. 이에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박 비대위원장은 다음날인 2일 “박 대통령의 기념사를 현장에서 들으면서 섬뜩했다”며 “국가원수라면 외교적 수사의 기념사였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직접적 공격적 기념사가 타당할까?”라고 반문하며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선전포고 아닐까”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박 위원장은 “강한 메시지보다 수해 지역에 쌀을 보내겠다는 기념사가 북한과 세계를 감동시켰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4일 청와대가 발끈했다.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다른 사람은 다 이야기해도 박지원 만큼은 최소한 침묵을 지키라”고 일갈했다. 이 인사는 “북한에 송금된 돈으로 만들어진 핵무기 방어를 위한 사드도 반대하고, 북한 주민을 인도적으로 포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선전포고라고 하는 박 위원장은 과연 북한에 어떤 큰 약점이 잡힌 것이냐”며 “북한 핵문제에 대해 현역 정치인중 가장 책임이 있는 분이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라며 김 총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북한에 약점이 잡힌 게 아니냐’는 청와대 관계자의 의혹 제기는 박 비대위원장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박 위원장은 “청와대 관계자가 누구인가? 떳떳하게 실명을 밝혀라”며 “청와대 뒤에 숨지 말고 얼굴을 내보이라”고 했다. 특히 ‘북한에 약점이 잡힌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 사실을 정부가 제일 잘 알 것이다. 사실이면 수사하라”고 발끈했다.

청와대의 이런 의혹에 박 비대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하자 김 총재가 재공격에 나섰다. 김 총재는 5일 언론사를 통해 자신이 DJ정부 시절인 1999년 11월6일부터 1주일간 DJ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당시 평양에 대통령 특사로 방문해 쌀 1천 톤, 옥수수 1천 톤 등 지원물품을 확인하려 했으나 북한 측 방해로 모니터링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김 총재는 “당시 투숙했던 고려호텔 VIP룸에서 도청장치를 확인했고, 또 2명의 미인이 짝을 지어 서빙하러 들어온 것도 개운치 않았다”며 “이후 평양을 방문한 뒤, 갑자기 친북 노선으로 전향한 인물을 볼 때마다 무언가 북측에 약점을 잡힌 게 아닐까 우려한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총재 ‘날선 공격’에 ‘침묵’하는 박위원장 왜?

김 총재의 연이은 박 위원장에 대한 공격에도 정작 당사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박지원스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에 ‘둘 사이가 어떤 관계냐’며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다. 일단 두 인사는 1942년생 동갑내기다. 또한 김 총재와 박 위원장의 고향은 각각 전남 순천과 진도로 같은 호남 출신으로 정치역정을 보면 선연과 악연이 혼재된 사이다.

김 총재는 미주 신문 발행인으로 활동할 당시 ‘가발 장수’를 하던 박 위원장 소유의 맨해튼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이역만리에서 동갑내기에 동향인 두 사람이 친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둘은 수시로 함께 술을 마실 정도로 친해졌고 김 총재는 DJ와 친분을 과시했다. 결국 김 총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 씨에게 줄을 대고 있던 박 위원장을 DJ에게 소개해주면서 사업가를 정치가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선연은 DJ와 친소 관계의 변화에 따라 악연으로 변해갔다. 김 총재는 87년 대선 당시 DJ와 YS의 후보 단일화로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일 때 동교동계에서 유일하게 ‘YS에게 후보를 양보하자’고 주장해 DJ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DJ 비서 출신인 김옥두 전 의원과 멱살잡이 사건도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김 총재는 DJ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와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김 총재가 박 비대위원장과 소원해진 결정적인 원인은 대북관 때문이었다. 김 총재는 DJ 재임기간인 2000년대초 대북 특사로 현역 의원(15, 16대 국회의원) 최초로 북한 방문 후 귀국 보고에서 “아무리 좋은 이념이나 체제라도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상 DJ와 연을 끊게 되는 결정적인 발언이었다. 김 총재가 물러난 빈자리는 박 비대위원장이 맡으면서 대북송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은 현재까지 족쇄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이 김 총재를 과도하게 견제한 점 역시 두 사람을 멀어지게 했다.

두 사람 관계가 이렇다 보니 박 비대위원장이 왜 김 총재의 연이은 공격에도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지가 설명된다. 박 비대위원장이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구축한 방대한 정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정부와 여당을 쥐락펴락하면서도 정작 가장 두려운 인물이 바로 김 총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생활 당시 사업, 가족사, 정치 행적, DJ와 관계에다 대북특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북송금사건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대북송금 청문회’ 김진태 ‘김총재’ 지원사격

한편 김 총재의 ‘대북송금 청문회’ 주장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뒤늦게 바통을 이어받아 김 총재 지원에 나섰다. 김 의원은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북송금 청문회를 즉각 개최해야 한다”며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 배치를 반대해 우리 손발을 묶고 대통령이 선전포고를 했다고 떠드는 사람들을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10월 7일 일요서울 홍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