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조 선진국'으로] (下) 박수받는 한국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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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009-11-27 09: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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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40여만명의 라오스 중·고등학생들은 라오스 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새겨진 새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2007년부터 시작한 '라오스 교과서 보급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3년간 300만달러가 투입된 이 사업으로 260만권의 새 교과서가 라오스 전국의 중·고생들에게 지급됐다. 그전까지 학생들은 질 낮은 교과서를 여러명이 돌려보며 공부했다고 한다. 라오스 정부는 감사의 표시로 교과서 뒷면에 양국 국기를 나란히 넣고 '대한민국의 지원으로 출판됐다'는 문구를 새겼다.



사례 #2. 필리핀 정부는 2003년 마닐라 남부의 통근열차 철도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유상 원조방식으로 지원하며 공사의 시공을 국내의 한 건설업체에 맡겼다. 하지만 이 공사를 하려면 철로 주변 약 3만가구가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필리핀 정부를 향하던 주민들의 분노는 반한(反韓) 감정으로까지 번졌다. 이 사업에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현지 사정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부족해 이를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대외 원조는 아직 그 역사가 짧은 만큼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고 있다. 라오스 사례처럼 많지 않은 돈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높이는가 하면, 필리핀 사례처럼 '돈 쓰고 욕 먹는' 경우도 나온다.



특히 아직 원조의 절대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인 김은미 이화여대 교수는 "어려운 나라를 돕는다는 기본 취지에서 벗어나 ODA를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했다.



'원조 선진국 클럽'인 개발원조위원회(DAC) 등 국제사회가 기존의 '주는 나라 중심의 원조'에서 '받는 나라 중심의 원조'로 옮겨갈 것을 권고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즉 원조 공여국이 ODA를 선별적으로 지원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채우려 하지 말고, 개발도상국이 진정으로 필요한 사업에 조건 없이 주는 방식을 택하라는 것이다.


DAC의 권고 방침은 '무상(無償) 원조, 비(非)구속성 원조 확대'로 요약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향후 원조금액을 돌려받는 차관 성격의 유상 원조는 최소화하고 무상 원조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01~2007년 DAC 회원국이 지원한 액수 중 무상 원조 비율은 87%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59%만이 무상 원조였다.



'구속성 원조'란 ODA를 지원하면서 관련 물자나 건설업자를 자국에서 충당하도록 강제조건을 다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자칫하면 ODA가 기업체의 해외 진출을 위한 자금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채택하지 않고 있다.



2007년 DAC 회원국의 비구속성 원조 비율은 87%였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25%에 불과하다.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은 "ODA 뒤에 경제적 목적이 뻔히 드러나 있다면 차라리 원조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 영국은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말레이시아의 페르가움댐 건설을 위해 약 4000억원 이상의 원조 차관을 제공했으나 그 대가로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량의 영국산 무기를 주문하도록 밀약을 맺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는 원조의 본래 목표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돼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최근 몇년간 아프리카에 수십억달러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자국 기업이 현지 경제를 지나치게 잠식해 불만을 사고 있다"며 "일부 국가에서는 동양인들에게 '돌아다니다가 중국인으로 오인받으면 대낮에도 린치를 당할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주의를 주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의 대외 원조는 또 너무 많은 나라에 분산돼 실질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2008년 한국이 실제로 지원한 국가는 127개국. 개별 국가에 집중 지원할 수 있는 ODA 액수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김은미 교수는 "일회적인 ODA 제공은 수원국의 장기 발전 계획과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원 대상국을 20∼30개 정도로 줄여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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