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조 선진국'으로] [上] 받던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지구상 유일한 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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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009-11-09 10: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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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개발원조 위원회' 가입

우리나라가 원조받은 액수… 현재 가치로는 600억달러

이젠 세계 13위 '경제대국'… 베푸는 만큼 위상 올라가


1969년 우리나라는 당시 돈으로 800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다. 정부 예산규모가 3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DA)로 '연명'했다는 표현이 적합한 대표적인 '수원(受援)국' 신세였던 셈이다. 이 돈은 각종 사업에 투입되며 경제개발의 종자돈 역할을 톡톡히 했다.



40년이 지난 2009년, 우리나라는 한해 9350억원(작년 기준)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원조 공여(供與)국'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오는 25일 우리나라는 원조사(史)에 한 획을 그을 또 다른 도약을 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특별회의에서 '개발원조위원회'(DAC) 정식 멤버로 가입하게 되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6일 "형식적으로는 25일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가입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이미 실사단의 평가 등은 끝났고 가입은 기정사실"이라고 했다.



주요 선진국 22개국이 가입돼 있는 DAC는 전 세계 대외원조의 90%를 차지하며 국제사회 원조의 규범을 세우는 국제포럼이다. 한국이 DAC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진정한 '원조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 13위의 경제규모에 비해 한참 모자랐던 국제사회에 대한 '도덕적 책임' 기준을 뒤늦게나마 맞추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DAC 가입국을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DAC 가입은 국제 원조를 받다가 주는 나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신각수 외교통상부 2차관은 "2차대전 후 원조를 받은 대부분 국가는 부패한 정치환경 등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이 됐지만 한국만 그 수렁을 빠져나왔다"며 "국제무대에서도 원조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신 차관은 또 "DAC 가입국 중 개도국 경험을 가진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살리면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원조 공여국과 수원국 간의 연결고리'라는 차별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11월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G20회의에서도 개도국 원조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가 1945년 해방 이후 90년대 후반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원조액수는 127억달러.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약 600억달러, 7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유·무상 합해 미국·일본(전후 보상금)으로부터 각각 55억달러와 50억달러를 받았고, 한국민간구호계획(CRIK), 유엔한국재건단(UNKRA) 등 유엔기구들도 총 10억달러를 지원했다. 한국은 1995년 세계은행의 원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수원국의 지위를 '졸업'했다.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의 체계적인 원조 제공은 1987년 한국수출입은행에 300억원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만들어지고 1991년 외무부 산하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설립하면서 본격화했다. 하지만 우리의 ODA 규모가 ‘신흥원조국(emerging donor)’으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다. 2005년 우리의 ODA 지출은 7억5200만달러로 처음으로 국민총소득(GNI)의 0.1%를 넘어섰다. 정부는 GNI 대비 ODA 지출 비용을 앞으로도 계속 늘려 2012년에 0.15%, 2015년에 0.2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KOICA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제공한 원조 총액은 48억달러로 집계된다”고 했다.



 







한국의 국제 지원 확대는 개도국의 식량 부족 및 질병문제 등에 범세계적 차원에서 대처한다는 보편적 의미와 함께, 국제사회로부터 진 빚을 갚는다는 의미도 있다. 단편적인 예로 6·25전쟁 때 한국에 군대를 보내 피를 흘리며 함께 싸웠던 필리핀·에티오피아·콜롬비아에 우리나라는 지난해 각각 895만달러, 419만달러, 133만달러를 지원했다.

성공적인 원조공여국 변신에 이어 기여 액수도 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KOICA에 20여년간 근무하면서 ODA 전문가로 활동해온 정우용 지역·정책부장은 이집트 카이로에 근무하던 2006년 처음으로 ‘원조 공여국회의’에 초대받았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회의는 DAC 멤버들만 대상이었지만, 회의를 주최한 유엔개발계획(UNDP)은 한국의 DAC 가입 노력과 기여 확대 등을 높이 평가해 ‘DAC 예비가입국’ 자격으로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당시 회의장에서 사회자가 정 부장을 소개하자 다른 선진국가 대표들이 모두 박수로 맞으며 악수를 청했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의 빠른 성장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놀랍다. 개도국의 애로사항을 어느 나라보다 잘 아는 한국이 참여하면 우리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대표는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한 DAC 가입국이어서 외로웠는데 이제는 파트너가 생겼다”는 농담으로 축하를 대신했다고 한다. 정 부장은 “90년대 중반 베트남에서 근무할 때는 ‘공여국’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국민총소득의 0.8%를 개도국 지원에 지출하는 네덜란드의 빔 콕(Wim Kok) 전 총리는 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에 한 번씩 한국에 오게 되는데, 그때마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원조 공여국으로 한 단계씩 올라서고 있는 데 대해 감탄하게 된다”고 하기도 했다.



한국은 올해 DAC에 가입하고 내년 G20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데 이어 2011년에는 150여개 공여국 및 협력대상국 정상 또는 장관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제4차 원조효과고위급위원회(HLF4)를 개최한다. HLF회의는 3년마다 열리는 원조 분야 최대, 최고위급회의로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도 전 세계 인구의 80%가 개도국에서 살고 있다. 이들과 ‘함께 나아간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국격(國格)이 높아지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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