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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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6-01 14:17:11
  • 분류 : 자유마당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은

혁신적 에듀테크 환경 맞춘 교육혁명을 국가 어젠다로

임해규 전 경기연구원 원장(교육학 박사)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교수-학습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면대면 수업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었다. 다수의 학생이 교실에 모일 수 없는 환경 탓에 벌어진 일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가 정에서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수업을 받고 있다. 더디게 발전하던 원격교육이 삽시간에 주요한 교육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원격교육의 폭발적 증가는 단지 수업방식의 변화에 불과한 것인가? 미래 교육의 모습을 우리에게 슬쩍 보여 주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은 원격교육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그 새로운 노정(路程)의 주요한 몇 가지 요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새로운 수업 풍경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학교의 수업이 완전히 변했다. 학교의 일상이던 교실 수업은 중단되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를 했다가,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 확실시되자 온라인 개학으로 바꿨다. 교육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역할도 바뀌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에 도전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유일한 선택이 됐기 때문이다. 대체로 컴퓨터에 능숙한 젊은 교사들과 수업 콘텐츠가 많은 경력 교사들 사이에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학생의 수업에 대해서는 다소 무관심했던 부모들이 이제 교사의 보조자로서 학생의 온라인 학습을 도와주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세심한 도움으로 학습결손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비대면 원격교육으로 인해 학습자 주도의 수업이 불가피 해졌다. 교사는 온라인을 통해 학습이 잘 이루어지도록 수업을 관리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학습자 스스로 학습에 참여하도록 교사는 수업설계에 노력을 기울인다. 학부모는 학습자의 수업 참여를 격려하고 보조 교사로서 자녀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자녀와 함께 공부를 하기도 한다. 학습자는 수업시간에 맞추어 가정에서 텔레비전의 교육방송이나 컴퓨터의 재방송에 참여한다. 학습자가 수업에 주도 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수업의 흥미를 높여 학습자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도(方道)를 찾지 않을 수 없다. 학습자 한 명 한 명의 학습상황에 대해 교사만이 아니라 학부모와 교육청과 대학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수업이 면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교실에서 가정으로 확실히 바뀌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수업방식만이 변화한 것일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다시 예전의 수업상황으로 돌아가면 그만일까?

 

교육방식의 혁신들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하기 전에도 공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교과에 담긴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한 것을 평가하는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력을 통한 기계화였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력을 통한 자동화였다. 우리나라는 2차 산업 혁명기에 초기교육과 직업교육을 통해 산업 역군을 길러내서 산업화에 성공했다.

1990년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3차 산업혁명을 맞이해서도, 고등교육의 확대를 통해 반도체와 통신산업에서 세계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하드웨어 제조업 분야에서 탈()추격을 한 것이었지, 창의성을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매우 뒤쳐져 있다. 이제 초()연결과 인공지능으로 대별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이 시대에 학습자가 길러야 할 학습역량은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협동력 등이다. 여기에 더해 데이터 처리능력과 컴퓨터 활용능력, 그리고 인문학적 이해력 등이 요구된다. 이는 3차 산업혁명기에서부터 교육개혁의 화두였다.

그러한 요구에 맞추어 학교 교육에서 프로젝트 수업과 거꾸로 수업이 시도되고 있다. ‘프로젝트 수업은 학습자들이 팀을 꾸려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단순 지식 위주의 수업을 벗어나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협동력 등의 수행능력을 기른다. ‘거꾸로 수업은 온라인을 통해 교사의 교수내용을 가정에서 미리 학습하고, 교실 수업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대화를 통해 심화학습을 함으로써,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키운다.

지금 학교에서 급격히 확대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은 아직 초보적 상태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e학습터는 본래 방과후학습 같은 보충학습을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었는데, 코로나19 감염증 사태 이후 초중고 학생 모두가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이 플랫폼에서는 개별 학급방이 개설되어, 학습자료 및 과제를 올리고, 숙제를 제출하는 등 온라인 학습이 이루어진다.

지금 교사들은 온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 간에 협력을 통해 교사 학습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주요한 변화는 역시 학습자의 자기주도성과 교사와 온라인을 통한 개별적인 학습 지원이다. 학생의 개별적인 진도를 점검하고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또한 교사의 수업콘 텐츠 제작 역량과 쌍방향 소통을 위한 앱 사용능력 등의 차이가 커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

온라인 수업의 급속한 확산이 단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수업 방식일 뿐이라는 차원을 넘어 4차 산업혁명에서 요구되는 학습역량을 키우는 위한 주요한 수업형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주목할 만한 학교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주목할 만한 학교들은 에듀테크로 교육개혁을 선도하는 학교들이다. 그들은 인터넷 환경의 초연결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을 교육에 도입했다. 그들은 학교가 최첨단 과학기술 혁명의 성과물을 교수-학습에 활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경기도 안산의 디지털 미디어 고등학교는 수년전부터 모든 학생의 개별화 학습에 초점을 맞춘 학습콘텐츠를 제공한다. 학생이 자주 틀리는 문제의 유형을 파악해 이를 체계적으로 학습하도록 학습자료를 제시한다. 자기주도적으로 완전학습에 이르게 하는 학습플랫폼이다.

미국의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는 지능형 개인학습체제를 통해 수학, 생물학, 물리학, 경제학 등 기초 교과를 학습한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이 학습자 개개인에게 맞는 학습경로를 제공하여, 각 학생에게 맞는 난이도의 수업자료와 문제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해당 교과에서 학습자의 수준차를 고려하여 모든 학생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도전적으로 학습을 하도록 돕는다.

이에 따라 교수의 역할은 강의에서 벗어나 프로젝트를 설계함으로써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응용되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인공지능기반의 수업플랫폼이 교사의 역할을 프로젝트 설계자이자 학습 촉진자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한다.

코세라’(Coursera)는 스탠퍼드, 예일, 카이스트 등 세계 100여 개의 주요 대학이 참여하는 온라인 학습플랫폼으로, 450여 개의 강좌에 500만 이상의 학습자가 참여하는데,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등록자가 8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학습플랫폼인 에덱스’(edX)는 하버드, MIT 등이 개설하여 세계 140여 개 대학이 참여한 온라인 학습플 랫폼으로, 2000여 개의 강좌를 열고 있다. 이 무료 학습플 랫폼은 전 세계의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학습자들이 사용하고 있고, 유료로 학습인증서도 발급하고 있어 학습이력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창의적 혁신적 인재양성을 목표로 미국 벤처 사업가에 의해 2014년에 설립되었다. 학교 운영을 관할하는 본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지만,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캠퍼스가 없고, 학생들은 미국, 독일, 영국, 대만, 한국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한다.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수업은 단순한 인터넷 동영상 시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수업자료를 보면서 실시간 토론을 한다.

이 독특한 학교들은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마치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대면 자기주 도 학습이 다가올 미래의 주요한 교육의 모습이라고 예언을 하는 듯하다.

 

학교교육 체제에서 평생학습 체제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육체노동뿐 아니라 정신노동도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산업 분야로 저탄소 녹색성장 산업, 생명공학, 나노기술, 뇌 연구, 우주 개발, 원자력, 핵융합 에너지 개발같은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또한 금융 서비스, 의료 서비스, 전자유통 서비스, 교육 서비스, 사회안전 서비스 등 전통적 서비스산업을 고부 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산업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계발은 학교교육 체제에서 평생학습 체제로 우리 교육시스템을 전환함으로써 가능하다. 앞에서 그러한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과 대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실천을 살펴보았다. 이로부터 얻는 시사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을 가장 중요한 국가 어젠다로 격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입국(敎育立國)을 이룬 나라다. 건국 후 문 해율을 높이기 위해 초기교육에 투자했고, 순차적으로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에 투자했다. 재정이 부족하여 민간의 참여도 독려했다. 모든 국민의 학습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는 교육을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 두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 투자가 필요한 일례로, 교사의 행정업무를 감축하기 위해 학교에 스텝들을 더 고용하는 과제가 있다. 그러면 교사는 수업 콘텐츠 설계와 제작, 그리고 학생 개개인에 대한 개별 맞춤지원을 할 수 있다,

둘째, 학교교육 체제에서 평생학습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장년기와 노년기에 급속히 변모하는 산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계속학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평생에 걸쳐 고등교육을 받는 학습자는 고부가가치 산업분야에 취 업전환을 할 수 있다.

셋째, 개별화 학습을 위해 에듀테크와 하이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에듀테크를 통해 학습자는 이제 개별화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 반면 교사는 프로젝트 설계로 학습자의 실용적인 학습역량을 끌어올리고 자기주도적 학습를 지원하는 하이테크로 역할을 전환할 수 있다. 특히 에듀테크로 인해 가정의 경제적 배경이 학습 격차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소득층 학습자에게 개인용 학습도구를 적극 지원하여 평등한 학습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학교형태를 허용해야 한다. 초연결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국제적인 연계 속에서 학습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우리 공교육도 이러한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교육과 학습이 실제 세계를 선도하지는 못하더라도 뒤쳐져서는 교육입국을 할 수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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