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참사'와 남북한의 소통 문제

  • No : 337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9-11-10 17:09:09
  • 분류 : 예전자료


‘9월 황강댐 참사’와 남북한


북한의 ‘물폭탄’과 남북간 소통 문제


 


                                                                              글|김창권(한길리서치 대표)


 


임진강 참사, 수공인가 인재인가


지난 9월 6일 새벽, 북한의 물폭탄으로 6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했지만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었다. 이에 대한 북한의 성의 없는 답변과 태도는 국민 여론을 더욱 나쁘게 만들어 이번 사건은 북한의 의도에서 비롯된 ‘물폭탄’, ‘수공(水攻)’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처음에는 후폭풍이 엄청 클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그 후폭풍은 예상외로 크지 않았다.


어느 순간 언론에서는 ‘물폭탄’이라는 말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대신 ‘무단 댐 방류’ 이라고 하더니 ‘만수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임진강 참사’라는 말이 등장했다. 더욱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임진강 무단 방류에 대해서 이런저런 추론이 가능하지만, 보도는 한마디로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보완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김태영 국방부장관 후보자도 18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 출석, 임진강 참사에 대해 “현재까지 검토 결과 정확하게 수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임진강 참사’의 발단이 된 북한의 황강댐 수량에 대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만큼 꽤 많은 수량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황강댐의 수위가 높아 긴급 방류했다’는 북한의 설명을 부인하면서 수공 가능성을 제기해온 국방부의 기존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이어 김 후보자는 “군 통제 면에서 일부 소홀함이 드러나 아쉽다”며 “민관군 협조체계를 보완하고 이중 통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훈련부대와 지역 책임부대 간 협조체계 등 일부 미흡한 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위 의원들은 “국방부가 그동안 만수위라 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오늘은 수공이 아니라 불가피한 조처로 본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지금까지 북한 책임으로 돌리다가 이제 와서 민간인 책임으로 돌리겠다는 것인가”라며 꼬집었다.


더욱이 경찰도 19일 “임진강 참사는 인재(人災)”라고 규정한 뒤, 홍수경보 시스템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한국수자원공사와 연천군 직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사법 처리 수순을 밟음으로써 북한의 ‘수공론(水攻論)’과는 다른 시각을 낳게 하기도 했다.


수공 논란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9월 12, 13일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정례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로 ‘통보 없이 방류한 북한의 책임이 크다’가 25.1%, ‘북한의 댐 방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상경보조차 울리지 않은 수자원공사나 연천군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29.7%, ‘양쪽 모두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43.0%, 기타 2.2%인 것으로 조사되어 북한에만 모든 책임을 미루는 기존 입장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었다.


남북 간 소통부재도 간과 말아야


이제 우리 사회는 지난날의 일방적인 대북 비난에서 벗어나 남북한 소통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통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 남북관계가 정상적이었다면 관례적으로 사전 통보가 있었을 테고, 단순한 북한 측의 댐 수위 조절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인명 피해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임진강 참사’는 남북 간 소통 부재에서 발생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앞으로도 소통의 부족은 제2, 제3의 임진강 참사 같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얼마 전 어느 언론 기자가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남측 기업 대표와 인터뷰할 때 초코파이 이야기를 꺼냈다가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이야기는 안하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공단에서 근무하는 일부 북한 근로자가 식구들을 생각해 초코파이를 아껴뒀다가 집에 가져가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는 과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초코파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개성공단과 남북관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지구상에서 유독 남북한 소통의 현 주소만이 아직도 20년, 30년 전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월간《자유공론》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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