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포럼(2009.7)/주제발표 - 한국 시위문화에 대한 성찰

  • No : 325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9-08-19 15:37:54
  • 분류 : 예전자료

한국 시위문화에 대한 성찰




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민주사회에서 일반 시민들이 참가하는 집회나 시위는 일종의 정치참여나 사회참여로서 자연스러운 활동이고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현상이지만 일정한 질서와 규범, 및 예의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 이후 시위현상은 일상적인 것이 될 만큼 양적으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강도 또한 세졌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집회나 시위의 참가자들이 부지불식간에 만들어가고 있는 시위문화의 현 주소를 진단해보고 냉철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의 집회시위참가자들은 광장민주주의나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의 예찬론를 부르짖기도 하고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도 내세우며 ‘시민불복종 행위’의 의미도 배어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의미가 있는 경우도 많겠지만, 집회나 시위는 정부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일 뿐, 문제를 풀어가는 수준은 아니다. 집회나 시위를 그 자체로 직접민주주의로 예찬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가하면 시위예찬론자들은 직접민주주의나 광장민주주의의 빛만 보고 어두움을 보기를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런가하면 집회나 시위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정부와의 대결상황만은 아니라 다른 불특정의 동료시민들과의 관계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집회나 시위가 ‘시민적 우정’이나 ‘예의바름(politeness)’이 실종된 전쟁터와 같은 장(場)으로 전락하는 것은 유감이다.
한국의 민주공동체가 ‘품격 있는 공동체’가 되려면, 시민적 우정과 시민들 사이의 공손함, 즉 낯선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법을 지키는 행동의 범주를 넘어서서 ‘법을 존중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한 정치공동체의 민주주의의 질은 단순히 평화적인 정권교체로만 가늠되는 것은 아니다. 5년에 한번씩 있는 선거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매일 매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목격하고 체험하는 민주주의의 질은 더욱더 중요하다. 이 민주주의의 질이 불법폭력집회나 과격한 시위와 같은 요소들로 인하여 하락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때의 책임은 특정한 누구혼자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탓’(nostra culpa)이다. 지금이야말로 집회와 시위를 통해 삶의 질은 물론 민주주의의 품격을 격상시킬 수 있는 때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전문은 첨부화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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