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풍향계-남북관계 '루저'에서 '위너'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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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1-13 15:17:35
  • 분류 : 예전자료

■ 한반도 풍향계

남북관계 ‘루저’에서 ‘위너’로 바뀌어야 한다!
-북미 양자대화 앞두고 조성되는 유화 무드, 남북 간에도 청신호?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지난 11월 9일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 방송된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 : 패배자)” 발언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한 남성이 KBS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가 하면, 프로그램 폐지 등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다음‘ 아고라’에만 이날 오후 현재 2만 건에 육박하는 등 과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루저’는‘ 패배자’라는 공식 뜻 이외에도 ‘못난 사람’, ‘찌질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전 세계 인터넷 공용어다. ‘루저’는 이번 사태 후 순식간에 대세를 장악했다.

“키 180cm 이하 남자는 루저”라고 말한 여대생 패널과 그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낸 제작진이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문득 여대생이 말한 ‘키 180cm’라는 기준에서 토익 900점, 학점 4.0을 말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칼날(?)같은 기준이다. 단, 키는 노력에 의해서 바꿀 수 없는 부분이고 토익과 학점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소수만 누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를 ‘루저’로 만들면 안 돼

주요 일간지들은 사설을 통해 “‘루저녀’ 사건의 전개 과정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주었다”면서 “이 사건은 시청률 경쟁에 매몰된 TV 방송사와 제작진, 대중매체에 나와 발언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출연자, 사생활 보호 의식이나 인터넷 윤리를 몰각한 누리꾼 모두 책임을 느끼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이번‘ 루저’ 사건은 새로운 유머 하나를 탄생시켰다. 11월 10일‘ 3차 서해교전’이 발생한 이유는? 한 누리꾼이 제시한 답은 <미수다>를 보고 있는 김정일의 사진. 루저녀 발언에 발끈한 단신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차 서해교전’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진은 합성 패러디이다. 이 누리꾼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도 이미 결정돼 있었다. 연합국 지도자(맥아더, 아이젠하워, 처칠, 드골)의 평균신장은 180.5cm인 데 반해 추축국 지도자(히틀러, 무솔리니, 히로히토)의 평균신장은 162.6cm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애꿎은 톰 크루즈를 톰 크 ‘루저’로 만든 패러디까지 보면서 우린 너무 쉽게 루저가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각박한 현실에서 센스 있는 유머도 필요하지만 “너도 루저, 나도 루저”라고 말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루저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하게 분석해 볼필요가 있는 것 같다. 특히 경색된 최근의 남북관계를 보노라면 남북 당사자 모두 ‘루저’가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12월 8일 방북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본격적인 양자대화에 나섬에 따라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문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남북, 북미 유화 무드 속에 상생의 길 찾아야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1월 1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만일 북한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통해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통합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2박 3일 정도의 짧은 방북 기간이지만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날 것으로 보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대북특사의 방북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인 1999년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과 2002년 부시 행정부 시절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에 이어 세 번째다.

때마침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명도 11월 21일 베이징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일행의 방북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관한 연구 용역 차원이지만 12월 8일 북미 양자대화를 앞두고 이뤄지는 미국 내 최고 북핵 전문가들의 평양 방문인 만큼 북미 대화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프리처드 소장 일행이 미국 정부와의 협의 아래 방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미관계 및 핵과 관련한 북한 주요 당국자들을 연쇄적으로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12월 8일 열리는 북미 양자대화를 앞두고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서로를 향해 고도의 신경전을 펼쳐온 북미 양국은 11월 19일 대화 일정이 공식 발표된 이후 상대를 압박하는 자극성 언행을 삼가면서 모처럼 유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북한이 그간 한사코 거부하던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암시’를 준 것으로 알려지고, 미국도 논외(論外)로 치부해온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대화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외교가의 시선이 모아진다. 북한이 미국에 “6자회담에 돌아가겠다”는 암시를 줬다는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11월 20일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자 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은 이 같은 기류 변화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물론 양측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양자대화를 앞두고 고도의‘ 평화공세’를 전개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선물’을 받아내려는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모처럼 유화 무드가 조성되는 분위기에 발맞춰 남북 당사자 간의 대화에도 청신호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불안정한 남북관계가 더 이상 루저에 머무르지 말고 남북한 당사자 모두가 위너(winner : 승리자)가 되는 길은 없을까? 서로 밀고 당기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수 싸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상생 협력과 승리를 모색할 때가 아닌가 싶다.(자유마당, 200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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