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차관 칼럼 / 한반도의 통일과 미래

  • No : 349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9-12-17 15:45:59
  • 분류 : 예전자료


한반도의 통일과 미래


  


                                                                                                 통일부차관 홍 양 호


 지난 11월 9일은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빗 속에서 진행된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2.3m 높이의 도미노 1000개가 브란덴부르크 문을 중심으로 차례로 쓰러지는 장면이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가로막던 베를린장벽 붕괴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자유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벅찬 감격의 순간을 회고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의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독일인들의 환호를 지켜보며 어딘가 모르게 가슴 한쪽이 휑한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의 감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동 사건의 세계사적 의미에 대한 성찰과는 별개로, 우리는 다시한번 우리가 지금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엄중한 한반도 정세의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는 전쟁과 폭력, 냉전과 대결로 얼룩진 인류사에 있어 가장 잔인한 세기였다. 어느 민족이나 국가도 그 역사적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다만 우리 민족은 그 안에서 일제 식민지의 암울한 역사를 경험하였으며, 동족상잔의 전쟁과 분단이라는 씻을 수 없는 민족적 아픔을 한꺼번에 겪어야만 했다.


지금 우리는 21세기의 문턱을 넘어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아직도 분단 61년이라는 서글픈 역사를 지속하고 있다. 분단이 지속되면서 우리 주변에는 통일의 고통과 부담을 이야기하며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반세기를 훌쩍 넘은 분단은 민족적 수치이자 비극이며, 반드시 극복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통일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한반도에서 그들의 꿈과 희망을 펼쳐나갈 우리의 후세들을 위해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명적 과제이다.


통일은 과거 분단이전으로의 복귀가 아닌, 한민족의 새로운 비상과 선진일류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미래 재창조 작업이다. 우리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위대한 민족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성숙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민족의 통일을 이룸으로써 21세기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통일을 빼놓고는 풍요로운 한반도의 미래, 선진화된 세계일류국가,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기 힘들다. 통일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씻고 한민족이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분단이 가져 온 민족사의 한 획을 긋고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나가는 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베를린장벽 붕괴와 독일통일의 과정이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와 열망이 빚어낸 결과물임을 잘 알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강한 국민적 의지와 인류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중은 남북한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 헌법의 통일조항이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등은 이러한 국민적 의지를 담고 있는 통일비전이다. 이제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통일 미래비전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와 상생 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한반도 통일의 초석을 닦는 길이다.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남과 북이 공존 공영할 수 없으며, 지속가능한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쟁과 폭력은 영원하지 않으며,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는 국가 권력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20세기가 인류에게 남긴 또 다른 교훈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과 복지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역시 궁극적으로는 21세기 통일한국의 튼튼한 기초가 될 것이다.


지금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역이다. 남과 북의 통일은 동북아에 남아있는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청산하고, 동북아가 진정한 평화 공동체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는 동북아 번영의 중심무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의지가 있는 곳에 꿈은 닿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적 의지와 통일미래 비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결집될 때 통일은 봄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그 따스한 봄 햇살을 기다리며 지금 우리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11. 23 파이낸셜뉴스 칼럼)

네티즌 의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