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의 진정성과 '매소드 연기'

  • No : 348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9-12-10 15:14:37
  • 분류 : 예전자료

 ▩한반도 풍향계


‘남북관계 진전’ 메시지 보내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는?


북한 핵문제의 진정성과 ‘매소드 연기’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매소드 연기’,‘ 매소드 배우’. 이런 단어들은 매소드(method)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극중 인물에 100% 몰입해 내면에 숨어 있는 감정까지 끌어낼 수 있는 연기력이 뛰어난 연기 또는 배우를 말한다. 한마디로 뛰어난 연기자를 뜻하는 단어로 쓰고 있다.


원래 매소드란 단어는 1930년대 러시아의 연출가이며 극작가이자 연기자인 스타니슬라프스키가 개발한 연기법을 말한 다. 스타니슬라프스키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배우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해서 극중 인물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독특한 연기법을 가르쳤는데, 바로 이것을 매소드 연기법이라고 칭한 것. 그 이후 이 연기법은 연기의 교과서라고 할 만큼 연극, 영화, TV 드라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매소드라는 단어는 195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보다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배우는 외면의 화려함이 전부가 아니라 극중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해내는가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내면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배우를 배출하기 시작하면서 매소드라는 단어는 그만큼 일반 대중이나 관객에게 회자되기에 충분했다.


자기몰입 연기서 메시지 찾아야


최근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했던 영화 <내사랑 내곁에>의 남자 주인공 김명민이 펼친 매소드 연기가 세간에 화제다. 우선 배우 김명민은 이 영화에서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주인공 역할을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를 20kg 이상이나 줄이면서 영화에 몰입했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그야말로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의 주인공 김명민. 누군가 캡처해 올린 예고편의 그 장면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용광로처럼 들끓게 만들었고, 바로 그 다음 날 각종 언론에 비친 김명민의 기사는 무려 150여 건이 훨씬 넘었다. 그리고 많은사람이 앞 다투어 영화 <내사랑 내곁에>를 보고 싶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김명민 연기 장난 아냐. 정말 슬픈 것 같아. 그 영화 볼 거야.” “김명민이 루게릭병 환자 역할이라며? 어떻게 저렇게 살을 빼? 영화 한번 봐야겠다.” “난 멜로는 정말 싫어하는데. 김명민 때문에 고민된다.” 수식어를 빼고 나면 한결같이 배우 김명민을 보기 위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배우 김명민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해서 영화 관람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의 관객을 이렇게 감동시키다 못해 매료시킨 걸까? 이는 장르와 스토리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마저 뛰어넘게 만든 배우 김명민의 진정성이 깃든 매소드 연기 때문일 것이다.


경색된 남북관계나 북한 핵문제의 진정성에 관한 보도를 접하노라면‘ 매소드 연기’란 단어가 불현듯 떠오른다.


이명박 대통령도 동남아 3개국 순방 마지막 날인 10월 25일 EAS(동아시아 정상회의) 업무 오찬에 참석해“ 아직 북한의 의도가 불투명하고 핵을 포기한다는 결단을 내렸다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이 자리에서“ 국제사회는 대화의 길을 계속 열어놓되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의 엄격한 이행 등 단합된 입장을 유지하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진정한 대화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 포기의 결단을 내리고 조속히 6자회담으로 복귀하도록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최근 북핵 관련 양자 및 다자회담에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히고 남북관계 진전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경계를 늦추지 않고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자세로 남북관계 접근 필요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대두된 이후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대화와 긴장 상태를 오가며 전진과 후퇴, 지연을 반복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으며 더 이상 이러한 전철을 되밟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 긴장은 물론 국제사회의 위협으로 여기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라도 남북한 당사자 모두 그동안의 잘잘못을 떠나 진정성을 가지고 영화 <내사랑 내곁에>의 배우 김명민처럼 매소드 연기를 멋지게 펼쳐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트렌드 역시 감동인 것 같다. 깔끔한 매소드 연기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나아가 요즘 한창 언론에 나오는 남북정상회담도 실현시킨다면 그동안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돌린 관객도 눈길을 다시 돌릴 것이다. - 자유마당 200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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