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 금강산발 먹구름에 대북 여론 악화… 남북 경협의 ‘겨울’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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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5-18 11:15:49
  • 분류 : 예전자료

■시사진단

금강산발 먹구름에 대북 여론 악화… 남북 경협의 ‘겨울’이 시작됐다
- 단호한 원칙과 남북관계 유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북한은 4월 23일 앞서 동결한 금강산지구 내 5개 남측 부동산을 몰수한다고 발표하고 현대아산 등 민간 소유 부동산까지 모두 동결함으로써 12년간의 금강산관광사업을 사실상 종료했음을 밝혔다. 금강산발 먹구름이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남북관계는 폭풍 전야의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양문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남북관계 좌지우지하려는 북한 속내

남북관계의 초경색 상태가 장기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위기는 지난 2월, 남북 간에 금강산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이 결렬되면서부터 싹트고 있었다. 북한은 3월 초 “남한 당국이 금강산, 개성관광을 막으면 사업 계약을 파기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3월 하순에 금강산지구 내 남측 부동산을 조사했고, 4월 13일에 남한 정부와 관광공사 소유 부동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어 4월 23일에는 이들 부동산에 대해 ‘몰수’ 조치를 취하며, 나머지 민간 소유 부동산을 동결하는 한편, 남측 관리 인원을 모두 추방하고 나아가 금강산관광사업의 종료를 시사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게다가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에까지 압박 조치를 확대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당국은 물론 남북 경협 관계자까지 극도로 긴장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듯 북한이 최근 경협 분야에서 대남 강경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대남정책이 정치· 군사 분야와 경협 분야에서 모두 강경 노선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은 정치· 군사 분야에서 강경 노선, 경협 분야에서는 온건 노선을 각각 전개하는 일종의 강온 양면 전략을 전개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부분적으로 대남 유화정책을 편 북한이 이제는 전면적인 대남 강경정책으로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북한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북한의 경협 분야 대남 강경 조치의 의도는 큰 흐름에서 보면 정치적 의도와 경제적 의도로 구분 가능하다. 정치적 의도는 남한 정부에 대해 전반적인 대북정책을 전환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달리 보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기 위해 남한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다. 경제적 의도는 남한 정부에 대해 금강산관광사업 등 경협 분야에서 대북정책의 부분적 수정을 촉구, 압박함으로써 경제적 실리를 획득하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초강경 조치에는 남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강하게 배어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이제는 ‘접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일까.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초강경 조치는 남한의 여야 모두가 한 목소리로 성토하듯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정부가 주장하듯이 당국 간 합의, 사업자 간 합의, 국제 규범의 위반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조치는 북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남북한 당국의 기 싸움은 ‘치킨 게임(겁쟁이 게임)’,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극한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존폐 위기 놓인 남북 경협

최근 북한의 경협 분야 대남 강경 조치는 천안함 침몰 사고와 맞물려 남북관계, 남북 경협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러 증거를 통해 천안함 사고에 북한이 연루된 것으로 판명되면 더더욱 그렇겠지만 북한과 무관함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한, 남북관계 호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향후 북한은 여타의 남북 경협사업, 특히 개성공단사업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일 공산이 크다. 물론 금강산관광사업도 북한이 사업의 종료를 시사하는 발언만 했지, 명확한 최종 의사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4월 23일 발표한 부동산 몰수 조치만으로 사업자들은 이미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은 불문가지다.
더 큰 문제는 개성공단사업이다. 개성공단사업에 대해 북한은 공단 폐쇄 가능성을 내비치며 통행 제한과 차단 조치 등을 취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미 금강산 부동산 동결 조치를 발표(4월 8일)하던 시점에 “(향후 남측의 태도 여하에 따라) 개성공단사업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 실태 조사 차원에서 공단을 방문(4월 19일~20일)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 4월 23일 금강산지구 내 부동산 몰수 조치를 발표하면서 “보다 무서운 차후 조치가 뒤따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을 방문한 이후 12월 1일 자로 개성공단 육로 통행 제한 조치를 단행하고, 이어 2009년에는 예고 없는 통행 차단 조치, 임금과 임대료 인상 요구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간 경험을 상기시킨다. 개성공단의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북한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하겠지만,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취한 통행 제한과 차단 조치, 임금과 임대료 인상 요구 등은 우리 민간 기업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었고, 이를 통해 남한 정부를 압박한 효과가 상당히 있었던 만큼 북한이 이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은 크다고 보아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금강산 관련 초강경 조치에 대해 남한 내 대북 여론이 악화되고, 게다가 향후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의 추이에 따라 남한 내부에서도 남북 경협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도 꽤 있다. 실제로 북한이 금강산 부동산 몰수 조치를 발표하자 남한의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성공단도 우리가 접어야 한다고 미리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남북 경협의 입장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북한의 대남 강경 조치, 천안함 사고 이전에도 남북 경협은 매우 위축된 상태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사업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아졌지만 여타의 경협사업, 즉 금강산관광사업을 비롯해 물자 교역과 위탁가공 교역, IT 분야 협력, 내륙지역 경협사업 등은 지난 2년간 남북관계의 경색, 정부의 방북 제한 조치 등으로 사업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향후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되면 남북 경협은 거의 모든 분야의 사업이 존폐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긴 안목으로 남북관계 복원 준비해야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한의 부동산 몰수 조치 발표 직후 현대아산은 “북측은 부동산 몰수·동결 조치를 철회하고, 우리 정부도 현 상황 타개에 적극 나서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아산이 이 문제와 관련해 남북한 당국 모두에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태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반증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남북한 당국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설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가능하다. 북한의 이러한 비이성적 압박 조치는 남북관계의 파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아울러 현재 자신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힘을 쏟고 있는 외자 유치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 동안 원칙의 견지를 통해 북한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 당국 간의 신뢰 상실, 남북 경협의 위기 상황, 특히 민간 기업들의 한숨과 눈물, 대북사업 의욕 상실, 나아가 북중 경협 확대라는 비용을 치렀다. 이제 새로운 위기국면에서 성과와 비용, 즉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다시 한번 따져보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운신 폭이 매우 제약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의 대남 강경 조치와 천안함 사고는 서로 상승 작용을 하면서 우리 내부의 대북 여론을 악화시키고, 따라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수단은 크게 제약되어 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요구를 수용하기도 어렵고, 북한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 남북 경협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다 폭넓은 시야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남북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조금 더 긴 호흡에서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단기적 관점과 중장기적 관점의 동시적 견지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
의 교정 혹은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북한에 대해 단호한 태도와 원칙 유지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의 적극 추진이라는 관점에서 최근의 북중 경협 가속화 경향에 적절히 대응하고, 주변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남북관계’를 종속 변수가 아니라 독립 변수로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남북 간에 대화 채널은 유지하고, 남북관계가 일정 수준 이하로 곤두박질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남북 경협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남북 경협의 겨울이 매우 길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언젠가는 찾아올 봄을 준비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특히 민간 기업의 대북사업 기반이 위축 차원을 넘어 붕괴에까지 이른다면 향후 남북 경협, 나아가 남북관계의 복원은 매우 힘들어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자유마당, 201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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