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더 이상 묵과하지 못할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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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5-18 11:00:26
  • 분류 : 예전자료

소말리아 해적, 더 이상 묵과하지 못할 횡포!
-국제 안보 위협하는 해적 문제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시작되다

지난 4월 4일 우리나라 유조선 ‘삼호 드림호’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피랍됐다. 삼호 드림호를 납치한 해적은 21일 선원들의 몸값으로 2000만 달러를 지불하지 않으면 배
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 한 나라의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 문제로 확산하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에 대해 국제사회는 처벌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상현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안보연구실장


지난 4월 4일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해운 소속의 한국 유조선 ‘삼호 드림호’는 이라크를 출발해 미국 루이지애나로 향하던 중이었다. 삼호 드림호에는 한국인 5명 등 총 24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22일까지 선원들의 신상에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삼호 드림호는 현재 소말리아 해적이 본거지로 사용하는 항구 중 하나인 소말리아 중북부 항구도시 호비요 연안에 정박해 있는 것으로 AFP 통신이 해적들과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 당국과 회사 측은 선원 석방을 위한 협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호 드림호 피랍 직후 우리 정부는 소말리아 근해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의 ‘충무공 이순신함’을 해적선의 예상 항로에 급파해 해적선 차단을 시도했다. 청해부대는 지난 2009년 3월 해군이 소말리아 해상에 난입하는 해적들에게서 한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한 부대로 모두 300여 명의 장병으로 구성돼 있다. 충무공 이순신함은 조속한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삼호 드림호 주변을 원형으로 계속 돌면서 ‘위협 기동’을 시도하다가 선원들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일단 철수한 상태다. 이순신함에는 대잠헬기 링스 2대와 특수전 요원으로 구성된 대테러팀이 탑승하고 있지만 해적들이 이미 배를 장악한 상태라 섣불리 구출 작전에 나서다 인질들이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해적, 새로운 초국가적 안보 위협 존재

삼호 드림호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시기인 4월 7일, 이번에는 터키 화물선 ‘야신 C호’가 케냐 연안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말해주듯 해적 문제는 이제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해적’이라는 시대착오적 현상이 세계화 시대에 자유로운 접근이 보장되어야 할 ‘글로벌 공유재(global commons)’에 최대 위협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다.

해상 교통로에 대한 위협 중에서 해적은 최근 발생 빈도가 상당히 빈번해 주요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해사국(International Maritime Bureau, IMB)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9년까지 86개 국가의 관할권을 포함해 14개의 공해 및 국제해협 등에서 총 4996건의 해적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의 주요 해상 교통로 중에서 해적의 피해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말라카 해협과 소말리아 해역이다.

말라카해협(Malacca Straits)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3개국과 접속하는 국제 통항로인데 말라카 해협과 연안 3국에서 발생한 해적 사건은 총 1703건으로 1991년부터 200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해적 사건의 약 34.1%를 차지한다. 말라카 해협에서 해
적사건은 2004년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지만 해상 교통로에 대한 해적의 위협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역은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상선과 아라비아 해를 빠져나온 유조선이 통과하는 해상 교통의 요지로서 2007년부터 해적 피해 발생이 급증하고 있으며, 해적 피해 사건 중에서 인질 몸값을 요구하는 피랍 선박 사건이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 범위는 연안 해역을 넘어 아덴만, 홍해, 아라비아해, 오만 및 인도양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해상 교통로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국적선 3척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풀려났다. 2006년 4월 4일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동원수산 소속의 ‘동원호’가 8명의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117일간의 협상과정을 거쳐 80만 달러의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되었다. 그리고 2007년 5월 15일 소말리아 연안에서 210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한국인 선원 4명 포함 24명이 승선한 ‘마부노 1 2호’가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174일 만에 석방되었다. 또 2008년 9월 10일 한국 선적 화물선 ‘브라이트 루비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36일 만에 구출되었다. 그런가 하면 2009년 3월 30일에는 3만7000톤급 벌크선인 ‘이스턴 퀸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공격받는 등 한국도 해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개별 국가는 물론 유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해적을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 소말리아에는 왜 해적이 있는 것일까? 최근 해적 활동을 주도하는 소말리아는 국가가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이른바 ‘실패한 국가(failed state)’의 대표 예이다. 소말리아는 1991년 이래 내전과 기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던 바레 대통령이 반군 단체에 의해 축출되고, 이후 권력 다툼이 일어나면서 소말리아는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내전과 가뭄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자, 유엔은 UNOSMO(소말리아 활동)를 결의하고 평화 유지군도 파견했지만, 무력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결국 UNOSMO도 실패로 끝났다. 그러다가 지난 2007년 3월 압둘 라히 유수프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수도 모가디슈에 입성했지만, 반군 단체와의 무력 갈등은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파탄 나고, 극심한 빈곤을 탈피할 수 있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해적 행위는 국가적
비즈니스로 묵인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또 해적이 약탈과 납치를 통한 몸값으로 받는 돈은 정부군과 반군의 무기 구입 자금으로도 사용해 내전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곳이 바로 소말리아다.
미국의 전쟁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은 1993년 소말리아에 유엔평화유지작전으로 파견된 미군 부대원들이 유엔의 구호 식량을 탈취하려는 소말리아 민병대의 습격을 받으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실화를 담고 있다. 당시 모가디슈 거리에서 소말리아 민병대원들이 이미 훼손된 미군의 시신을 자동차에 매단 채 거리를 달리는 장면은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그 여파로 소말리아 철군을 결정, 1995년 소말리아를 떠났다. 이후 소말리아는 20년 가까이 불법과 무법의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적 문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처가 필요한 때

해적 문제는 더 이상 소말리아 인근에 국한된 지역 문제가 아니다. 해적문제는 국제사회 전체가 당면한 21세기 안보 위협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엔 차원에서도 소말리아 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의안 움직임이 있다. 유엔 총회는 국제적 해적 행위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를 오는 5월 14일 개최할 예정이다. 유엔 총회 사무국은 알리 압두살람 트레키 유엔총회 의장이 예멘을 방문해 예멘의 아부 바케르 알-키르비 외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히고 알-키르비 장관도 회의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해적 행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아덴 만은 소말리아와 예멘 사이에 있으며, 지중해와 수에즈 운하,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다.

소말리아 인근 해적 행위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선진 G8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적 행위에 대한 대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09년 5월 로마에서 개최한 G8 법무 · 내무장관회의 이후 참석국 대표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 테러 집단이 상당한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상당한 수준의 조직적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극단주의자들이 추종자를 충원하고 이들을 급진주의자로 의식화하는 능력은 중대한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해적과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해서는 법 집행을 포함한 국제적 공동 전략이 분명히 요구된다. 그래서 인터폴은 해적과 관련한 정보를 취합하고 교환, 처리할 중앙 통제 시스템이 없는 현실을 감안해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사사법 기구 창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소말리아와 예멘 근해 상에서 해적질을 하는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말리아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 강력한 중앙정부가 국제사회와 공조해 주변 해상의 보안을 책임지는 동시에 해적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가한다면, 기승을 부리는 해적의 악순환 고리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소말리아 상황을 감안하면 어느 한 가지 처방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소말리아 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적절한 국제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소말리아 정부가 통치력을 회복해 정상 국가로서의 치안력을 행사해야 하고, 국제사회는 이를 적극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사회의 대응이 늦으면 늦을수록 해적들은 치솟는 몸값을 받아 첨단 장비로 무장을 강화할 것이므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코리아’국가 전략에 기여하는 실용 외교의 하나로 지구촌 문제의 해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지구촌 문제’라는 광범위한 표현 속에는 21세기의 대표 안보불안 요인인 대테러, 반확산, 실패한 국가의 국가 재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한국은 이라크에 파병했고, 이제는 아프간 재건에 동참하기 위해 지역 재건팀 파견을 결정한 상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의 글로벌 기여 외교 확대 차원에서 소말리아의 치안체제 확립이나 경제 재건 등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 아프간 재건 참여 경험을 살린다면 소말리아에서 한국의 기여는 우리의 국격을 드높이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또 소말리아 재건 참여는 아프리카 진출 외교의 기반으로서 우리의 국익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자유마당, 201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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