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 No : 37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5-07 15:52:14
  • 분류 : 예전자료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 양 / 국가보훈처장



“우리는 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미국 육군 중앙신원확인소(CILHI) 건물 입구에 있는 글귀다. 미국은 1976년 세계 각국의 전쟁터에서 실종된 미군 포로와 전사자 유해를 찾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구촌 끝까지 찾아가서 그들의 전쟁영웅을 모셔오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맹세를 행동으로 입증하고 있다.

천안함 46용사들의 영결식이 전 국민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과제는 많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희생장병들과 실종자들을 구하려다 산화한 한주호 준위가 보여준 희생정신은 군인정신의 가장 높은 경지다. 그들은 살신성인의 자세를 온 국민의 가슴속에 새겨놓고 떠났다.

그런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과 기여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감사하면서 후손에게 까지 전해야 한다.

‘보훈’이라고 하면 흔히들 국가유공자에게 일정액의 보상금지급과 의료지원, 학비보조 등의 물질적 지원과 사후 국립묘지 안장 등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에 대한 관심 또한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한 국가의 몫으로 생각하고 지나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보훈의 참뜻은 오늘을 사는 우리와 후손들이 이분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고 선양하여 국가발전의 정신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데 있다.

국가를 위한 희생을 제대로 평가해 주는 사회가 진정으로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이다. 여기서 국가에 대한 공훈과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과 국민적 예우가 뒤따를 때 병역비리 등 도덕적 해이현상도 줄어들고 국가공동체는 계속 발전할 수 있다. 국가보훈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선진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소중한 정신적 가치인 보훈의 의의와 중요성을 재인식하여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진정 존경하고 예우하는 사회적 풍토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함은 수많은 희생에서 얻어진 것이다. 자유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Freedom is not free!) 사실을 잊지말자. 스스로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용기 없이는 아무것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국가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목숨을 아낌없이 희생하신 분들이 많다.

조국 광복에 헌신한 독립유공자들, 공산주의의 침략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한 호국용사들,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민주유공자들, 베트남전에 참전한 유공자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그 유지를 받들고 기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한 분들의 공훈을 기리고 감사하는 일에 인색했다.

이러한 분들을 국가가 보살피고 예우하는 한편 국민들로 하여금 그분들을 본받아 애국하는 것이 숭고한 일임을 일깨우는 제도는 현대에 와서 생긴 것이 아니다. 국가가 형성되면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한 제도다. 국가와 민족이 존재했던 이상 어떠한 형태로든 국가보훈제도는 존재했다.

신라는 상사서(賞賜署), 고려에는 고공사(考功司)를 설치하여 전공자 및 희생자들에게 관직과 전답을 하사했으며, 조선시대 역시 충훈부(忠勳府)와 같은 보훈관련 부서를 두어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훈을 세운 분들을 예우했다.

삼국통합, 고려건국, 조선건국 등 국가 통합 또는 민족통합이 필요한 시기에는 국가보훈이 강화됐으며, 강한 국가 뒤에는 뿌리 깊은 보훈정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보훈정신은 우리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는 정신으로서 우리나라와 민족이 세계 여러 나라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선진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이 확고히 뿌리내리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국가유공자를 최우선 예우하는 국민정신이 내재화해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나라와 겨레를 위해 공훈을 세웠거나 희생한 분들을 예우하고 존경하는 것은 공통된 사항으로 국가의 기본책무이자 국민 된 도리로 여겨왔다.

선진국일수록 나라를 이끌고 가는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애국지사를 비롯한 국가유공자들이 제자리에 바로 서지 않고서는 국민의 가치관도 사회 정의도 바로 설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는 천안함 침몰과 관련하여 “애국심이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이 다같이 나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존경과 예우로 보답하는 ‘보훈’에서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일이다.

공기 속에 살면서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자유와 평화 속에 살면서 북한의 안보 위협을 망각하면 또 한 번의 6·25가 우리를 파멸시킬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국가 안보를 위해 국가와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이다. (출처 /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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