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 G20 정상회의와 국가 발전의 비전

  • No : 372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4-15 15:27:13
  • 분류 : 예전자료

■시사진단 / G20 정상회의와 국가 발전의 비전
- 신흥시장국 대표역할 하며 선진 대열 합류할 기회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G20에 포함된 20개국의 인구는 전 세계의 65% 정도이고 GDP는 전 세계의 85% 정도이다. 20개국이기는 하나 대표성을 충분히 가질 만한 국가들의 모임인 것이다. 한국은 G20에서 신흥시장국의 대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우리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려 본격적인 선진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1929년 대공황은 자본주의 경제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커다란 위기 국면을 초래했다. 그해 10월 뉴욕 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작된 대공황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는데 주가는 3년여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고 실업률은 25%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경제성장률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성장률이 줄어든 적은 있어도 아예 음수가 되면서 경제가 4년 연속 수축해버린 경험은 대단히 충격이었고 이러한 국면에서 수많은 논의를 통해 결국 수정자본주의가 탄생했다. 시장을 중시하되 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나서서 ‘수요관리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시장과 정부가 보완적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탄생한 것이다.

또한 당시 위기 상황에서 국가 간 공조가 거의 작동하지 못한 점도 상당히 큰 실수로 지적됐다. 국내 수요의 극심한 수축을 경험한 각국은 해외 수요의 확보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보호무역 조치를 감행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키면서 관세 인상을 통해 수입을 줄이는 전략을 시행했는데, 이는 상당 부분 잘못된 정책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국 수입은 상대국의 수출이고 자국 수출은 상대국의 수입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G20 회의 출범

자국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면 상대국의 수입은 늘어나고 수출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상대국이 적자를 내면서 소득이 감소하고 결국 상대국이 힘들어지면서 수입을 줄이면 자국 수출이 줄면서 결국 자국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남을 힘들게 함으로써 결국은 자기도 힘들어지는 ‘근린궁핍화정책’이 문제가 된 것이 대공황 당시의 상황이었다. 국제공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공조는 하지 않고 각자 생존을 도모하다 모두가 힘들어져버린 것이 당시 상황이 준 교훈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이러한 교훈을 토대로 이른바 G20정상회의를 출범시켰다. 글로벌 위기 아래에서는 공조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토대로 과거 재무장관 회담이던 G20 회의를 정상회의로 격상시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가장 중요한 모임이던 G7 회의만 갖고는 세계경제 문제를 풀어가기 어렵다는 인식 아래 20개국으로 모임을 확대한 것이다.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셈이었다.

G20 국가에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같은 나라도 제외돼 있다. 결국 기존 선진국들과 함께 각 대륙을 대표하는 신흥시장국을 포함시켜 정상회의를 출범시켰고 이 회의가 최고위(premier) 회담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G20에 포함된 20개국의 인구는 전 세계의 65% 정도이고 GDP는 전 세계의 85% 정도이다. 20개국이기는 하나 대표성을 충분히 가질 만한 국가들의 모임인 것이다.

G20 국가 GDP, 전 세계 85%

G20 회의가 정상회의로 격상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미국 워싱턴 회담부터였다. 위기 직후 11월에 열린 워싱턴 회의에서 금융정책과 제도에 관한 수많은 이슈가 제시됐고 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당시 위험관리 은행규제, 신용평가사 규제, 국제기구 개혁, 과도한 보상체계 제동 걸기 등 금융제도 전반에 대한 이슈가 제시됐다.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는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 국제기구 개혁, 금융안정성 제고 노력, FSB 출범 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제시됐다.

세 번째 회의는 미국의 피츠버그에서 개최했는데, 이 회담에서는 출구 전략에 대한 논의와 글로벌 리밸런싱에 대한 구체적 스케줄까지 제시되는 등 본격적인 불균형 조정작업이 시작됐다. 특히 ‘균형되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가 제시되면서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제 네 번째 회의는 올해 6월 캐나다에서 열릴 예정이고, 다섯번째 회의는 올해 11월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정상회의의 의장국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는 벌써부터 의장국으로서 다양한 의제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금융안정망 구축에 대한 의제다. 자국통화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획득한 선진국들은 이러한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처럼 기축통화를 발행하지 못하는 나라는 평소에 흑자를 통해 기축통화를 비축해놓아야 하고, 이러한 노력도 실제 위기국면에서는 별 의미가 없이 해외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위기가 오는 취약성이 존재한다.

2008년 10월의 경우 위기 직후 해외자본 250억 달러가 10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 당시 외환보유고가 2600억 달러에 달했는데도 위기 국면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결국 미국과 300억 달러에 달하는 통화스왑협정을 체결한 것이 계기가 되어 환율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이를 보면서 300억 달러의 힘이 2600억 달러보다 강하다는 지적까지 나온 적이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보다 국가 간 공조체제가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이러한 과제를 의제로 해 향후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통화공조체제 내지 금융안정망이 구축된다면 우리의 역할도 증대되고, 다른 나라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공조체제 강화 우리 역할 증대

물론 G20 체제에 대한 비판적 지적이 있기는 하다. 그 중에서도 우리 입장에서 볼 때 큰 문제는 다른 체제에 대한 논의인데, 특히 일각에서 G13이나 G16 체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출범을 논의하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G13의 경우 기존의 G7에 브라질, 인도, 중국, 러시아 같은 브릭스 4개국과 멕시코, 남아공을 더한 6개국이 추가된 개념으로서 우리나라는 제외돼 있고, G16에서도 우리나라는 제외돼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로서는 G20체제가 공고하게 구축되어 우리의 입장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국익을 위해서라도 다른 체제에 대한 논의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피츠버그 G20 회의에서 G20 체제의 유용성을 확인함으로써 논의가 진전된 바 있으므로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야 하겠다.

또한 최근 미국과 중국 간에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갈등이 상당하다는 점에도 주목 해야 한다. 사실상 G2로 불리는 이 두 강대국의 갈등은 이미 글로벌 임밸런스라는 현상에 투영되어 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통해 축적된 외화자산을 토대로 중국은 엄청나게 도약했다. 미국은 엄청난 적자를 보았지만 중국의 값싼 제품을 능력 이상으로 소비하는 즐거움을 누려왔다. 이제 서브프라임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더 이상 이러한 불균형은 유지가 불가능해진 이상 이제 두 나라는 이러한 적자와 흑자 규모를 각각 줄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전 세계의 금융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쌓이는 흑자와 적자는 당사국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문제라는 점을 감안해 이러한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양국은 당사자끼리 이 문제를 풀기가 어려울 정도로 격앙돼 있는 상황이고, 더구나 미국의 중간선거로 인해 이 문제는 더욱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제 올해 G20 회의를 통해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양국의 갈등은 우리의 이해와도 상당 부분 연결되어 있다. 중국의 수출 감소는 우리의 수출 감소로 직결된다. 따라서 우리도 이러한 문제가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G20 회의는 이러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이를 십분 활용해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도록 적극 유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위상 한 단계 올리는 계기

UN에 가입한 192개국 중 G20에 가입된 20개국을 제하면 172개국이 남는다. 우리는 이처럼 G20에서 제외된 172개국의 입장과 국익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G20이 G172의 입장도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될 경우 우리는 신흥시장국의 대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우리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려 본격적인 선진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11월 G20 회의가 이러한 거대한 작업의 첫 단추를 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자유마당, 201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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