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풍향계 / 2010남북정상회담, 소통과 상생의 길

  • No : 366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3-18 16:26:22
  • 분류 : 예전자료

■ 한반도 풍향계
2010남북정상회담, 소통과 상생의 길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남북관계 기류 변화에 주목한다


올해 2010을 한자음으로 하면 ‘2공1공(二共一共)’이다. 다시 말해 2개의 공화국이 하나의 공화국이 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올해 최대의 정치적 화두는 남북정상회담이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남북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북한은 지난 1월 1일 신년 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이명박 + 김정일’, 남북 두 정상 간의 회담은 올해 과연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


글 I 김창권(한길리서치 대표)


6·2 지방선거를 90여 일 앞둔 가운데 남북정상회담은 올해 최대의 정치적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아 올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이하고 있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최적기인 데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남북정상회담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도 남북정상회담의 추진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될 경우 그것이 지니는 폭발력은 자연스럽게 국내외 정세에 큰 파장을 던질 게 분명하다. 더구나 이번에 남북한 3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국의 보수 정권이 처음 하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겨냥한 중대한 기류 변화의 진원지는 북한의 지난 1월 1일 신년 공동사설이다. 사설은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남측 당국이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며 강도 높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사실상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히 정상회담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최고위급 회담 추진을 뜻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공동사설의 논조를 이어받은 <조선신보>의 1월 2일 보도는 북한의 정상회담 추진 관측을 한층 증폭시킨다. 조총련 기관지로 북한의 비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과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공동사설에 대해“ 올해의 극적인 사변을 예감케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문맥상‘ 극적인 사변’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결국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북한의 속내를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특히 작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북한이 ‘특사조의방문단’을 파견한 이후 남북 간에 공식, 비공식 접촉과 회담이 열렸다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긍정적 발신음 속에서 정상회담 추진에 신중론이 강하던 우리 정부 내에서도 미묘한 변화의 흐름이 읽힌다.

남북 사이 미묘한 흐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가진 신년 국정연설에서 “올해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해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이 조속히 6자 회담에 복귀하길 촉구한다. 그리하여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본격적인 남북 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우선 남과 북 사이에 상시적인 대화를 위한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북한도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서길 기대한다”면서 “올해는 6·25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금년에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서 북한에 묻혀 있는 국군 용사들의 유해발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 낯선 땅에 와 생명을 바친 참전 용사들을 우리 대한민국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28일 스위스에서 영국 BBC 방송과 회견을 갖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돼 있다”면서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대식 사무처장은 2월 18일,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남북 간 정상회담 접촉설을 사실상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김 처장은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토론회 축사용으로 작성한 원고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접촉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올해 상반기부터는 3차 남북정상회담 논의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남북이 탐색전을 벌였다면 올해는 남북관계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해가 될 것 같다”며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양측의 대내외적 이해가 일정 정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북한이 당면한 경제난을 타개하고 2012년 ‘강성대국 건설’과 후계자 승계를 위한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려면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극적인 돌파구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 정부로서도‘ 그랜드바겐’ 제안의 기조를 살려 북핵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려면 정상회담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최근 북미관계의 진전 흐름 속에서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듯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정상회담 추진의 필요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양측 모두 정상회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회담의 조건과 내용을 놓고는 ‘간극’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경제난 타개를 위한 경협재개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큰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난색을 표하는 북핵문제를 주 의제로 삼자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문제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복잡한 이슈다.

이미 작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지만 시기와 장소, 조건 등 구체적 사안을 놓고 심각한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월에도 통일부 당국자가 개성을 비밀리에 방문해 비밀 접촉을 가졌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끌어내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란 관측이 높다.

북핵 문제가 최대 관건

물론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열쇠는 한국 정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싶다. 우선 남측은 몇 가지 확고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해 이번만큼은 북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남을 위한 만남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어떻게든 북핵을 의제에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대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국군포로, 납북자 등 인권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강력한 뜻이다.

결국은 이 3가지 원칙을 놓고 남북 간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소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는 개성이든 금강산이든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북핵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2000년과 2007년 두 번의 정상회담이 교훈이 되었다. 10년 전인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에서 돌아온 뒤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북한은 2년 후인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 10월 2차 북핵 위기를 일으켰다. 2006년 9월엔 1차 핵실험을 실시해 엄청난 폭풍을 불러왔다.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으로 갔지만 북한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역시 핵실험과 3차 서해교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였다.

두 번의 정상회담은 ‘우리 민족끼리’ ‘화해협력’에 바탕을 둔 공동선언을 내놨지만 정작 북핵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데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결과적으로 만남 자체만 강조된 회담이 돼버린 셈이다.

이번엔 이전 정상회담의 전철을 절대로 밟지 않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북한이 우리의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관건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성사를 둘러싼 장밋빛 전망이 마구 쏟아지고 있지만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며, 그 주요 걸림돌 중 하나가 북한의 ‘대가’ 요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을 둘러싼 그간의 남북 물밑 접촉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이 정상회담을 강하게 원하면서도 여전히 과거 정권에서와 같은 현금성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2일 국무회의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 아래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면서“ 이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측에 정상회담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공식 채널인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뿐 아니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소속 ‘일꾼’과 친분이 있는 사업가 등 라인을 모두 가동해 정상회담을 타진해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 물밑 접촉라인이 비선이다 뭐다 하며 혼선을 빚은 것도 경제적 지원이 시급한 북한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우리 쪽의 다양한 채널을 접촉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우리 정부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러한 접촉 과정을 통해 남북은 지난해 하반기 정상회담 개최에 거의 합의한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부분이 애매한 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명문화되지 않은 점,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우리 정부 내에서 문제로 지적되면서 정상회담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에서 돌아올 때 6·25전쟁 포로와 납치 피해자 10여 명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우리 쪽 요구에 대해서도 북한은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회담 위한 만남은 곤란… 우리 목소리 반영돼야”

대다수 전문가들은 결국 핵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정상회담의 최대 걸림돌로,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과 수위도 결국 북핵문제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2월 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치사회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꼴로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이었지만, 그중 대다수는 회담 자체를 위한 회담이 아니라 의제와 장소 등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응답자의 53.4%가‘ 의제나 회담 장소 등 우리 측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경우 성사되어야 한다’고 답했고,‘ 조건 없이 빨리 성사되어야 한다’는 대답은 18.5%였다.‘ 핵문제 해결 없는 정상회담은 반대한다’는 응답은 22.3%였다.

만약 올해 이명박+김정일 간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한 핵의 폐기 등을 합의해낸다면 두 정상은 올해 유력한 노벨평화상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민족의 맺힌 원을 푼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그 어떤 외교정책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두 정상은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청와대 역시 북과 비밀 접촉 등의 보이지 않는 정치 행위를 지속할 가능성도 높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정치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북한 김정일과의 포옹을 통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용’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이기에 이미 집권 중반기로 접어든 올해 남북관계의‘ 새판 짜기’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가급적 조기에 정상회담을 하려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이라도 하듯 김덕룡 대통령정치특보 겸 민화협 상임의장 또한 지난 2월 17일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주최 초빙교수 연찬회에서 “이제는 냉전시대의 적대적 대결과 미움도 그리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에 넘쳤던 낭만적 민족 정서마저도 뛰어넘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장전을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운 남북관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다수의 대북 소식통은 현재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접촉 라인이 실무라인으로 단순화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접촉 라인을 통전부로 일원화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우리도 국정원 대북 담당 부서로 라인을 단순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철저한 보안 속에서 실리를 찾으며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여건이 마련된 것은 분명한 듯하다. 정상회담을 둘러싼 남북 간의 치열한 ‘기 싸움’이 연내에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UAE 원전 수출에서 보듯 또 한 번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그 힘을 발휘할지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자유마당, 201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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