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 ‘G2’ 중국과 한반도

  • No : 397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9-16 13:43:16
  • 분류 : 예전자료

■ 발행인칼럼

‘G2’ 중국과 한반도


박창달 /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중순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처음으로 중국에 역전돼 세계 제2위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다. 지금까지 추세로라면 중국이 올 연말까지 ‘G2’ 국가로 발돋움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중 양강시대의 개막이다. 이는 대륙과 이웃해 있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더구나 북한 급변 사태 시 중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 국방부 보고서까지 나와 착잡한 심정을 더해준다. 눈앞에 성큼 다가온 슈퍼 파워 중국,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中 슈퍼 파워로 부상,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

중국인은 지난 세기 서구 열강과 일본에 밀려 세계 중심으로서 지위를 잃은 아픈 경험을 ‘백년국치(百年國恥)’라고 표현한다. 저들의 급격한 부상은 이 같은 치욕을 곱씹으며 축적해온 힘이 뒷받침하고 있으며, 전통시대 대국주의와 유교적 세계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중국인에게 현대적 개념의 국제사회는 없었다. 이른바 중화(中華)와 다수의 주변국이 조공-책봉을 통해 위계적으로 공존하는 천하가 있을 뿐이었다. 이는 가부장적 가족 관념을 원용한 것으로, 중화와 변방 간의 수직적 상하관계 속에 비로소 ‘평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었다.

한중관계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실제로 통일신라, 고려, 조선 모두 이러한 질서에 순응하며 국가를 유지했다.

문제는 현재다. 중국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패권 추구를 신랄히 비판하면서도 스스로 패자(覇者)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는 한반도 안정을 강조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확충하는 데 주력해왔다. 여기서 ‘안정’이란 곧 분단 상황의 지속을 말하며, 북한을 전적으로 자신에게 의존하는 체제로 묶어두는 한편, 한국과의 관계는 경제 분야에서만 끌어간다는 전략에 기초한다. 이것이야말로 철저한 현상유지 정책으로 통일된 민족국가를 궁극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우리의 21세기 청사진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 정부 시절 우리 사회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데 사로잡혀 있었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고, 심지어 미국을 대신할 동맹의 새로운 파트너로 중국을 고려할 수 있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그러나 동북공정(東北工程) 이후 북핵 6자회담이나 천안함 사태에서 보듯 엄청난 착각이었다.

어느 나라든지 국제 정치의 정글 속에서 생존하려면 국력을 키워야 하고, 아울러 외세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지정학적 환경이 열악한 우리로서는 강력한 외세와의 전략적 네트워크, 즉 동맹의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용해야 할 외세는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없어야 하고, 우리와 이념적 가치를 함께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천안함 사태는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 중국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했다.

한미동맹 주축으로 냉철한 생존 전략 실천해야

중국의 부상은 동북아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을 예고한다. 우리는 이 각축의 와중에서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냉철한 생존 전략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영토 확장보다는 영향력 확보를 원하는 먼 나라와 손잡고 가까운 큰 나라로부터 자신을 지키며 앞길을 열어가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전략은 ‘힘의 정치(power politics)’에서 고금을 떠나 언제나 통용된다. 그렇다고 한중관계를 무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경제·사회적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상호 공동 이익을 확대하며, 통일 한국이 중국과 호혜적으로 공존할 것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100여 년 전 우리 조상은 낯선 세계 질서에 맨몸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힘도 약했고 도와줄 나라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비록 분단 상황일망정 대한민국은 당당히 G20 국가의 반열에 올라 있고 초강국 미국과 튼튼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전에 맞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자유마당, 201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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