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 G2, 미중의 패권다툼 향방과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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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9-16 13:31:46
  • 분류 : 예전자료

글로벌 이슈 / G2, 미중의 패권다툼 향방과 우리의 선택은?


한반도에서 부닥친 미·중의 세계 전략, 用中-用美의 지혜 마련해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점차 예리한 각을 세우고 있다. 세계의 권력과 경제력을 양분해 ‘G2’로 일컬어지는 미국과 중국이 협조관계만큼이나 예민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특히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중남미, 유라시아 등지에 이어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팽팽한 국제 정세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는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그 사이에 선 우리나라 외교의 향방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흔히들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 시대라고 말한다. 아시아는 대륙이며 태평양은 바다다. 대륙과 바다는 하나의 단위로 묶일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대륙 국가들은 언제나 바다를 통제하려 하고, 해양 국가들은 대륙을 지배하려고 노력해왔다. 러시아가 부동항을 찾아서 남하정책을 편 것도, 일본이 중국 대륙을 침략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태평양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청나라는 과거 태평양은 물론 인도양을 거쳐 중동에 이르기까지 해양을 통제하면서‘팍스 시니카(Pax Sinica :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를 구축했다. 청은 그러나 해양 세력인 영국 그리고 일본과의 전쟁(아편전쟁 1840~1842년, 청일전쟁 1894~1895년)으로 무너졌다. 이후 중국 대륙은 서구 열강의 세력 다툼의 장으로 전락했다. 중국은 이 같은 역사의 교훈을 통해 반드시 해양으로 진출해야만 패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륙 국가로만 남는다면 중국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해양 진출을 가로막는 국가는 미국이다. 일본과 태평양전쟁을 치른 미국은 태평양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미국은 21세기에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를 유지하려면 중국에 태평양을 내줄 수 없다.

미국 - “G2로서 중국도 국제 현안 책임져야…”

미국은 중국을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려놓고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이 되기를 기대해왔다.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은 글로벌 금융위기, 핵무기 확산, 북한과 이란 핵문제,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적극적 동참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의 힘과 위상을 인정하는 대신 국제 현안에 대해 중국도 이에 걸맞게 책임을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실용노선’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경제·군사 분야에서 G2의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올 GDP(추정치 5조5384억 달러)는 세계 2위인 일본(추정치 5조1998억 달러)보다 많을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지위를 고수해온 일본을 중국이 밀어낸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30년간 연평균 9.5%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1세기에 들어와선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여왔다.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 교수는 “인류 역사상 중국과 같은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는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제조업은 미국을 추월하기 직전에 와 있다. 미국경제 조사업체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올해 말이나 내년, 미국이 1890년대부터 10년간 유지해온 세계 제조업 1위 자리를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지난해 제조업 생산액은 1조6000억 달러로 1조7000억 달러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군사력도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중국이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해군과 공군력의 현대화다. 특히 중국 정부와 공산당 지도부는 ‘대양해군’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군사 전략가들은 과거 서구 열강에 침략당한 이유를 대양 해군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또 군사대국의 반열에 명실상부 등극하기 위해선 미국과 러시아처럼 막강한 대양 해군을 보유하는 것이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항공모함을 비롯해 잠수함과 이지스함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은 ‘중국 해군 현대화’라는 제목의 보고서(6월 10일자)에서 중국이 2015년부터 5년 동안 6~7만 톤급 항모를 최대 6척 건조할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2021년까지 항모 2척을 실전 배치하고 2030년에는 항모 4척으로 4개 전단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항모를 보유할 경우, 미국에 버금가는 해군력을 보유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장거리 투사를 목적으로 하는 항모를 갖겠다는 것은 해군 운용 전략을 영해 방어 개념에서 대양 작전 개념으로 전환하고, 앞으로 군사력의 팽창과 패권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 - “대국굴기… 미국과 충돌도 불사한다”

중국은 G2라는 위상과 지위는 인정하면서도 이에 따른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이 되지 않으려는 것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앞으로 미국과 대등한 관계가 될 때까지 국력을 계속 키우려는 의도라고 판단된다.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양국은 맥도널드와 버거킹 같은 경쟁관계”라면서“중국은 미국을 좋아하지도 않고 미국과 동일한 정치적 가치나 이상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함께 사업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도광양회(韜光養晦 : 실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로 노선을 바꾸었다. 특히 중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국굴기(大國掘起 : 큰 나라로 우뚝 선다)’의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의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그동안 주장해온 ‘화평굴기(和平掘起 : 평화적으로 우뚝 선다)’ 노선은 ‘중국 위협론’을 견제하기 위한 립 서비스였던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영해로 간주하면서 핵심이익 지역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미국과의 충돌도 불사한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것도 미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세계 일등 국가가 된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중국의 대외 정책과 노선은 앞으로 중국식 모델에 따라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식 모델이란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 北京共識)’를 의미한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권위주의 체제와 정부가 시장경제를 주도하는 국가 모델을 뜻한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란,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수단, 쿠바, 미얀마 등 인권 탄압과 독재로 악명 높은 국가들이 베이징 컨센서스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표적 반미국가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준까지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파리드 자카리아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은 “중국이 부유하고 강해질수록 베이징 컨센서스는 더욱 매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중남미 국가 중 상당수는 이 노선을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대립, 100년 전과 비슷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는 지역 중 하나가 한반도이다. 중국은 지난 3월 26일 우리나라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이후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문구가 들어가는 것을 끝까지 저지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한국의 서해 연합군사훈련을 강력히 반대해왔다.

중국은 또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말은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원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전략은 한반도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남북한이 현 상태로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으로 볼 때 북한은 미국을 저지할 수 있는 완충 지역이며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렛대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문명 비평가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북한은 중국 외교가 서방에 역사적인 설욕전을 펼치게 해주는 무대이자 카드”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또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지난 6월말부터 8월 10일까지 무려 아홉 차례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심지어 미국의 항모가 서해에 진입하면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 항모의 서해 진입에 반대한 진짜 속내는 서해를 마치 자국의 영해처럼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해군은 그동안 서해와 남중국해 등 자국 연안에서 약 1000km에 이르는 해역을 유사시 제해권(制海權)을 확보할 범위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미국도 중국에 맞서 서해에 항모를 파견해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서해는 공해(international waters)”라고 하면서 “항모 조지 워싱턴호는 지난해 10월에도 서해에서 작전을 했고, 다시 그곳에서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양국은 이처럼 한반도에서 자국의 국익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꼭 100년 전 한반도는 치욕을 겪어야만 했다. 대한제국은 1910년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다. 일제의 식민 통치를 받던 한반도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해방을 맞이했으나, 미국과 소련의 힘의 균형에 따라 분단됐고 아직까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와 함께 냉전시대가 종결되자 분단국가이던 동서독은 통일됐지만, 한반도는 이런 기회마저 놓치고 아직도 냉전시대의 망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를 주도하는 세력과 이에 도전하는 신흥 세력 간에는 항상 갈등과 대립이 벌어졌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양국 관계의 미래에서 확실한 점은 불확실하다는 것뿐일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은 앞으로 미국에 더욱 강력하게 도전할 것이라는 점이다. 역사가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겠지만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국제 상황은 다시 100년 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선택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최대 교역국이 된 중국과 안보의 핵심 동맹인 미국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지향점이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 경제 그리고 통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용중(用中)과 용미(用美)의 지혜와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자유마당, 201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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