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한미연합훈련, 그 의미와 동북아 역학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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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9-16 13:23:29
  • 분류 : 예전자료

사상 최대 한미연합훈련, 그 의미와 동북아 역학관계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동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한미 양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한반도에서 다시는 ‘천안함 피격 사태’ 같은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훈련 전후에 표출된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한국 정부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 국민일보 정치부 군사전문기자


이번 훈련에 참여한 미국의 전력은 지난 1976년 발생한 판문점 미루나무사건 이후 최대 규모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과의 교전까지 감안했다. 반면 이번 훈련은 방어훈련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항모전단을 참여시키는 대규모 훈련을 한국과 함께 실시한 것은 탄탄한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과시해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저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같은 성격은 작전명에도 담겨 있다. 미군은 이번 훈련의 작전명을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로 명명했다. 미국은 작전명을 통해 군사훈련이나 군사작전의 성격을 드러낸다. 1991년 걸프전 때의 작전명은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최첨단 무기로 무장해 폭풍같이 이라크를 제압한다는 의미였다. 1993년 소말리아 작전은 기아와 내전으로 참혹한 상황에 처한 소말리아에 희망을 준다는 의미에서 ‘희망 회복(Restore Hope)’으로 명명했다. ‘불굴의 의지’는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어떤 도발에 대해서도 결코 굴하지 않는 단호함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국의 총 전력을 능가하는 수준의 전력 과시

작전명에 걸맞게 미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전투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춘 F-22 랩터를 투입했으며, 7함대 항모전단을 참가시켰다. 일본 요코스카가 모항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9만7000톤급)가 이끄는 항모전단은 첨단 방공 시스템을 갖춘 이지스 순양함 4척과 구축함 7척, 1〜2척의 원자력잠수함으로 구성된다. 이번 훈련에는 조지 워싱턴호와 이지스함 매켐벨호(9200톤급), 라센호, 커티스월비호, 정훈호(8300톤급), 원자력 잠수함 투산(7900톤급)이 참가했다. 정훈호는 한국계 미 해군 제독의 이름을 딴 구축함으로 하와이에 배치돼 있다.

조지 워싱턴호는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릴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갑판 길이 360m, 폭 92m에 높이는 20층 건물과 맞먹는 81m에 이른다. 면적은 1만8211㎡로 축구장 3배 크기다. 탑재한 전투기 등 함재기는 60여 대가 넘는다. 미 해군 최신예 전폭기 슈퍼호넷(F/A-18E/F)과 호넷(F/A-18A/C), 비행기 위에 원반을 얹은 모양의 조기경보기 E-2C(호크아이2000)가 배치돼 있다. 전폭기들은 육상 표적에 대해 하루 150여 차례 이상의 폭격을 가할 수 있다. 방해 전파를 발사해 적의 레이더망 등 전자 체계를 무력화하는 전자전기(EA-6B)와 잠수함 공격 헬기 SH-60F(시호크)도 갖췄다.

항모전단이 무서운 이유는 전폭기와 조기경보기, 이지스 구축함과 원자력잠수함이 통합된 시스템을 가동, 동시에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려 집중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가공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작전 반경은 1000km로 미 항모전단의 전력은 웬만한 국가의 총 전력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조지 워싱턴호는 한국군과 함께 훈련한 적이 있지만 F-22의 참가는 처음이다. F-22는 APG-77 AESA 레이더를 장착, 250km 떨어진 곳의 직경 1m 물체를 식별해 위치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미니 조기경보기(AWACS)’라고 불리는 이유다. 작전 반경은 3000km 이상. 일본 어디에 있더라도 한반도 전역이 작전권에 들어간다. 이번 훈련에는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F-22가 참여했다.

F-22는 이륙 후 1시간 내에 북한 전 지역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으로 평양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무실, 주요 지휘시설, 핵 시설 등을 쥐도 새도 모르게 폭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북한이 겁을 잔뜩 집어먹을 만한 위력이다. 이는 미국이 이번 훈련에 참가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중국 반응은 예민한 문제

한국 해군의 첨단 전력도 가세했다. 지휘함 역할을 한 아시아 최대 수송함 독도함(1만4000톤급)을 필두로 한국형 구축함(KDX-II)인 최영함(4500톤급)과 문무대왕함, 호위함 충남함(2300톤급), 1200톤급 잠수함과 공군 전투기 F-15K, KF-16이 참가했다. 함정만 20여 척, 항공기 200여 대, 병력은 8000여 명이 참가했다.

훈련 내용도 알찼다. 수십 대의 함정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해상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북한 잠수함의 은밀한 침투를 탐지해 파괴하고 북 특수부대가 항공기와 함정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침투하는 것도 방어했다. 공중에서는 한미 양국 전투기들이 나란히 편대 비행을 하며 공동 작전을 펼쳤고 전투 지속 능력을 지원하기 위한 군수 지원훈련도 이뤄졌다.

합동참모본부 김경식 작전부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양국 군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이 한 차원 향상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연합훈련을 할 때마다 양국 군은 상대방의 장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한 좀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F-22 등이 한반도에서의 작전 환경을 이해하고 전투 기술을 숙달한 것은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의미도 지닌다.

그러나 이번 훈련을 통해 노골화된 미중 간의 신경전은 한국에도 예민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훈련은 서해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다.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강력한 방어훈련을 실시, 한반도 수호 의지의 상징성을 보여준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훈련 장소가 동해로 바뀌었다.

중국은 이번 훈련이 천안함 피격 사태에 따른 방어훈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중국의 해양력을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의 격한 비판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 우선은 한미연합훈련으로 잔뜩 위축된 북한에 ‘형님’이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북한은 사면초가 상태다.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 견제 의도다. 해군 전력을 강화하면서 주변 해역의 제해권 장악을 노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이 해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최근 미중은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경전이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미중의 신경전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양국 모두의 협조가 필요한 한국으로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자유마당, 201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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