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안보 쓰나미로부터 방위 역량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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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8-17 15:28:03
  • 분류 : 예전자료

북한발 안보 쓰나미로부터 방위 역량을 키워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로 기대하는 한미공조의 새로운 시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북한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피함으로써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주었다. 또 동북아 냉전 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중국의 속셈을 확인한 계기도 되었다. 그 가운데 한미 양국이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을 2015년까지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동맹과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요즘이다.

이상현 /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이명박 대통령은 6월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따른 대북 제재 문제, 한미 안보동맹 강화 방안, 북핵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 앞서 미 백악관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초점은 북한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한 데 따른 안보와 동맹 문제에 맞춰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가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은 천안함 사태 이후 국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무엇보다 천안함 사태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반도 안보 불안이 전작권 전환을 이행하기에 적절한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미 양측의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논의되던 전작권 전환 연기 문제는 이제 양국의 공식 합의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미연합사 통한 미국의 한반도 방위 의지 확인

전작권 전환 연기가 결정된 배경은 한반도 안보 상황의 변화와 주한미군의 준비 상황 때문이다. 특히 전작권 전환 연기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요인은 아무래도 천안함 사태라 할 수 있다. 천안함 사태는 과연 우리 군이 전작권을 가져올 역량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1200톤급 군함이 두 동강 났는데도 대한민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이 사실을 50분 동안 까맣게 몰랐고, 최첨단 장비 ‘해군 전술지휘통제체계(KNTDS)’는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위치 신호가 사라졌는데도 제대로 위기 발령조차 못했다.

한미 양국은 2007년 전작권 전환에 합의할 때 북한의 위협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하지만 북한은 2006년에 이어 2009년에 2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머잖아 스커드 등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북한은 지난 3월 잠수정에서 어뢰를 발사해 천안함을 격침시키는 도발 행위를 했다. 특히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연기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연합사령관 주도 아래 미군 전력을 동원해 북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군이 전작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경우 미군의 지원에 시차가 발생하고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약속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구체적 내용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 더구나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우리 군의 방호시설 구축과 지하 핵시설 파괴를 위한 정밀 타격 전력 확보도 대부분 ‘2010~2014년 국방 중기 계획’에 반영돼 있다. 핵폭발 때 발생하는 전자기파(EMP) 방호 시스템은 1000억 원을 투입해 2014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EMP는 컴퓨터와 통신장비 등 의 전자 부품을 파괴해 우리 군의 자동화된 지휘통제 체계를 마비시킨다.

북한의 핵무기 지하 시설을 파괴할 벙커버스터(GBU-28)를 비롯한 합동원거리공격탄(JASSM), 합동직격탄(JDAM) 확보에도 시간이 걸린다.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를 도입해 구축할 작전통제소도 2012년께나 완성이 가능한 실정이다. 정보 전력의 경우 우리 군은 미군의 KH-11 첩보위성과 U-2 고공 전략 정찰기, RC-135 정찰기, 해상의 이지스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를 위한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Global Hawk)는 2015년께나 도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측면 외에도 전작권을 수행할 한국군 합동군사령부(합동군사)의 창설과 새 한미 연합작전계획 완성도 시간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합동군사는 2011년에 완전히 구성되고 새 연합작전계획의 최종판도 2012년 초에 나오지만, 합동군사가 새 작전계획을 익숙하게 구사하려면 연습 기간이 좀 더 필요하다. 전방작전을 수행할 지상작전사령부(이하 지작사)가 2015년에야 구성지는 것도 전작권 전환 연기 이유다. 지작사는 육군 1, 3군을 통합한 부대로 유사시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핵심 부대다. 더구나 주한미군의 준비 상황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현재 행정 위주로 된 주한미군사령부를 미 한국사령부(KORCOM)로 개편해 능력을 발휘하려면 2012년은 너무 급하다는 것이다. 한국사령부가 옮겨갈 평택 기지는 2015년 이후에야 완공될 예정이어서 당장은 한국사령부가 옮겨갈 자리도 없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은 한반도의 안보 여건을 고려한 바람직한 결정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상징인 한미연합사 해체를 뒤로 미루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가시적 상징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확장억제는 한국과 주한미군이 힘을 합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여기서 객관적 역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다. 확장억제는 어차피 정치적 약속이다. 그 약속에 신뢰를 더하는 것은 가시적 조치로 미국의 확장억제 방어 의지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에 한미연합사의 존재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다.

‘포스트 천안함’ 정국과 한미공조의 중요성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을 계기로 이제 한미 양국은‘포스트 천안함’ 국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한 지 35일 만에 채택된 의장성명은 천안함 사건이 역내 및 역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에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 아래 5개국이 참여한 민군합동조사단의 결과에 비추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하며,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러한 공격이나 적대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의장성명은 일부 강한 어조인데도 이 개탄할 공격의 주체가 누구인지, 이 사건의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의장 성명에서 사용한 ‘공격(attack)’이라는 표현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폭침됐다는 사실을 안보리가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며, ‘규탄한다(condemn)’는 표현도 상당히 강력한 외교적 수사에 속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 공격의 주체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의 책임자(thoseresponsible for the incident)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는 표현만 썼을 뿐 명시적 언급은 피했다. 물론 초안의 전체 맥락을 보면 북한이 공격의 주체임을 알 수 있지만, 우리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결국 우리의 안보리 외교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안보리가 인정한 것은 나름 성과지만, 북한을 이번 사태의 범인으로 확정하는 데는 실패해 우리 정부가 견지한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원칙은 탄력을 잃게 되어 진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금까지 안보리 외교에 올인한 우리의 외교전략은 의장 성명으로 김이 빠지면서 기로에 서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냉철한 평가를 통해 천안함 사태로부터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안보리 의장성명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의 본질이 아직도 냉전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면 천안함 사태가 반드시 우리의 외교적 손실만은 아니다. 안보리 성명에서 ‘북한’ 명시를 반대한 중국의 의도는 결국 북한 지역을 자신의 완충지대로 묶어두려는 의도를 확인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한때 중국의 일부 전문가나 한국 좌파들은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이 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실상 동북아 냉전구조를 유지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대북정책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천안함 사태를 자국의 군사적 위상 강화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국의 행태는 서해를 자신의 텃밭으로 간주하고, 북한 지역을 완충지대로 간주하는 냉전적 사고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러한 중국을 다루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흔들림 없는 한미공조이다. ‘포스트 천안함’ 국면에서 완벽한 한미공조야말로 안보리 의장성명의 손실분을 만회하는 수단이다. 한미 양국은 7월 21일 서울에서 개최된 외교·국방장관 회의인 ‘2+2’ 회담에서 최근의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한미 양국이 출구전략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천안함 이후 상황인식을 어떻게 공유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또한 천안함 사태가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동맹과 연대가 왜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

전작권 전환은 적합한 안보 여건이 조성되고 한국의 대북 태세가 준비된 시점에, 한미 양국의 건설적인 공감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만일 2012년에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자연히 순연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부터 2012년까지는 북한 급변 사태 가능성과 핵 도발 지속, 한국과 미국의 대선, 오산·평택 기지 이전 지연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각종 안보 위협이 중첩되는 상황 속에서 굳이 한반도 안보 태세에 중대한 변화를 실행하는 것은 재고할 이유가 충분하다. 2015년까지 북한발 안보 쓰나미를 피하고, 그동안 우리의 방위 역량을 충분히 보강하는 것은 한미 모두에 이익이다.

지금부터 2015년 사이의 기간에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전력증강을 차질 없도록 추진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2015년으로 전작권 전환연기를 발표하면서 더 이상의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번이 마지막 시한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 확보에 추호의 차질도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자유마당, 201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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