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선진국 시대를 열 남극 ‘장보고기지’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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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8-17 15:26:11
  • 분류 : 예전자료

해양선진국 시대를 열 남극 ‘장보고기지’에 거는 기대



세종기지에 이은 대한민국 두 번째 남극기지의 위치가 ‘테라노바 베이’로 정해졌으며, 이름은 ‘장보고기지’로 결정됐다. 공모를 통해 국민 모두가 함께 지은 이름이다. 3월에 공모한 2410개의 명칭을 대상으로 전문가 심사를 거쳐 9세기 해상무역의 선구자인 장보고의 이름을 따 제2기지의 명칭으로 결정한 것. 이제 해양시대를 향한 돛이 올랐다.


전승민 / 동아사이언스 기자


“조사위원회는 대한민국의 두번째 남극 과학기지로 남극 동남쪽 해안‘ 테라노바 베이(TerraNova Bay)’를 공식 추천합니다.”
대한민국의 두 번째 남극기지 위치가 사실상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3월 5일 오후 극지연구소 대륙기지건설추진위원회 김예동 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남극 제2기지 건설지 선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테라노바 베이를 제2 남극기지 후보지로 정부에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85명의 조사 대원이 지난 두 달 동안 한국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남극기지 후보지를 답사한 결과다.

지금까지 국토해양부는 인공위성 사진 등 간접적 자료를 분석해 두 번째 남극기지가 들어설 지역으로 서남쪽 ‘케이프벅스’를 내정해왔는데, 현지 조사단의 추천이 예상과 다르다보니 한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조사단의 추천을 거절하긴 어려웠다. 결국 국토해양부와 극지연구소는 직접 보고 조사한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극지연은 3월 17일 이를 발표하고 국토해양부 장관의 검토를 거쳐 3월 19일 국제기구에 기지 건설 허가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국토해양부는 이달 초 장보고기지 건설을 위한 민간 건설업체 입찰을 시작했다. 새 남극 과학기지의 본격적인 건설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안정성과 편의성이 뛰어난 ‘테라노바 베이’

남극 대륙기지는 극지환경을 연구하기 위한 ‘과학기지’다. 따라서 제1 조건은 ‘과학 연구를 위한 주변 환경’이 우수해야 한다. 과거 후보지로 꼽히던 케이프벅스와 장보고기지가 들어설 테라노바 베이의 과학기술적 조건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였다. 지질, 지구물리 연구는 주변에 넓은 암반층이 있는 테라노바 베이가 유력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빙하 연구는 거리가 더 가까운 케이프벅스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러 가지 편의시설, 안전성, 건설 편의성 등을 비교할 경우에는 테라노바 베이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대기와 기상 연구의 경우 케이프벅스 지역은 신규 기상 관측망을 구축해야 하지만, 테라노바 베이 지역은 주변 외국 과학기지와 연계해 연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인근에 이탈리아 과학기지, 독일 캠프 등 두 나라가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생활환경도 무시할 수 없었다. 많게는 수십 명의 대원이 고립된 채 살아야 하는 공간이니 주변 지형, 지반의 안정성, 안정적으로 물자를 보급받을 수 있는 수송 편의성, 날씨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테라노바 베이는 인근에 3개 호수가 있으며 이 가운데 기지 건설 후보지 북측 1.2km 지점에 자리한 호수는 110×72m 크기로 약 3000톤의 수량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악천후 등으로 식수 보급이 불가능하고 해수 담수화 설비 등이 고장 날 경우엔 비상 식수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바닷가는 기지 후보지에서 250m 정도 거리로 아주 가깝다. 인근에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빙하로 된 천연 활주로도 갖추고 있다. 땅이 비교적 넓어 추후 확장성도 높은 데다 기지 건설을 위한 공사 역시 편리하다. 배를 해안에 바로 정박시킬 수 있어 대규모 하역도 가능하다.

자원 보고 남극 개발의 선두가 될 ‘장보고기지’

장보고기지는 2014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대지 2만2000㎡에 연면적 4232㎡규모의 친환경 기지로 건설된다. 이 규모는 1988년 현대건설이 완공한 1차 남극기지인 ‘세종기지(4318㎡)’와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세종기지가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조립식 건물로 돼 있는 데 비해, 장보고기지는 최첨단 친환경 모듈형 건축물로 건립될 것이란 게 국토부 설명이다. 본관과 연구동으로 나뉘어 있으며 총 공사비만 94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왜 이 같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새 기지를 건설하는 걸까. 남극에 진출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순수한 의미의 과학기술 연구 때문이다. 남극은 인간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극한 환경으로, 이곳에 살고 있는 미생물과 생물 하나, 온도 변화 1℃가 과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장보고기지가 완성되면 우리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의 연구기지를 보유한 국가가 된다. 남극 중심부에 과학기지를 건설했다는 사실 자체로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이 선두 그룹에 속했음을 보여준다. 이제까지는 선진국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새로운 환경과 기술을 개척해 기초과학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극지를 탐험하는 ‘수익이 되지 않는 일’ 역시 선진국의 몫이었다. 그런 우리나라가 이제는 모방 단계를 벗어나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증거인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남극이 ‘자원의 보고’라고까지 불리는 금싸라기 땅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60배 크기인 남극대륙에는 마지막 자원의 보고라 불릴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와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다. 이곳의 자원이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 그러나 이런 자원 개발에 앞장서는 국가가 국제사회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고, 국가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남극 환경을 연구하려면 지금까지 남극 북서쪽 작은 외딴섬에 자리한 세종기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곳은 남극대륙 영역이지만 여름이 되면 풀이 자라나는 등 그렇게 춥지 않은 곳이기에 극지를 연구하는 진정한 장소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세종기지 건설 후 22년이 지난 지금, 전문가들은 “지금도 늦었으니 조속히 장보고기지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한국이 남극에 지을 두 번째 보금자리 ‘장보고기지’를 통해 대한민국 과학자의 역할에 한층 더 큰 기대를 해본다. 인류 전체를 위한 봉사자로서 역할과 미래의 자원확보를 위한 높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다.(자유마당, 201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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