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진단 - 경제위기 대책 ‘출구전략’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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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7-19 11:09:18
  • 분류 : 예전자료

■ 시사진단

경제위기 대책 ‘출구전략’ 이미 시작됐다
- 지속적인 경제성장 위해 불가피한 금리인상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세계경제위기라는 상황 속에서, 작년 봄부터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 경제는 금년 들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OECD, IMF 총재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의 많은 수장이 우리나라의 금리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상반기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 부장

우리 경제의 지난 1분기 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1%로 발표되었다.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 가능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실물경기 지표는 개선 추세가 다소 완만하긴 하지만 회복 속도가 정상화되는 견실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경제가 국제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지속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출구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금리인상과 관련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시사 용어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생소한 단어인 ‘출구전략’이란 국제금융 위기로 인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취한 비정상적 경기부양정책들의 정상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출구전략’보다는 ‘정책정상화’가 보다 적합한 단어라고
하겠다. 정책 정상화의 이유는 위기 상황에서는 용인될 수 있었던 정책도 경기 회복기에서는 과도한 정책적 개입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건전한 경쟁 시장을 육성하고 구조개혁을 통해 장기 지속 성장의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감안할 때, 정책 정상화는 그 자체로 중장기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라 하겠다.

금리인상은 통화정책 정상화 방안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경제도 넓은 의미에서 정책 정상화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의 일시적 확대 등 위기 직후 급박하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비상조치들은 대부분 철회되었다. 이러한 조치의 철회는 경기의 급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하는 전통적인 경기 대응정책인 재정정책, 통화정책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경기 회복 과정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재정정책의 경우에도 정부가 긴축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2010년 예산도 전년 대비 다소 긴축적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작년과 재작년의 대규모 재정 확대를 감안할 때 정상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재정 건전성의 조기 회복을 목표로 적극적인 세입·세출 구조조정을 병행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장기적인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연금·의료 등 의무 지출 분야에 대한 재정 규율을 확립해 지출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며, 비과세 감면의 경우에도 그 범위와 수준을 엄격히 관리해 세입 기반을 확충해나가야 할 것이다.
통화정책의 경우에는 대표적 정책 수단인 기준금리가 위기 이전의 5.25%에서 2.0%로 크게 하향 조정된 바 있는데, 이 같은 초저금리 상황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어 정책 정상화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 즉 금리인상의 시점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경기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들에서 금리인상을 비롯한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우리의 금리 정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한다. 호주는 작년 10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지난 5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0%에서 4.5%로 인상했고, 노르웨이도 작년 10월부터 1.25%이던 기준금리를 0.25%p씩 두 차례 인상했으며, 인도도 4.75%이던 기준금리를 3월과 4월에 0.25%p씩 인상했다. 캐나다도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지난 6월 1일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금리인상의 시점과 속도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확대되면서 이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따라서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금리를 정상화해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도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금리인상 지연으로 물가 불안 부작용 초래

통화정책 정상화, 특히 금리인상의 주된 논거는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 상황이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유지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급등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경기 급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과거 국내외의 자산시장 버블 경험은 공통적으로 위기 이후 경기 회복기에 확장적인 통화정책이 지속되는 경우 심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 이후 코스닥시장 버블 형성과 붕괴, 그리고 2002년을 전후로 하는 가계신용 버블의 형성과 붕괴 과정에서 경기 급변동을 경험한 바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가장 가까운 예로서, 미국의 중앙은행은 IT 버블이 붕괴하고 9·11 테러가 발생한 2001~2002년에 공격적으로 인하하던 금리를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에도 오랫동안 낮은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주택가격 버블을 크게 심화시켰으며, 결국 최근 경기 침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촉발한 것으로 거론되는 1980년대 말의 부동산 버블도 저금리정책과 분리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 중앙은행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경기가 하강하고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목표 금리를 크게 인하했으나, 1988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었는데도 금리 정상화를 지연시킴으로써 부동산 버블이 심화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금리인상이 지나치게 지연되어 물가 불안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 뒤늦게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급하게 추진하면서 경제에 불필요한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으로 비교적 낮게 유지되고 있으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와 국제 유가의 상승세 등에 따라 국내 물가에 대한 단기적 상승 압력도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최근까지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환율 하락세도 둔화되면서, 앞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물가 하락 요인도 점차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부작용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지금부터라도 초저금리 정책 기조의 단계적 정상화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남유럽의 재정 문제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세계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우려도 확대되고 있으나 더블 딥, 즉 세계 경제 전반의 급격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정책의 정상화를 마냥 지연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한 세계 경제의 위기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주의가 요구되지만, 금리 정상화가 과도하게 지연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대출 부담은 경제 안정 비용으로 인식해야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기준금리의 인상은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인데, 현재 2.0%의 기준금리가 지극히 부양적인 수준이며 정상 수준의 기준금리로 되돌리는 과정을 점진적인 속도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기 위해서도 정책 정상화 과정을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기준금리가 향후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금융시장의 불필요한 동요를 예방할 필요도 있다.
금리인상은 채무가 많은 일부 가계와 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무겁게하고 이에 따라 경제 전반의 수요가 위축될 수 있으나, 이러한 결과는 향후 물가 불안으로 인한 서민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이러한 비용은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며, 사회안전망 등의 정책 수단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다.
금리정책의 정상화는 중장기 성장 잠재력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대내외 여건 변화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경제 구조조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한계부실기업 퇴출 기능을 정상화시킴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금리인상은 충분조건이 아니며,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금리 정상화와 더불어 경제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었다. 따라서 당시 나카소네 내각은 엔고로 촉발된 새로운 국내외 환경 아래 새로운 발전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적 반발 등으로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상당 기간 지연되면서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보다는 엔화 절상의 부정적 영향을 단기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책 중심의 정부 역할에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결국 이는 일본이 1990년대 경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경험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구조조정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경제 안정과 성장 잠재력 확보에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우리 경제도 이제는 금리인상 논의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위기극복 이후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필요한 경제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목표로 경제정책의 중심을 구조조정정책 위주로 전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에너지를 집중할 시점이다.(자유마당, 201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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