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의 대중외교 방향

  • No : 38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6-18 15:40:50
  • 분류 : 예전자료

■글로벌 이슈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대중외교가 나아갈 방향
미․중 관계 속 한․중외교의 실리를 찾아라!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무력 도발에 의한 것이 드러남에 따라 한국의 외교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는 천안함 사건이 남북한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을 넘어서 국제적 안보 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안함을 둘러싼 외교전의 관건은 중국의 태도다. 과연 한중관계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인가.

이태환 /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5월 24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천안함 사건 원인에 대해 국제조사팀이 제시한 증거들은‘거부할 수 없고 압도적인(compelling and overwhelming) 것’이라고 논평하고 안보리가 이 문제를 다루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하토야마 일본 수상은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대통령이 발표한 대북 제재 조치를 지지하면서 “북한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명백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도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천안함을 둘러싼 외교전의 관건은 중국의 태도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남북한 간의 대중외교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천안함을 둘러싼 남북한 간의 대중외교전은 이미 상하이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3일 후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이루어진 데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상반된 입장을 가진 남북한이 중국의 지지와 협조를 구하는 데 대해 중국은 양쪽 입장을 들어가면서 신중히 이 문제를 다루어나가겠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입장과 행태를 두고 한국의 대중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상하이를 방문해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며칠 뒤, 북한의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별 실속이 없는 관계 아닌가 하고 반문한 전문가가 많았고 한국 외교가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연 한중관계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인가? 그야말로 외교전이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외교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엇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중 입장과 미․중 관계 변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해나가야 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중 입장 중요

한국 정부가 5월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을 통해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됐다고 공식 발표하고, 유엔 안보리 회부와 대북 강경 조치들을 취하면서 다시 한번 중국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항모가 서해에서 한미연합 대잠수함 훈련과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해상 차단 훈련을 하게 되면 중국의 안보 이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 표명과 중국의 대북 제재에 중국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미 백악관이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 발표가 이뤄진 뒤에 공식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4일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대국민 담화에 대한 대변인 명의의 공식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2차 북한 핵실험 후에도 한 차례의 성명 발표가 있었던 것과 비교되는 일이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휴전협정 위반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의 재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추가 공격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국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라고 미군 사령관들에게 지시하고, 정부기관에 북한 관련 기존 권한과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방중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개막식 연설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중 양국이 천안함 사건에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중국의 행동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천안함 사건은 남북한이 해결할 문제로 보고 이 문제를 국제화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다이빙궈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대립을 격화시키고 전쟁을 선동하는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 어떤 형태의 전쟁도 반대한다”는 일반론을 주장하며 미국의 대북 제재 협조 요청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국은 그동안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신중한 자세 견지’, ‘구체적인 증거 제시’를 주문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발표에도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가 제공한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의 대북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천안함 사건과 중국의 대북정책

중국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북한의 안정적 관리이며, 이를 통해 북한 체제의 붕괴를 방지하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중국의 경제 발전에 필수적이며,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불안정은 곧 중국 경제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북한을 관리해 급격한 변화나 불안정한 요인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대북 경제 원조를 약속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치적 안정의 조건인 원만한 권력 승계를 포함해 경제적 안정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북진흥계획에 따라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 개방 선도구 계획을 추진하고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 대교, 훈춘과 나진을 잇는 도로공사에 착수했으며 나진항을 통한 동해 출해권을 확보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비대칭적 상호의존 관계에서 이제 북한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관리하고자 한다. 원자바오 총리 방북 시 약속한 무상원조가 지연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 측면만이 아니라, 중국이 6자회담 참가를 유도하고자 하는데 북한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6자회담 전제 조건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미·중·북 3자회담을 요구해 왔고, 경제지원이 북핵 포기의 조건이 될 수 없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김정일 방중 시 6자회담 재개의 조건이 조성되기를 바란다는 표현도 이러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데 연미억북(連美抑北 : 미국과 협력해 북한을 억제함)의 측면도 고려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를 막고 확산을 막는 데 어느 정도 미국의 협력이 필요함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고려하는 것은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했을 때 안보리의 북한 제재 결의안 1874호에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의 국가 이익을 침해하는 사태로 보고 북한이 쓰러지지 않을 만큼 제재를 하는 데 동참했고, 경제원조를 하는 데도 유엔 안보리 규정을 어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은 북한의 어뢰 발사 공격에 의한 침몰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일 것이다. 추이톈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5월 24일 미․중 전략경제대화 관련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건을 적절히 처리하는 것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이 각국 인민의 공통된 열망이며 유관 당사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언급한 데서 그러한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칭하대 류장융 교수가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어느 측에 있든 중국은 일방의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무조건 북한 말을 믿고 이를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다. 김정일 방중 시 중국은 양국의 내정^외교 문제, 국제^지역 정세, 국정운영 경험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전략적 소통 강화를 요구했다. 이는 권력 승계, 핵개발 관련 사항, 북미 간 협상 내용을 중국에 미리 알리고 협의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을 중국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실시했으며, 미국과 북한 간 대화 내용도 중국 측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중국은 생각한다. 따라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러한 토대 위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지렛대를 증대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대중외교,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한 이해 구해야

천안함 사건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보는 견해들이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관련 사안에서 한중 협력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는데도 중국이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한이나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저지른 행위임을 확인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주장하는 대북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러면 대중외교에서 어떠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가.
우선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미 공조가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 없지만, 한미관계 강화와 공조가 대중외교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발전을 위해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한중 양국의 소통을 통한 신뢰 구축과 더불어 지역안보 협력문제에서 폭넓은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천안함 관련해 단기적으로 중국이 한국이나 미국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 어렵다면 한국이 대중외교에서 해야 할 일은 안보리에서 묵시적 동의나 기권, 한국의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한 이해와 지지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이러한 사건의 재발 방지다. 남북한 간의 일로 치부하려는 중국에게 이 문제가 왜 중국의 동아시아 평화와 발전에 중요한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국제사회와 중국에 제시하도록 해야 하며, 한․중 간에 재발 방지책에 대한 협의를 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한중 양국 간 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반도와 관련한 중국의 이해가 민감한 부분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가 쌓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력할 때 그 결과가 한반도 통일 과정과 동북아에서 미․중의 역학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장기적으로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핵문제만이 아니라 북한의 급변 사태 시 발생할 수 있는 대량난민 문제나 북한 체제 문제, 한반도 통일이 초래할 동북아 역학구도 문제 등 중국이 염려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 간 다층적 대화 채널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협의체제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자유마당, 2010년 6월호)

네티즌 의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