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풍향계 / 천안함 후폭풍과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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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6-18 15:39:32
  • 분류 : 예전자료

■ 한반도 풍향계


천안함 후폭풍 ‘적극적 억제’로 돌파한다
南 초강경 대응 vs. 北 ‘전면전쟁’ 선포


김창권 / 한길리서치 대표

6·25전쟁 60주년을 꼭 한 달 앞둔 2010년 5월 25일, 전날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사태 대국민 담화’에 대해 북한은 ‘전면전쟁’을 포함한 강경 조치로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 이날 주가는 44.10포인트 폭락하고 환율은 35.50원 급등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 때문’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지난 5월 20일 공식 발표되면서 한반도가 긴장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천안함 사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군의 대응이 전례 없이 단호하고, 북한의 위협과 반발도 매우 노골적이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전 기관에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5월 25일 “오극렬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이 20일 오후 7시쯤 자체 방송망을 통한 담화문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전군, 인민보안부, 국가보위부,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에 만반의 전투태세에 돌입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북한의 무력 기습, 용납하지 않을 터”

이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는 5월 21일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24일 발표된 대국민 담화에서 잘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행위이며, 유엔헌장과 휴전 협정, 남북기본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명백히 규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5월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앞으로 북한이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보다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나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나가겠다”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북한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떠한 해상 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남북 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이라며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 도발이다.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고귀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류나 협력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오전 담화에 이어 현인택 통일부장관도 같은 날 오후 정부종합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외교, 통일,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3개 부처 합동 ‘천안함 사태 관련 대북 조치’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간 교역이 중단되고, 개성공단·금강산지구를 제외한 우리 국민의 방북도 일체 불허된다. 대북 신규 투자도 금지되고 순수한 인도주의적 목적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및 북 주민 접촉도 제한된다”라고 덧붙였다.

육해공 전방위 압박에 북한도 노골적 적의

북한에 대한 해상 봉쇄에 따라 해군은 제주해협에 진입하는 북한 상선 차단을 위해 지난해 5월 아덴만에서 해적선에 나포될 뻔한 북한 상선 ‘다박솔호’를 구조한 한국형 구축함 ‘문무대왕함’을 25일 투입했다. 이로 인해 이날 북한 상선은 제주해협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국방부도 24일 천안함 침몰 사태에 따른 대북 조치의 하나로 일단 대북 심리전을 재개한 상태다. <자유의 소리>라는 이름의 심리전 방송은 FM으로 송출된다. 1962년부터 전파를 탔으나 2004년 6월 4일 남북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6월 14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방송이 중단 6년 만에 다시 북녘 땅으로 전파를 송출하기 시작한 것.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실시하던 대북 전단지 살포 작전도 5월 25일 저녁부터 재개됐다. 전단지에는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 어뢰공격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응, 국제 소식 등이 담겼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강한 바람이 불 때 전단지를 살포하면 북한이 성지화한 평양 대성산 혁명열사릉까지 날아가 북한군과 인민보안성 요원들이 이를 수거하느라 홍역을 치른다고 한다. 전단지 내용을 주민이 보게 되면 사상적 동요가 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서다.
여기에다 MDL(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한 대북 심리전도 곧 재개할 예정이다. 전기 사정이 열악한 북측은 대형 전광판을 운영할 수 없지만, 우리 측은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밝은 전광판으로 심리전을 구사한다. 이 전광판은 탈북하는 북한군 장병들에게 길 안내 역할도 한다.
육지에 이어 하늘에선 미군과 공조해 휴전선 상공의 U2 정찰기 활동과 인공위성 첩보활동을 강화한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25일 주한 미 해군사령관인 피트 구마타오타오 준장을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만나 연합 대잠수함 훈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역내외 해상 차단 훈련 등 대북 조치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 해군 당국은 6~7월 중 서해에서 실시하는 연합 대잠수함 훈련에 미 7함대 소속 항모전단을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상 사격 능력 향상을 위해 폐선박을 적의 함정으로 가장해 실제 잠수함에서 어뢰를 발사하는 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북한을‘주적(主敵)’으로 인식하는 군 작전 개념을 부활키로 했다. ‘북한=주적’이란 개념이 부활하는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6년 만이다. 정부가 주적 개념을 부활키로 한 것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명백한 군사적 도발로 규정하고, 추가 도발 시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는 등 ‘적극적 억제’ 원칙을 도입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당분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함 폭침을 ‘북한 소행’으로 지목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이어 북한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천명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정부 발표가 잇따르면서 북한도 대남 위협 수위를 급격히 높여가고 있다. 특히 우리 군이 육해공 전방위로 대북 압박에 나서자 북한은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1일 “이 시각부터 현 사태를 전쟁 국면으로 간주하고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그에 맞게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우리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엄중한 도발로, 노골적인 선전포고로 낙인한다”며 북한 소행임이 명백하게 드러난 결정적 증거물에 대해서도 “어디서 주워온 것인지 알 수도 없는 파편과 알루미늄 조각 같은 것을‘증거물’로 내놓았다”며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이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된 24일에는, 우리 측이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에서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경우 이를 조준 사격해 격파하겠다는 노골적 위협까지 가해왔다.

주변국 입장과 6자회담 역학관계

남과 북이 이처럼 ‘단호한 대응’과 ‘무자비한 징벌’로 수위를 높여가면서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있지만, 한반도 주변 4강의 움직임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5월 25일 베이징에서 제2차 전략경제대 화 이틀째 회의를 열어 천안함 문제를 다루었다.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는 이날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유명환 장관을 만나 천안함 문제를 논의했다. 우다웨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중국의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말하면서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문제의 키를 쥔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위기 확대를 바라지 않는 듯하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취할 조치들의 목적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고, 중국 장위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시종일관 대결보다는 대화가, 긴장보다는 화해가 낫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6자회담 조속 재개를 원하고 있고, 미국 측도 현재는 천안함 사태에 따른 한미 공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6자회담을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천안함 침몰 사태 파장이 다소 가라앉고, 6자회담 당사국을 중심으로 회담 재개 필요성이 힘을 얻으면 남북이 6자회담을 매개로 불편한 관계 속에서 그나마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남북 간 강대강 구도가 6자회담이라는 외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천안함 침몰 사태에 따른 대북 대응을 하면서도 6자회담 재개에 대비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밝힌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군사적 대결이 아니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다. 한민족의 공동번영이다. 나아가 평화통일이다”라고 강조한 대목도 다시 한번 곱씹어볼 만하다. 또한 “북한 정권도 이제 변해야 한다. 무엇이 진정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의 삶을 위한 것인지 현실을 직시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한 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천안함 후폭풍으로 남북관계의 시계(視界)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어둡다. 우리 모두 냉철한 시각을 갖고 대처해야 할 때다.(자유마당, 201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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