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

  • No : 380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5-18 11:49:04
  • 분류 : 예전자료

내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


6·2 지방선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운동 현장에 가보면 후보자와 선거 사무 관계자들은 한 장의 명함이라도 더 돌리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반면, 이를 대하는 유권자의 모습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난 것처럼 외면하고 무시하거나 선심 쓰듯 건성으로 명함 한 장을 받아주는 모습이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내 의견을 정치에 반영해줄 사람을 내 손으로 뽑는 선거, 이래도 좋을까?


이용섭 / 선거연수원 교수기획부 전임교수

가장 최근에 치른 2008년 제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투표율이 46.1%였다. 50% 미만의 투표율은 처음이었으며, 이는 선거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이기도 했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실시한 역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율을 비교분석해보면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율이 75.8%로 최고를 기록한 반면, 선거를 치를수록 투표율이 낮아져 20년 만에 투표율이 29.7% 떨어졌다. 선거를 한번 치를 때마다 평균 5%씩 떨어진 셈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역대 지방선거가 국회의원 총선거보다 투표율이 8~9% 낮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지방선거에 사상 최악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투표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 정치인 탓?

그럼, 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일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난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 시 유권자 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가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 38%,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24%,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어서 16%, 후보자에 대해 잘 몰라서 12%, 개인적인 일 때문에 10%’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권자의 의식이 선거 현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 투표를 하지 않는 원인이 과연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에서와 같이 정치인만의 탓일까?

후보자가 선거에서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할 수 없다면 당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지역 주민이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것, 그것뿐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정치가 바로 설 것이고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 1위의 나라가 될 것이다. 결국 선거가 정치를 바르게 하는 길이요, 국가 경쟁력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선거를 치러왔는가? 과거 선거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후보자의 절박함에 편승해 처음에는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표를 주었으며 선거가 거듭됨에 따라 막걸리는 검정고무신으로, 검정 고무신은 식권으로, 식권은 현금 봉투로 바뀌었고 후보자는 더욱 대담해졌다. 그 과정에서 후보자는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법을 쉽게 익혔다. 이렇게 선거 때마다 항상 문제가 되는 돈 선거, 비방 선거가 싫고 정치인이 싫어서 아예 선거에 관심도 없고 참여도 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

낮은 투표율의 가장 큰 문제는 침묵하는 다수의 유권자 의사가 무시되고 선거 결과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후보자는 자신이 가진 조직과 자신이 관리하는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당선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동창회·향우회·종친회 그리고 지역모임 등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되고 학연·지연·혈연에 의한 소지역주의가 나타나며 선거가 지역을 분열시키는 원인이 된다.

선거일이 되면 학연·지연·혈연에 얽매인 사람들은 투표를 해야 할 뚜렷한 목적과 대상이 있어서 투표를 하러 가는 반면, 대부분의 유권자는 선거에 관심이 없어서 또는 투표할 후보자가 없어서 투표를 하러 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표자가 당선될 것이고 유권자는 그들을 위한 들러리를 서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전체 유권자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후보자가 당선되는 것이다.

유권자 손으로 정치를 바꿀 기회!

선거는 한마디로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우리가 생각을 바꾸고 실천을 한다면 언제든지 확 바꿀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쉽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금품 제공이나 불법 행위를 보면 신고하고, 내가 원하는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기만 하면 된다. 즉, 평소 불법 행위를 보면 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 한 통만 하면 되고, 선거일에 투표소에 한 번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이것을 하지 않았기에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정치인은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불법 행위가 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아무리 시켜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유럽 국가의 선거 참관을 다녀온 동료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선거 기간 중 선거 사무 관계자와 유권자를 만나서 불법 행위로 어떤 것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반문하더라는 것이다. 그들은 불법 행위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가 불법 행위를 하면 유권자가 바로 신고를 할 뿐 아니라 표를 주지 않기 때문에 후보자 스스로가 불법 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책을 통한 경쟁을 하게 되고 당선되면 정책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평가해서 다음 선거에 투표로 심판한다. 곧 선거가 정치를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역할하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불법 행위를 보면 신고하고 대다수의 유권자가 투표를 한다면 후보자는 절대 꼼수를 부릴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 중심의 선거가 될 것이고, 당선자는 지역 주민을 섬기는 정치를 할 것이다.

지난 4월 선거연수원에서 ‘2010한·스웨덴 민주시민 교육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당시 스웨덴의 한 참석자로부터 지방선거 투표율이 80%라는 상상할 수 없는 얘기를 들고 놀랐고 투표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듣고는 또 한 번 놀랐다. 한마디로 투표 참여는 ‘정치적 습관’이라는 것이었다. 스웨덴 국민은 어릴 때부터 ‘참여’라는 민주시민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정치 참여는 기본이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그들이 왜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한 ‘2009년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4위에 올랐는지를 알 수 있었다.

선거는 생활이다. 오는 6월 2일 가족 모두 손잡고 투표를 하러 가야 한다. 정치를 바꾸고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는 큰 뜻에서도 좋고 자녀 교육을 위해서도 좋다. 또 내가 해야 할 의무를 위해서라도 좋다. 무엇을 위한 것이든 꼭 투표소로 나가야 한다. 그럼 나도 이 나라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자유마당, 201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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