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세습' 북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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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11-17 18:10:25
  • 분류 : 예전자료

핵 포기와 개혁·개방 없이는 앞길 막막
체제 유지 위해 ‘3대 세습’ 공식화한 북한의 선택과 미래


1948년 9월 소련의 비호 아래 김일성이 출범시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그의 아들인 ‘김정일’에 이어 손자인 ‘김정은’으로까지 마침내 단말마(斷末魔)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3대 세습’의 서막이 한반도의 북단에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강석승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대우교수


김정일-정은 권력 이동, 김씨 왕조 시대 열려
그동안 내외 일각에서 44년 만에 열리는 북한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2010년 9월 28일)를 놓고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설마’ 하던 우려가 거의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스위스 베른의 한 공립학교에 다녔다는 전력이 있는 올해 27세에 불과한 김정은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조선인민군 ‘대장’이라는 군사 칭호와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회 ‘위원’ 자리에 올라 3대 세습을 공식화한 가운데 고모인 당 경공업부장 김경희에게도 ‘대장’ 칭호와 함께 당 중앙군사위 위원, 고모부인 당 행정부장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에게는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가 주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설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발탁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인 리영호는 ‘차수’로 진급함과 동시에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까지 차지함으로써 김정은의 후계체제 구축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된다.

또 ‘청년동맹 1비서’ 출신인 최룡해가 ‘대장’이라는 군사 칭호를 받음과 동시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당 ‘비서’로까지 낙점된 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이로써 북한 체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일성가’ 세습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이른바 ‘피붙이 국가’화하고 있는 것이며, 그 저변에는 친인척으로 짜인 ‘김씨 집안’이 성골로 자리 잡은 왕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전조(前兆)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최근의 예로는 지난 2009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에서 그 대강을 찾아볼 수 있다. 이 헌법 제1조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회주의국가”라고 규정하면서 제4조에서는 “공화국의 주권은 노동자, 농민, 군인, 근로 인텔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헌법 서문에서는 앞의 규정들이‘김씨 왕조’의 세습을 보장하고 장식하기 위한 ‘빈말’에 지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니, 여기서는 ‘김일성’이라는 이름이 무려 17번이나 등장하기 때문이다. 즉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한 김일성이 조선의 창건자이고 조선의 시조”라고 규정하며 “조선 인민은 수령 김일성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모시고 김일성의 사상과 업적을 옹호 고수해나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주권을 가진 근로인민들이 국가의 정책이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주권자’가 아니라 ‘영원한 주석’인 김일성과 그 후손을 대를 이어 영원히 모셔야 하는 종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국가가 ‘공화국’일 수 있겠는가?

또 1980년의 제6차 당 대회에 이어 30년 만에 당 규약을 개정해 ‘공산주의’라는 용어 대신 ‘선군정치’를 삽입함으로써 군부를 중심으로 핵과 미사일을 통해 인민을 가렴주구(苛斂誅求)해나가겠다는 강한 시사를 하고 있다. 즉 당 규약의 서문에서는 당의 최종 목적을 기존의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 건설”에서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인민 대중의 완전한 자주성 실현”으로 바꾸었으며, 당의 당면 목적도 종전의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완전 승리”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바뀌었다.

특히 “청년동맹에 대한 당의 영도 강화”를 명시함으로써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 확립 작업에 당의 외곽 기관인 ‘청년동맹’을 적극 활용할 것임을 짙게 시사했고, “군에 대한 당의 통제 강화”를 통해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당을 통해 군을 장악한 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명기한 점도 눈에 띈다.

이렇듯 김정은이 ‘벼락 출세’를 통해 권력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말하자면 3대 세습체제를 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난 2008년 하반기 이래 김정일의 건강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김정일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그 측근들이 이를 감안해 서둘러 세습체제 구축에 조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세사에서 보듯이 3대에 걸쳐 세습에 성공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으며, 더욱이 “군인과 군대는 국경을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체제를 지키지는 못한다”는 말처럼, 그리고 군사력에만 의존하던 동유럽이나 남미의 독재국가들이 비참한 말로를 겪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전철을 거의 그대로 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세사 통틀어 ‘3대 세습’ 성공한 국가 없어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정일은 자신의 막내아들을 권좌에 앉히기 위해 지난해 1월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내부적으로 ‘국경절’로 격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왔고, 12월부터는 세습체제 구축에 필요한 재정자금 마련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부터는 이른바 ‘150일 전투’니 ‘100일 전투’니 하면서 인민의 피와 땀을 짜내면서 김정은으로의 세습 기반 구축에 진력해왔다.

그런데도 화폐개혁은 실패로 끝났고, 이를 분식시키기 위해 그 책임을 물어 당 계획재정부장이던 박남기를 비롯한 자신의 심복을 ‘희생양’으로 몰아 공개 처형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으나 북한 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더욱이 김정일의 경우는 32세 때인 1974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중앙위원회 ‘정치위원’으로 선출되어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었으나, 이로부터 무려 20년간 김일성이 사망할 때까지 그 기반만을 다졌을 뿐 권력 전면에 직접 나서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이번 김정은의 경우는 매우 파격적이고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세계적 코미디’로밖에 인식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폭우 등 자연재해는 가뜩이나 어려운 인민의 생활을 아사 상태로 몰아가는 가운데 김정일 정권에 대한 인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은 그 배출구로 ‘천안함 폭침’이라는 반인륜적 도발을 자행했고, 이에 따라 지금 북한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받고 있다.

우리 속담에 “3대 정승 없고, 3대 거지 없다”는 얘기가 있는 것처럼 민심을 도외시하고 자기 일가만의 부귀영화와 권력 탐닉을 위해 2400만 여 명에 이르는 인민을 타고 앉아 있는 김정일 정권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김정일과 그 측근 세력들이 ‘선군정치’를 부르짖는 가운데 “오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패를 다는 해로 만들자” 역설하고, 이를 위해 인민을 다그친다고 해도 전면적인 체제 개편과 정책 전환을 하지 않는 한 그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 당국이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는 직간접적으로 도와줄 수는 있겠으나, 날이 갈수록 포악해지는 반인권 국가이자 병영 국가인 독재세습국가 북한이 전 세계적 조류이자 시대적 요청인 개혁·개방으로 나아가지 않고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마약 밀매나 테러 수출 등 각종 국제적 불법행위를 지속한다면 ‘G2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으로서도 지금처럼 북한을 지키고 보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김일성이 1950년대 후반에, 그리고 김정일이 1990년대 후반에 그러했던 것처럼 권력 교체기에 반드시 찾아올 ‘피비린내 숙청’이 일어난다면 북한 정권 자체가 궤멸되는 원인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고 시도할지 모르는 호전적 도발을 경계하면서 예고 없이 찾아올지 모르는 ‘북한 급변 사태’를 대비해 그 준비를 보다 철저하고 완벽하게 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일성은 소련 점령군이 물려준 권력에 정적을 가차 없이 숙청하는 이른바 ‘총구(銃口)의 힘’과 자신의 항일 빨치산 활동을 날조·조작, 분식·극화해 만들어낸 권위를 얹어 세습왕조의 기반을 닦았으며, 여기에 소련파, 남로당파, 연안파 등을 ‘종파세력’으로 몰아 숙청했다. 이런 피비린내 나는 숙청은 그 아들인 김정일 대에 와서도 거의 그대로 재현됐는데, 1990년 후반 3년간의‘유훈통치 내지 조문정치’를 끝낸 김정일은 이른바 ‘심화조사건’을 통해 혁명 1세대들을 무참하게 숙청했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의 뇌관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주민들 사이에서 ‘극비 사항’으로 금기시해 오던 김정일과 김정은의 개인적 사생활인 것이다. 도대체‘샛별대장’, '청년대장’인 김정은의 ‘엄마’가 누구인가 하는 매우 기초적이면서도 원초적 사항이다. 그동안 최고위 간부들에게 김정은의 초상이나 어록도 배포됐고, 그를 찬양하는 ‘발걸음 척척척’이라는 노래가 전국적으로 회자될 만큼‘ 신비주의’가 먹혀들었지만, 정작 그 ‘엄마’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하기엔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명목적으로 장남인 ‘정남’(성혜림의 아들)이 엄연하게 활동하고 있고, 무용수 출신인 ‘고영희’와의 사이에 태어난 ‘정철’(그는 엄연하게 정은의 친형이다)을 젖혀두고 왜 막내아들인 ‘정은’을 택했는가에 대한, 그리고 김정일의 사생활에 관한 의문은 ‘정치적 생명과 육체적 생명을 한순간에 날려보낼 위험이 매우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이야말로 한반도에 주어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변화를 촉진하는 매우 유연하고도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체제’ 가시화가 그 서막을 알리던 무렵 외무성 부상 박길연이 유엔 총회 연설(9월 29일)을 통해 “우리의 핵 억제력은 결코 포기할 수 없으며,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한 점만 가지고도 핵무장이 김일성 공산 왕조의 세습을 동원할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을 내외에 선포한 증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급변 사태’ 대책 시급한 때

21세기를 맞아 전 세계 국가가 너나 할 것 없이 ‘화해와 협력’을 지향하는 가운데 고도로 발달한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해 자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데, 유독 북한만이 봉건적 왕조 시대의 수많은 문제와 모순을 드러내는 반인륜적이고 폭압적인 세습왕조체제를 복원하고 있으니 그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미루어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날이 갈수록 악화만 되고 있는 김정일의 건강과 경제난, 권력 이양에 따르는 집권층 내부의 갈등과 반목, ‘형제난’과 이에 따른 숙청 가능성, 중국과의 ‘대를 이은 친선 우호관계’ 지속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의 움직임 등 내우외환은 북한 체제의 존속이나 유지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물론 ‘3대 세습체제’를 강행한 북한 체제는 이러저러한 이유와 명분을 대면서 나름대로 그 정당성이나 정통성을 선전, 선동하는 가운데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이 아무리 핵실험이나 미사일 개발을 통한 ‘핵 억제력 강화’에 변곡점을 찍고 강성대국론을 주창해도 ‘특단의 개혁·개방 조치와 성난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수습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정권 자체의 궤멸을 불러올 개연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한반도 주변 4국을 대상으로 결코 “북한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가운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국제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투철한 안보의식을 바탕으로 한 국방력 배양에 힘써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월간《자유마당》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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