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 No : 457
  •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4-05-07 16:34:52
  • 분류 : 예전자료

집중해부 / 북한 김정은 체제의‘안정성’


‘백두혈통’중심 권력 강화…변화 거역에는 역부족


2009년 베일에 가려 있던 북한의 젊은 후계자가 공식 등장하자 3대 세습의 우려와 함께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은둔의 지도자’였던 아버지와 달리 공개적이고 시원시원한 그의 행보에서 북한이 대결 기조를 접고,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마저 나왔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보다 더한 강경 철권통치의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대남 도발로 점철된 이 드라마는 지난해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으로 정점을 찍은 듯하다.



◇ 지난 3월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 모습


지난해 말 숙청에 이어 처형 되기 전까지 장성택은 명실상부한 북한의 권력 2인자로 당·군·정을 통틀어 확고한 입지를 유지했다.


당 차원에선 공안기관을 통제하는 행정부장으로서, 내각 차원에선 외자 유치와 경제특구 조성업무, 체육사업을 책임지는 각종 직책의 수장으로서 활약했다. 또한, 북한 정권의 자금줄과 문화 체육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


그러나 장성택은 지난해 말반국가적 반인민적 범죄행위와 부화타락, 부정부패 등 갖은 죄를 저지른‘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낙인찍혀 처형되고 말았다.


장성택의 처형 사태는 북한체제가 혈족에 기반을 둔 절대 왕조권력의 온상임을 재확인 시켜준 계기가 됐다. 아울러 김정은과 그 형제들이‘백두혈통’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동시에 이들을 견제할 어떤 세력도 부재(겘在)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리 정보당국은 장성택의 숙청으로 초래된 북한 내 권력공백이 김정은의 형제인 김여정과 김정철의 정치적 입지를 확장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정은의 고모이자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비서는 최고인민회의에 나타나지 않아 건강 악화로 권력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아울러 장성택이 맡았던 당직위에 누가 기용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일부에선 장성택 처형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을 고민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개혁·개방에 외국기업 투자를 호소하는 북한 당국자의 부산한 움직임이 그 반증이다. 장성택 처형이 자칫 대결 노선 회귀와 체제위기로 비쳐 해외 투자자의 발길이 뚝 끊길까 전전긍긍해 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과연 핵을 거머쥔 채 피의 숙청을 자행하는 예측불허의 폭압(궅壓) 정권에 선뜻 거금을 집어넣을 기업이 얼마나 될까.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면 추구하는‘핵 무력과 경제건설 병진(竝進)’노선은 김정은 정권의 고육지책이다. 핵을 포기하자니 정권이 위험하고, 빈사지경의 경제를 내버려두자니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절대 권력의 위기감이 짙게 배어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핵과 경제 병진은 물과 기름처럼‘양립불가’라는 사실은 더 자명해질수밖에 없다. 핵을 거머쥐고선인민 경제도, 국가체제도 구할수 없다는 쓰라린 교훈은 지난 20여 년간‘핵 도박’으로 충분히 입증됐다.


국가재원의 고갈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초래하는 핵·경제 병진 노선은 생존전략이 아닌 고립무원(孤立無援)을 악화시키는 자충수일 뿐이다. 핵이냐, 경제냐 중대 선택의 갈림길에 선 북한 정권이 결단을 내릴 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더는 변화를 거부하기엔 남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보인다. 윤상호(동아일보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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