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입성 어려운 한국의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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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30 13:37:44
  • 분류 : 자유마당

여의도 입성 어려운 한국의 청년들

합리적인 청년 정치 육성 시스템갖춰야

 

김경진(전 국회의원·변호사)

 

 

평균연령 54.9세의 노령화 국회

한국의 청년 의원 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으로 청년의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정당 가입연령 폐지, 정당의 청년 정치인 발굴 시스템 구축, 피선거 연령 인하, 청년 할당제 도입, 청년 후보의 선거 기탁금 축소 등을 통해 청년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평균연령 통계를 살펴본 결과, 1750.8, 1853.2, 1954.5, 2055.7세로 갈수록 고령화했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당선인 평균 연령도 17~20대를 거치는 사이 51, 53.7, 53.9, 55.5세로 늘어온 건 마찬가지였다.

20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제헌 국회의 평균 연령(47.1)보다도 여덟 살 많았다. 201620대 총선 당시, 우리 국민의 평균 연령은 41.3. 국회의원 당선자의 평균 나이가 국민보다 14.2세나 많았다. 21대 국회의원의 평균나이는 20대 국회보다 0.6살 낮아져 54.9살이다. 겨우 3명이었던 20~30대 의원 수도 13명으로 전체의 4%를 차지하게 되었다. 청년 대표가 청년의 눈높이에서 청년과 소통하며 청년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제시하는 청년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동안 청년을 정치와 정책의 대상으로만 보고 지지와 표를 얻기 위한 일방통행을 일삼던 정치권에 변화가 시작된다는 기대다. 반면, 청년 정치의 기반 마련 노력이나 청년들 스스로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 없이, 기득권 정치 집단이 입맛에 맞는 청년 개인 몇 명을 고르고 선택한 결과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우려 역시 강하게 제기된다.

201511월 캐나다에서는 43살의 쥐스탱 트뤼도 자유당 대표가 총리로 취임했고, 20175월 프랑스에선 중도 성향 정당인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표가 39살의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해 10월에는 뉴질랜드에서 37살의 여성 저신다 아던 노동당 대표가 총리로 취임했다.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는 31, 아일랜드 버라드커 총리는 38, 아이슬란드 야콥스도티르 총리는 43,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는 41살에 취임했다. 바야흐로 전 세계적인 청년 정치지도자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가 지도자뿐 아니라 장관과 국회의원 중에도 청년의 비율과 비중이 높아졌다. 프랑스 의회는 전체 의원 577명 중 20~30대 청년 의원이 146명으로 25%를 웃돈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도 경륜이 부족한 청년 정치지도자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 높은 벽을 허물고 편견을 해소한 것은 오랫동안 다져진 청년 정치의 깊은 내공과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향한 도전을 감행한 정당들의 용기였다. 여기에 더해 기존 기득권 정치인들의 구태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역시 큰 공헌을 했다.

 

기득권 정치계가 청년정치의 장 가로막아

정보화, 디지털화, 온라인화를 거쳐 이제 모바일 시대다. 지난 수 십 년간 진행된 눈부시고 숨 막힐 정도로 빠른 기술혁신은 경제는 물론 문화와 교육 등 생활 전반의 급속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모두 기존의 관행과 인습, 전통적인 사고의 틀에서 탈피한 청년들이 주도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유독 연로한 기득권 권력자들과 그의 동년배 동료들이 장악하고 지배하고 있는 정치계만 그 빠른 발걸음을 따라잡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입법과 정책, 관행이 기술과 문화 그리고 경제와 교육의 발목을 잡고 방해했다는 것이 시민 일반의 인식이다. 물론, 청년의 과감한 도전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장년과 노년의 경험과 지혜가 견제와 균형을 이뤄주어야 안전하다. 하지만 다른 영역과 달리 정치는 아예 청년의 자리와 역할을 막고 봉쇄해서 도전과 창의의 힘이 태동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세계적인 청년 정치 유행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 정치의 필요성은 줄곧 주창돼 왔다. 1970년대 김영삼, 김대중 두 젊은 지도자의 ‘40대 기수론이 대표적이다. 그보다 먼저, 우리 정치의 출발점인 제헌의회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은 47살이었고, 이후 1980년대까지 40대를 유지했다. 1980년대 이후 지속적인 고령화 현상을 보여 20대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은 55.5살이었다. 세계와 거꾸로 가는 형국이었다. 그 이면에는 한번 기득권을 잡으면 결코 놓지 않으려는 직업 정치인들이 쌓은 높은 진입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각 지역은 마치 옛 조폭의 관할구역을 연상케 한다. 각 지역의 돈과 영향력이 양쪽으로 나뉘어 거대 정당의 지역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시민들의 순수한 공동체여야 할 체육회, 동창회, 부녀회, 각 지역 연합회 등 민간단체들마저 느슨하게 양쪽에 연결되어 선거 때마다 협상력을 발휘한다. 심지어 일부 지역 언론마저 독립

적 객관적 비판자가 아닌 지역 정치의 일부로 편입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연결고리는 지역 공약과 예산 확보 및 배정, 공직 인사와 각종 민원에 유무형으로 직간접으로 작용한다.

그 거대한 집단적 이익연결체와 그 우두머리에게 도전하는 청년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정치에 뜻을 둔 청년들이 아예 그 기득권 집합체의 하부로 들어가 순종과 충성을 하며 기득권 선배 정치인의 모습을 닮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로 정치 불신을 부르는 전과자 등 함량 미달 공직 후보자들이 나오고, 불법 정치자금, 불법 선거운동, 서로 구린 것이 많은 정치인과 집단 간 상호 폭로와 비방과 고소·고발 등이 이어진다. 문제가 너무 크고 심해 선거에 참패하거나 지지율이 폭락하면 정당들은 소위 물갈이인재 영입을 반복한다. 인위적이고 상명하달식 외부 수혈혹은 돌려막기다 보니 지역에선 낙하산 공천 반발이 반복되고, 기존 정치문화와 관행에 익숙지 않은 외부 영입 인사들 역시 상처와 오점을 남긴 채 떠나거나 빠르게 기존 정치인의 모습을 닮아가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기도 한다.

청년의 경우는 본격 정치 무대인 지역이 아닌 전국구비례대표나 당의 직책으로 영입되는 경우가 많다. 정당과 기득권 정치인들이 자기반성과 자기희생을 통한 과감하고 근본적인 변혁을 시도하기보다 그 순간만 모면하려는 의도로 물갈이인재 영입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몇몇 개인 청년들이 소비되어온 것이다.

 

정치 선진국청년 정치 육성 시스템배워야

지난해 케이(K), 최근에는 트로트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불다 보니 거대 정당 지도부가 프로그램 제작진을 찾아가 경연 방식을 배우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가 아닌 순간의 유행을 좇아 반짝인기를 얻어보겠다는 얄팍한 발상이다. 오히려 한국 정당들이 배우고 따라야 할 것은 축구와 야구 등 프로스포츠계에서 오래전부터 도입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인재 육성 시스템이다.

각 구단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자체 유소년·청소년 팀을 운영하며 인재를 키우는 한편, 훈련받은 스카우터들이 초등부와 중고등부 주말 리그 경기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찾아 자체 유소년팀으로 스카우트하는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육성 과정을 거쳐 프로 계약을 맺는 순간, 나이와 경력보다는 실력위주로 출전하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더해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영입되어 경쟁하면서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청년 정치 선진국들의 경우도 유사하다. 뉴질랜드 총리 저신다 아던은 경찰관 아버지와 학교 급식노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평범한 공립학교를 거쳐 뉴질랜드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대학인 와이카토 대학교를 졸업한 아주 평범한 청년이었다. 아던은 고등학생인 17살 때 노동당에 입당해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국회의원 선거운동원 등을 하며 정치를 배웠다. 대학 재학 중에도 활발한 학내 활동은 물론 기성 정치에 대한 비판 활동을

해오다가 졸업 후 정치적 식견을 넓히기 위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중동의 요르단, 아프리카의 알제리는 물론 아시아의 중국과 한국 등을 방문해 청년 정치인들을 만나고 진보단체 활동을 하는 등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08국제사회주의청년연맹회장으로 당선된다. 같은 해에 28살의 청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청소년 시절부터 길러지고 연마된 아던의 정치 실력은 국제적인 감각과 진취적인 도전정신과 만나 급속하게 노동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는 힘이 되었다. 사회의 가장 어렵고 힘든 이들로부터 가장 높고 많이 가진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진심으로 공감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모든 영역의 이슈에 대해 늘 연구하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청하며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태도를 갖춘 아던은 대중적 지지는 물론 당내에서도 신뢰를 확보해나갔다. 20173, 37살의 나이로 노동당 부대표에 선출된 아던은 5개월 뒤 앤드루 리틀 당 대표가 24%라는 사상 최저 지지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자 당 대표 자리를 물려받게 되었다. 37살의 여성 아던이 당 대표를 맡자마자 노동당 지지율은 43%로 치솟았다.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정당 국민당의 지지율을 앞지른 것이다. 이후 치른 총선에서 2008년 이후 최대 의석을 확보해 원내 제2당이 된 노동당은 아던의 정치력을 앞세워 녹색당 등과 연합을 이뤄냈다.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국민당을 야당으로 밀어내고 연립정부를 구성한 것이다. 낡은 정치 문법과 기득권 정치 관행에 사로잡혀 있던 기존 노동당 지도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대변혁을 이뤄냈다.

나라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캐나다의 트뤼도, 프랑스의 마크롱 등 청년 정치지도자의 혁신과 성취 역시 유사한 배경과 과정을 공유한다. 어린 시절부터 정치 꿈나무들이 기존의 관습과 위계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토론하고 협의하고 의사를 표현하고 일선 현장 경험을 하면서 정치 역량을 키우고 능력을 검증받는 청년 정치 육성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선출직과 임명직에 입후보하거나 진출하면서 프로 정치인으로 데뷔하는 순간, 이들에겐 기존 정치인과 동등한 기회와 자격이 부여된다.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 정치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돈을 정당에 보조금으로 나눠주는 대한민국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수준이 매우 높은 국민, 문화와 예술, 스포츠·기술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 우리 청년들의 역량과 잠재력, 교육과 취업 기회의 부족 및 주거와 교통 약자로 내몰리는 청년들의 불만 등 청년 정치의 환경 요인은 차고 넘칠 정도로 무르익었다. 각 정당과 기성 정치인들의 각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청년 정치 육성 시스템을 갖추려는 실질적 노력, 그리고 공정하고 투명한 당내 선거 시스템 마련, 각종 공직선거에 청년 입후보를 어렵게 만드는 진입장벽의 제거를 실천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청년 정치가 태동하고 살아 숨 쉬면 정치와 공직이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해질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경륜 있는 고령의 기성 정치인들도 기득권이 아닌 자신의 실력과 역량, 효용가치에 따라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정치 불신 해소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정치의 순기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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