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고립·소외된 이웃 돌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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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30 13:32:24
  • 분류 : 자유마당

마을공동체고립·소외된 이웃 돌보는 힘

마음의 동네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생애가치 실현까지


이영은(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


 

시민들의 관계망이 주는 힘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정책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2년부터였다. 그동안 삶의 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많은 정책이 시행되었으나, 사회적 신뢰와 지지기반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었다.

당시 사회적 지표를 살펴보면 세계 경제 11위라는 위상과 반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삶의 질() 지수는 34개국 중 32, 이웃 신뢰도 49.6%, 매년 자살자 수 26,000, 독거노인 수 203,000명으로 시민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공동체의 회복과 활성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정책을 시행했다. 주민을 직접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기본으로 복지 인프라 조성과 긴급 위기가정 발굴 지원, 주민참여와 마을생태계 조성 등의 주민 주도적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추진했다.

2012년 초반, 서울에서 마을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많은 분야에서 커뮤니티, 공동체, 마을지향 행정, 마을계획, 마을자치 등이 주민참여 영역의 정책용어가 되었다. 흔히 삶의 전환을 이야기할 때 상징어처럼 쓰이는 것이 마을(공동체)이다.

요즘에는 연결된 개인 시민들의 관계망이 주는 힘(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형성 자체를 목적으로 삼거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적사회적 실험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을정책 영역에서는 마을공동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의 원리를 터득하고, 지역사회 운영의 당당한 주체로서 시민 자신이 살고 있는 자치구나 동네에서 직접적 정책 참여와 지역의 주요 과제에 관한 의사결정까지 나아가는 주민자치로 제도가 확장되고 있다.

 

50+세대, 가족 울타리에서 삶의 보람 찾아

50+세대들의 정서경험적 측면에서 마을 정책과의 친화성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50+세대들이 나고 자란 5080년대를 회고하면 지금 70~80대인 부모님들은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 농촌과 도시 구분 없이 열심히 일했다. 번 돈은 자식들 교육에 쏟아붓고 여분의 돈은 저축으로 집 장만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들었어도 무사히 버틴 것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공동체 기능을 해준 덕분이었다.

당시 10대였던 지금의 50+세대들은 평생을 교류할 우정으로 뭉친 친구들이 있었다. 또한, 경제발전과 성공을 위해 애를 쓰면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시대였다. 동네나 마을에는 처지가 비슷한 이웃들과 어울려 지내며 서로 돕고 사는 멀리 있는 친척보다 더 나은 이웃사촌이 있었다.

마을 안에서 마을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며 자랐던 세대, 현대 교육체계 안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시대와 함께 한 세대, 자유와 권리, 공동체와 개인의 조화 속에 연결된 개인들의 욕구를 사회적 가능성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집단의지와 역량을 갖춘 세대로서 5060대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그동안 10대부터 70대까지 마을정책에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다. 이 중 30·40대 참여자 비중이 높은 것은 마을공동체 활동이 육아기와 학령기 자녀를 가진 부모의 참여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 세대가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한 다양한 지역사회 여건을 만드는 활동으로 공동체의 필요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면, 50·60대의 마을공동체 참여는 동네에 대한 관심, 이웃 돌봄,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역할이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최근 동 단위 마을계획단을 구성하여 집중적으로 동네 의제를 발굴해서 직접 해결해가는 활동을 해낸 동()의 주민 참여자들을 보면 5070대가 40% 가까이 된다. 최근 마을기록가 양성과정을 수료한 50+활동가들이 자치구마을센터로 각각 배치되어 동네와 지역의 마을 활동을 기록하거나 역사 문화적 유산들을 찾아 기록해나가는 활동을 시작했다.

개인에게 주어진 일모작 역할의 졸업과 이모작 인생의 시작을 본격화하는 지점에서 사회적 자아(自我)로서 개인의 성취동기는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기여할 수 있다. 마을 활동은 개인의 욕구와 필요를 기반으로 시작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사회적 공헌의 기회와 양태도 매우 다양하고 방법도 모임 수만큼 창의적이다.

 

단위의 마을생태계

국가 전체를 변화시키는 데 한계를 느껴 지레 포기해버린 경험이 많을수록 사회적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는 데 주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들이 수십 년 인생에서 쌓아 온 수많은 경험과 경력이 사장되지 않아도 되는 생산된 정보와 지식의 공유, 무한 확장되는 소통, 창조적 적용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젊은 나이에는 새롭고 추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유동능력(인공지능, 게임, 컴퓨터, 산업디자인, 제조업 등)이 발달한다.

나이가 들면 경험을 사용하는 능력인 결정지능(관리사, 사무원, 서비스, 교육 등)이 발달한다. 인생 이모작을 맞이하는 세대가 연륜과 지도력을 발휘하여 마을에서 지역에 필요한 일을 추진하고, 개인과 집단의 조화를 꾀할 때 공동체에서 더욱 빛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동아리, 소모임, 봉사활동, 주민참여활동, 협동조합활동, 사회공헌활동, 마을공동체운영 등 나의 필요와 이웃의 필요가 만나 지역에 필요한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모형들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정책은 첫해에 지원조례, 민관협의기구, 기본계획, 담당 부서, 중간지원조직 등 추진기반을 만들어 시행되었다. 이후 2013년부터는 서울시 여러 실·국의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정비해서 통합적인 사업체계를 구축했다. 민간에서는 마을공동체 활동 주체들이 자치구별로 모이는 마을네트워크(마을넷)를 만들었고, 2014년부터는 자치구 중간지원조직 설립을 지원해서 마을공동체 정책이 자치구 주도로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그 결과로 2015년까지 개인적·사회적 변화를 경험한 약 13만 명의 주민이 등장하여, 천만 서울에서도 마을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정책의 일환으로 더 많은 시민이 마을공동체의 필요성과 효용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동() 단위로 마을생태계가 조성되는 정책 방향을 세웠다. 이는 관심사별로 시작한 마을공동체 활동 경험을 사는 동네로 확장하여 이웃과 함께 지역에 필요한 의제(과제)를 자치적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이후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마을총회를 통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한 후 나아가 제도적 권한을 갖는 주민자치()로까지 연계했다.

위와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지원 구조는 주민 3인 이상이 모여 활동 계획을 세우고 정책적 지원을 신청하는 것이 중심골격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자치구 중심의 지원 체계와 서울시 국·실별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이 추진되었다.

마을공동체를 꾸리고 지역사회의 여러 의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주민 활동은 자치구 마을센터서울시 마을센터를 통해 다양한 마을 관련 사업에 참여하거나 직접 공동체 활동을 안내받고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들과 연결된다.

이와 같은 다양한 정책사업들이 앞으로 자치구나 동, 마을과 골목 등의 생활밀착형 지원으로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파트공동체 자치활동,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활동, 골목회의를 통해 층간소음, 주차 분쟁, 쓰레기 문제, 안전한 환경 조성 등 시민들의 욕구가 높은 곳일수록 시민 직접 참여와 주도적 해결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동() 단위 주민자치기구(현재 동 주민자치위원회제도)를 실질적 권한과 책무를 부여한 주민자치회로 전환하여 주민총회를 열고 주민 의사를 수렴하여 지역 과제를 직접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모임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관심과 참여 여건이 생긴 시민들이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자치와 협치의 주체로 나아가도록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다.

개인적 동의와 상관없이 현재의 50+세대들은 국가에 대한 권리의식과 책임의식 모두 크다. 또한, 민주적인 정부구성과 사회운영을 바라며 수많은 정치 여정을 함께한 세대로서, 이 나라가 젊은 세대에게는 헬조선이라 불리며 떠나고 싶은 사회가 돼버린 것에 대한 미안함을 넘어서 다시 이 사회운영에 책무를 느끼는 세대 역할을 논해야 할 시점이다.

민의(民意)가 제대로 수렴되지 못하는 한국 사회, 시민들의 뜻에 반하는 결정과 미흡한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일반화되어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주민참여제도의 활성화

직접민주주의의 필요를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스위스는 국민의 정부 신뢰도가 높은 나라다. 이 나라는 주민참여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주요 정책현안을 주민 의사를 물어 결정하고 주민총회를 열어 결정하거나 국민투표제도가 수시로 실시된다. 수많은 공론의 장()이 열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립된 정책은 시민만족도가 높고 시민역량이 높아지는 것으로 결과가 나타난다. 지금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민참여적 정책, 주민자치, 골목회의

나 반상회, 공동체활동, 주민참여예산제도는 그런 점에서 적극적인 직접민주주의 구현이며, 다양한 시민의 역량이 발휘되어 더 나은 방법과 과제가 채택되는 집단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 사회경험이 다양하게 축적된 50+세대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을 권한다. ‘소통과 공유, 공론과 숙의라는 실재적인 민주주의 원리를 학습하고 축적하는 일이며 이는 자신과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부터 생애 가치를 실현하는 자기만족까지 두루 얻게 된다.

시간적 여유, 경험에서 나오는 합리적 판단력, 사회적 책무성, 관계 역량 등을 갖춘 50+세대 인생 이모작의 시작점은 커뮤니티 활동이면 좋겠다. 그것도 새로운 의미의 지연(지역 연고)동네에서 갈만한 곳 마음 가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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