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금융의 파괴와 공존을 위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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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01 10:31:40
  • 분류 : 자유마당

코로나19 시대 금융의 파괴와 공존을 위한 혁신

코로나판 금융위기 이번엔 달라금융사들의 달라진 움직임

 

김동하(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금융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승승장구한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금융시장으로의 충격은

강렬했지만 짧았고, 오히려 금융업계는 세계 각국의 무제한 돈 풀기 경쟁 속에서 여타 산업에 비해 큰 수혜를 받았다. 주식과 부동산 등 현실자산,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의 활황 속에서 유독 금융분야 만큼은 더 많은 대중들이 뛰어드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금융 내부의 파괴는 잔혹했다. 2003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금융위기에도 끄떡없던 대다수 메이저 금융기관들이 이번 활황 속에서는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오히려 비대면 융합 핀테크 트렌드 속에서 주도권을 뺏긴 채 허덕이는, 금융시장 기득권의 파괴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금융시장은 비대면이라는 카드로 진화를 시도해 왔다. 더 나아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금융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객’, ‘초개인화라는 보다 적극적인 방향성을 띠고 있다.

메이저 금융기관들의 저항은 잠시, 이제는 앞다퉈 다방면으로 공존을 위한 손을 내밀고 있다. IT, 플랫폼,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여타 산업과의 융합은 물론이고, 금융사들에게 고객은 더 이상 받는 대상이 아니라 찾아서 다가가는 대상이다. 상위 20%를 찾아가는 파레토의 최적이 아닌, MZ세대를 포함한 80% 대다수 고객들의 긴 꼬리, 즉 롱테일을 향해서 말이다.

 

코로나로 달라진 공존의 양면성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든지도 약 16개월. 산업계의 엇갈린 명암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가는 듯하다. 홀대받던 원자재, 소비재 등의 가격이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오르고, 암울했던 여행, 항공 기업들의 주식가치에도 서광이 비추고 있다.

하지만 빈익빈 부익부로 대표되는 양극화와 그로 인한 갈등은 더욱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있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개발도상국들이나 저개발국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비근한 예다. 인도에서 계급사회의 경계가 무너지는 진보적인 변화도 있었다고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생지옥에 가까운 희생을 치러야 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서구 자본의 투자를 받은 많은 메이저 한국 금융기관들의 위상은 줄곧 유지돼 왔다. 어지간한 위기가 닥쳐도 대마불사의 신화는 깨지지 않았다.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이자 이익은 108000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 101000억 원보다 7% 가까이 늘어났다. 증권사들의 경우에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 열풍 속에서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냈고, 분기 순이익이 2000억 원을 넘는 증권사만 7개사에 달했다.

이처럼 제조, 여행, 관광 등 많은 산업에 코로나19의 망령이 짙게 드리운 기간 동안에도, 금융업종 만큼은 꾸준한 성장, 또는 기록적인 활황을 맞았다.

하지만 금융업계 내부의 속사정은 그리 밝지 않다. ‘핀테크로 불리는 금융 신흥강자들과, ‘빅테크로 불리는 IT공룡들이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금융업계를 조금씩 잠식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한층 거세진 빅테크핀테크

핀테크블록체인진영이 금융업계에 도전하는 일은 코로나 위기 이전에도 있었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O2O,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속에서 모바일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테크기업들이 거대 금융 기득권의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물론 미국, 영국, 중국의 신흥 핀테크 공세에 비해 한국 메이저 금융기관들의 영향력은 상당 기간 건재한 편이었다. 토스, 카카오뱅크와 네이버페이가 등장하긴 했지만, 미국처럼 전방위로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며 메이저 금융기관들의 위상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IT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진영의 화력에 기름을 부은 건 코로나19였다. 활황 속에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금융기관들의 판세는 크게 바뀌었다. 간편결제로 대표되는 IT융합 서비스가 오프라인 지점 영업환경을 궁지로 몰아넣었고, 인터넷은행 중 유독 지지부진하던 K뱅크도 가상자산으로 불리는 코인계좌와의 연계로 수탁액이 급증하는 호재를 맞았다.

지난해 한국은행 조사를 보면 트렌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액은 하루 평균 44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6% 급증했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기업들의 점유율이 45.7%로 절반에 육박했고, 기존 금융회사의 점유율은 30.4%에 머물렀다.

신용보다는 담보를, 찾아가기보다는 찾아오는 고객을 응대하던 기존 은행권들도 태도를 180도 바꾸기 시작했다. 빅테크가 장악해 가고 있는 고객기반 데이터와 초개인화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마이데이터 시대, 상생과 공존금융의 촉매

정부의 마이데이터사업은 기존 금융권을 뒤흔들만한 촉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 28개사가 인가를 마치고 올해 하반기 본격 적용되는 마이데이터는 고객들이 스스로 정보결정권을 갖도록하는, 다시 말하면 개인들에게 자기 자신의 데이터 사용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한 범정부 사업이다. 2018년 출범한 유럽연합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의 정신에서 출발했지만, 한국형 사업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폭넓은 범산업적 과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IT뿐 아니라 제조, 유통, 소비재 등 기존 산업계와 치열하게 융합하면서 고객 중심’, ‘초개인화의 트렌드를 보다 강력하게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기관뿐 아니라 쇼핑몰, 유통, 전자금융업자, 포털 등의 다양한 산업계가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융합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기업들의 데이터 전략이 데이터 확보 경쟁에 있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하면서 고객을 확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전략의 핵심이다. 아무리 큰 금융기관이라도 수직 계열화된 독자적인 데이터 전략으로는 고객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개별 기업 및 플랫폼별로 산재된 개인 데이터의 분절성을 해소하는 게 마이데이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FinaL) 자유마당 6월호 내지 - 검판용.pdf_page_1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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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혁신과 새로운 미래

네이버, 카카오로 대표되는 빅테크들은 쇼핑, 유통 등 산업계와 융합한 채 금융고객들을 끌어모아 왔다. 실제로 네이버는 금융의 미래에셋대우, 유통의 신세계, 물류의 CJ 대한통운, 엔터테인먼트의 YG엔터테인먼트와 자사의 지분을 교환하면서 융합을 시도해 왔다.

반면 기존 메이저 금융기관들의 시선은 빅테크에 더욱 익숙한 청년세대, 소외계층, 서민 등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금융과 게임사의 결합은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메이저 금융기업들은 이미 국내 3대 게임업체들과 제휴를 맺었다.

가장 먼저 KB증권은 지난해 말 엔씨소프트, 스타트업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인공지능 간편투자 증권사설립을 위한 합작사를 출범시켰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12월 게임 공룡 넥슨과 업무협약을 맺어 결제와 마케팅의 결합을 시도했고, 하나은행은 최근 넷마블과 공동으로 마케팅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KT와 금융권 인공지능 인력육성과 디지털 데이터 전략을 위해 공동 신사업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카드 진영에서는 고객초개인화라는 트렌드를 겨냥한 PLCC(Private lable credit card)전략이 상징적. 대표주자인 현대카드는 스타벅스, 배달의 민족, 무신사, 쏘카, 네이버 등과 제휴를 맺고, 특정 분야 고객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메리어트, 이케아, LG하우시스, 국민카드는 커피빈, 해피포인트, 하나카드는 LG유플러스, 롯데카드는 캐시노트, 뱅크샐러드와 제휴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삼성카드도 카카오페이와 제휴한 카드를 출시했다.

 

공존하지 않으면 자멸한다

영등포구청 별관에 위치한 ‘0원마켓’. 영등포구가 운영하는 무료 생필품점으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만 적으면 3만원어치까지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목표로 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뿐 아니라 물적 지원도 펼쳐 왔다.

520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균등화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1분기 기준 16.20배로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시장소득이 하위 20% 1분위보다 16.20배 많았다. 201913.97, 202014.77배보다 더 악화된 것. 시장소득은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수치다.

특히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도 전년 동분기 대비 1.3% 감소한 2778000, 사업소득은 1.6% 감소한 767000원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시에 줄어들었고, 근로소득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한국은 금융분야에 있어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강력한 정부주도 보증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인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이 민간은행 대출의 거의 100%까지를 보증하는 일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코로나 이후 정부가 보증을 강화한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신용보증기금과 시중은행의 매출채권 담보보험 활성화, 기보의 예비 유니콘 기업 금융지원 업무협약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대통령이 불평등 악화를 외친 반면, 경제부총리는 소득분배가 개선됐다는 엇박자가 회자되기도 했다. 통계를 둘러싼 미묘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건 정부 보조금이 양극화와 공존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의 충격이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지금. 산업과 금융, 기업과 정부, 공공과 민간, 산업과 정책의 융합과 공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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