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훈외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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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01 10:30:16
  • 분류 : 자유마당

한국 보훈외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과제

 

강석승(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보훈외교, 왜 중요한가?

우리나라는 지금으로부터 71년 전 북한의 남침에 의한 6·25전쟁으로 인해 전 국토가 폐허로 변했고,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로 전락했다. 그러나 숱한 역경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여 오늘날에는 국제사회가 경탄해 마지않는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를 이룩하였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런 풍요와 자유는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건국의 선각자들이 내린 결단과 냉철한 선택의 결과로, 오늘의 대한민국과 북한을 비교해 보면 우리의 선택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한편 마치 동전의 양닢처럼 우리의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의 애국·애족 정신과 고귀한 희생에 못지않은 기여를 한 대상은 바로 맹방(盟邦)인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국가들의 지원과 원조, 그리고 희생이라 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동방의 작은 국가인 우리나라를 위해 아무런 대가나 반대급부를 생각하지 않고 젊은 장병들을 6·25전쟁에 파견하거나 물품·의약품 등을 제공하여 우리가 공산주의 진영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위해 우리나라를 도와준 국가와 그 국민들에 대한 보훈(報勳)을 결코 잊을 수가 없으며,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과 지지, 성원에 대한 보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호국 보훈외교 또는 보훈외교란 제3국이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과거의 희생에 대한 위로와 보답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임과 동시에 이를 통해 우리의 국격을 전 세계에 알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매우 중요한 외교의 한 범주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훈외교는 한낱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며,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결코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외교영역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금년으로 창설 60주년을 맞이한 국가보훈처는 황기철 처장을 중심으로 보훈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지금까지 보상과 예우에 머물러 있던 보훈의 중점을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정신을 계승하여 애국심을 고양시키는 선양활동과 교육 등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전쟁기념사업·PKO·PKF 활동도 보훈외교

보훈외교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동족상잔의 대비극이었던 6·25전쟁과 관련된 기념사업과 유엔의 일원으로서 국제평화유지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소련의 스탈린과 중공의 마오쩌둥으로부터 지원 약속을 받은 김일성이 자행한 전쟁으로 우리나라의 전 국토가 풀 한포기 제대로 자라지 못할 만큼 초토화되어 국운이 경각의 위기에 처했을 당시 유엔의 깃발아래 모인 21개국(병력지원 16개국, 의료지원 5개국)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을 수호해 낸지 71년이 지났고, 이에 대한 보은이 공식화된 지도 46년이 지났다.

이 전쟁이 19537월 휴전으로 일단락되었을 당시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GNI)$67로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자 그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동북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6·25전쟁 참전국들의 지지와 도움, 거룩한 희생이 오늘날의 우리나라를 세계 10대 경제선진국의 하나로 일취월장할 수 있는 기반과 토대를 구축하게 만들었으니, 우리로서는 그 숭고한 뜻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보은하는 차원에서 3만 여명의 참전국 용사들과 그 가족을 초청하는 보훈외교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참전용사들의 공헌에 경의를 표하고 참전국들과의 긴밀한 혈맹적 우호 협력관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에서는 이들 용사와 그 가족들을 우리나라에 초청하여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 이외에도 매년 727일을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국가에 직접 찾아가서 행하는 현지 위로감사행사를 비롯하여 매년 1111일을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라 명명하여 국제적인 추모행사를 치루어 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부에서는 유엔참전국들과 그 참전용사들에 대한 공훈을 선양하기 위해 유엔참전국 참전사를 발간하여 배포하는가 하면, 유엔참전용사의 공적 발굴과 그에 따른 포상을 통해 그 명예를 선양하고 이들의 참전기록과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구축을 통해 6·25전쟁 참전에 대한 기록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참전으로 맺어진 혈맹적 우호 협력관계를 미래세대로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른바 미래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참전국 및 국내 청소년(대학생) 평화캠프의 운영, 저소득 참전국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장학사업, 참전용사 후손네트워크의 구축과 운영, 국제보훈워크샵의 정기적 개최와 같은 것들이다.

특히 국가보훈처에서는 황기철 처장이 22개 참전국 대사들을 직접 방문해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는 차원에서 Korea Reciprocate 활동을 하면서 보훈외교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공외교의 한 축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차원에서 유엔 참전국 대표회의, 국제평화컨퍼런스, 2023년 정전 70주년 공동사업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마스크 지원 등 사업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유엔 참전국 가운데 24개국에 총 300여개의 유엔참전 기념 현충시설을 건립하여 운영함으로써 우리나라는 한번 입은 은혜를 결코 잊지 않는 국가이자 반드시 은혜를 갚는 국민이라는 이미지를 고양시키고 있다.

한편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원과 원조로 6·25전쟁의 비극을 극복하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한 우리나라는 도움을 잊지 않고 도움을 주는 나라,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국제평화유지 활동(PKO)과 다국적군 평화활동(PKF)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1991년 유엔의 정회원국으로 가입한 우리나라는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위해 1993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공병부대를 처음으로 파견한 이래 서부 사하라에 국군 의료지원단, 앙골라에 공병부대, 동티모르에 상록수부대, 아이티에 단비부대를 파견하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202011월말 기준, 레바논 동명부대에 280, 남수단 한빛부대에 270, 개인단위 파병 등 7개국에서 573명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인도·파키스탄, 레바논, 남수단, 서부 사하라 등 주요 분쟁지역에 설치된 유엔임무단에 정전 감시요원인 옵저버와 유엔임무단 참모장교 등 20여 명을 파견하고 있다. 이곳에서 옵저버는 현지 임무단의 통제하에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감시하고 순찰, 조사, 보고, 중재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참모장교는 각 사령부의 정보, 작전, 군수 등 주요 참모부에 소속되어 담당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다국적군 평화활동을 위해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해성·청마·동의·다산·오쉬노부대, 이라크에서의 서희·제마·자이툰·다이만부대를 파견하여 분쟁지역의 안정과 재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도 20195월부터는 호르무즈해협 일대를 포함한 중동지역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청해부대의 파견지역을 기존의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여 활동하고 있다.

 

단기적즉흥적 대응 벗어나 미래지향적 보훈외교 정책 펼쳐야

이런 보훈외교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면, 보훈외교의 미래는 그 대상과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가운데 지속적인 콘텐츠의 내실화와 새로운 콘텐츠의 확충을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낼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나라가 어떤 과정과 방법, 절차를 통해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가운데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라는 차원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국가들에게 한 번 입은 은혜는 결코 저버리지 않으며,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신심(信心)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 국가들이 필요로 한다면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점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대안과 필요한 재원 마련에 결코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보훈외교는 가용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그 보폭을 넓혀 나가는데 역점을 두고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즉 단기적즉흥적 대응 차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보훈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보훈외교의 지평 확대야말로 우리의 국격과 국위를 대대적으로 선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냉전지역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감안할 때,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내부결속을 다지고 국론을 통합하는 일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결국 보훈외교의 지평확대는 정부를 비롯한 특정기관과 단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매우 중요한 과제이자 책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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