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아동학대의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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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4-02 14:03:37
  • 분류 : 자유마당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의 원인은?

훈육핑계로 한 폭행은 범죄, 사회적 도움 필요한 가정 보호해야

 

 

김민지(서울 동교초등학교 교사)

 

 

성숙한 사회라면 아동학대 좌시해서는 안돼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이 무려 132명에 달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에 따르면 201414, 201516, 201636, 201738, 201828명이 아동학대로 숨졌다. 2018년 전체 아동학대 판단사례는 24604, 실제 학대받은 아동수는 218명이었다. 신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임을 감안면 매우 심각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망에 이른 아동은 대부분 1세 이하의 영아(嬰兒)였다. 지난해만 봤을 때 010, 18, 42, 52, 61, 72, 81, 92명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가해자는 주로 친부모였다. 친모가 16, 친부 9, 보육 교직원 3, 아이돌보미 1, 친인척 1명으로 집계됐다. 영아들은 어린이집에도 못 보내고 부모가 양육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친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학대하는 이유는 주로 원치 않는 임신, 양육지식 부족,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 등이 학대 원인으로 지목된다. 철모르는 젊은이들이 덜컥 임신을 하고, 부양능력 없이 자녀를 낳은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이 통계수치만으로도 가슴이 아픈데, 현실은 더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학술지에 실린 논문 법의부검자료를 기반으로 한 아동학대 사망의 현황과 유형을 보면 2016년 만 018살 아동 사망자 2500명 가운데 부검 명령이 내려진 건 341명으로 부검률이 13% 수준이다. 부검자 중에서 최소 84명에서 최대 148명은 학대로 인한 사망이거나 학대와 연관된 사망으로 나타났다. 부검을 하지 않아 사망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사례도 무척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영아는 가장 약한 존재다. 누군가 보살펴주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학대를 해도 학대인지조차 모른다. 이렇게 약한 존재를 학대하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등동물들은 새끼를 낳으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먹이를 구해주고 야생환경에서 생명을 잃지 않도록 돌봐준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자기보다 강한 포식자와 싸우는 경우도 흔하다. 미물(微物)조차 이럴진대 인간이 자식을 낳아 가혹하게 학대하거나, 이를 사회가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신체적 학대 외에 정서적 학대, 지나친 방임도 모두 아동들에게는 지극히 위험한 행위가 된다. 이렇게 학대를 받고 자란 어린이는 성인이 된 뒤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학대 신고체계를 더 정교하게 정비하고, 부모들이 자녀를 고의로,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대하지 않도록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생각도 깨야 한다. 아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제고되어야 하는데 특히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겪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는 한편 임신·출산 시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성숙한 복지 시스템도 필요하다.

 

건강한 가정육성이 아동학대 근절의 출발점

최근 잇따르는 부모나 어른의 끔찍한 아동 살해와 학대 사건의의 근저에는 경제적 궁핍과 이에 따른 가정불화와 이혼 등 불행한 가족사가 깔려있다. 사회생활에 요구되는 정상적인 인격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하고 출산을 하는 자격없는 어른의 문제도 심각하다. 결손 가정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책임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여러 사회병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건강한 가정의 육성 또는 복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청소년 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는 가족해체 예방에 중점둬야 한다. 우선 가족 관계에서 부부간 또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역할 재정립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지원, 한 부 또는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가족유형별 맞춤형 서비스 지원 강화, 아이 키우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가족·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돌봄 지원 강화, 자동육아휴직제를 확산하기 위한 제도개선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사회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학생 미혼모 등 청소년의 보육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임신·출산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고 휴학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미혼모의 학업중단을 예방하기 위한 위탁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촘촘한 제도와 관심의 그물망을 만들어 출산과 보육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과거에도 문제가 터지거나 선거철이 임박해 가정 육성이나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 발표는 많았지만, 구호에 그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사람과 예산이 필요할텐데 야무지게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 농어촌과 도서 지역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면서 학령 아동이 줄어 올해 입학식을 하지 못한 학교가 전국적으로 많다.

40대 이하 젊은층 인구 비율이 오는 2050년에는 32%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면 멀지 않은 장래에 인구 절벽으로 국가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도 있다. 따라서 젊은층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보존 차원의 화급한 현안이다. 아이들 웃

음소리가 들리는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은 사회와 국가 안정의 토대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양육 여건이 어려워 사회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가정을 찾아내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행복한 사회위한 인식 전환 필요

정부는 2019523일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민법이 규정한 친권자의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키로 했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민간에 의존하는 입양체계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했다. 건강지원을 강화하고, 창의성과 사회성을 위한 놀이혁신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지 못하게 한 대목이다. 관련 민법 915조는 1960년 제정된 이래 개정이 전혀 없었고 아동복지법상 체벌금지 조항과도 상충해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스웨덴 등 54개국은 이미 아동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유교적인 전통이 강해 체벌에 관대한 우리 사회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사회의 진전에 비춰 아동 인권 강화를 위해서는 늦었지만 가야 할 방향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최근까지 단 한 번의 감소 없이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2105건에서 201722367건으로 10배 이상이나 늘었다. 더욱 놀라운 통계는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매년 70% 이상을 차지해 왔다는 것이다.

이 통계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사례만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건수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경우가 훈육이라는 핑계로 저질러졌을 수 있다. 아동학대를 막으려는 사회적 노력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국가와 공동체가 아동학대 방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다. 체벌을 금지한다고 해서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반적인 훈육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훈육 등을 이유로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한다는 의미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일가족의 극단적인 선택비극에서 영문도 모른 채 어린 자녀가 목숨을 잃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이런 선택의 원인 중 하나로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관습이 지목되곤 한다.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식전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복지부의 ‘2018년 아동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아동의 물질적 결핍은 낮은 수준이지만 사회관계적 결핍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지만,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가 부모의 체벌금지 정책과 함께 놀이혁신 정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아이들이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사회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를 사회문제로 보지 않는 인식 때문에 신고로 이어지지 않을 뿐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정에서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제 부모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아동을 보호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어린이가 봄의 신록(新綠)만큼 푸르고 아름답게 성장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그래야 텅 빈 학교 마당과 마을 놀이터가 예전처럼 떠들고 뛰노는 어린이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소파(小派) 방정환 선생이 중심이 된 색동회는 일찍이 1923년 어린이날 선언문에서 어린이를 종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완전한 인격적 대우를 해야 한다는 아동존중사상을 설파했다. 9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귀담아들어야 할 불변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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