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관점에서 남녀는 모두 평등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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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8-02 15:55:47
  • 분류 : 자유마당

개인의 관점에서 남녀는 모두 평등한 존재

성별 구분으로 차별하는 것은 또 다른 불평등 조장

 

김소미(용화여고 교사·교육학박사)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남녀평등 문화

개인적으로 여성복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 필자가 일하는 곳이 학교이고, 학교 선생님들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환경에 그만큼 덜 노출돼있기 때문인 듯하다. 학교의 복지 정책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비교적 잘 시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성별 역할 면에서는 일부 전통적인 남녀관에 따른 이견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 이를테면 덩치가 큰 남학생을 대하는 빈도수가 높은 경우, 남교사가 접촉을 더 많이 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남교사들은 여학생을 대상으로 생활지도에 나서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여학생에 대한 이해가 여교사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남녀 교사 성비의 불일치가 심해질 경우, 학교 교육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선을 학교 담장 밖으로 돌려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전통적인 유교 관습 때문에 남녀 차별을 쉽게 볼 수 있다. 같은 능력을 가지고 일을 하더라도 여성의 보수가 남성보다 적다는 지적이 아직도 많다.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측면에서 여성

이 아직도 남성에 비해 자기실현 기회를 덜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남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이른바 선진국 수준에 버금가는 남녀평등에는 우리 사회가 못 미치고 있다.

성평등과 관련해 요즘 가장 뜨겁게 거론되고 있는 이슈가 여성가족부 존속 여부다. 한 정치인이 제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가족부 해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찬반으로 나뉘어 있다. 이 정치인은 여성가족부 폐지 이유로 다른 부처와의 연계성을 들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다고 말한 이 정치인은 여성 문제를 이슈별로 다른 부처가 맡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여성의 건강과 복지는 보건복지부가 맡고, 여성의 취업과 직장 내 차별,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창업이나 기업인에 대한 지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다루고, 성범죄와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등의 문제는 검찰, 경찰이 나눠 맡으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들어 있다. 아동의 양육과 돌봄 문제는 교육부가 직접 담당하면 정책 집행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별도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 정치인의 주장이었다.

 

사회변화에 맞게 복지 패러다임 전환해야

남녀의 문제는 해결보다 악화 국면으로 치닫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페미니즘, 젠더 이슈로 인해 남혐이니, 여혐이니 하는 극단적인 현상까지 나타난 상태다. 한국이 가장 극단적으로 이 문제에 봉착해있다는 외국의 지적은 뼈아프다. 익명성을 강조하는 인터넷에서의 토론은 토론이라기보다 저주로 치닫는 양상이다. 20대와 30대 연령에서 나타나는 성역할에 대한 논쟁은 남녀가 공존해야 한다는 상식을 파괴하는 중이다.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극도로 증오하는 징후는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는데 역효과를 낸다.

필자는 이런 현상이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 전환 마지막 단계에서 나오는 진통이라고 본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이후 한국 사회는 전통과 현대 조류 사이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경제가 성장하고, 자유와 민주가 사상의 두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과 관습과 충돌을 빚었다. 세대가 바뀌면서 세대별로 성역할을 바라보는 관점도 진화해 왔다. 산업화, 민주화, 디지털화가 낳은 사상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남녀를 바라보는 시각과 여성인력을 필요로 하는 노동시장의 변화, 기술의 변화가 극적으로 펼쳐져 왔다. 강한 근력을 필요로 하던 개발 시대를 벗어나 정보와 데이터를 다루는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었고, 이런 패러다임 전환은 남녀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했다. 이런 전환의 시기에선 일자리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는 게 사실이다.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게 요즘이다. 모든 측면에서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런 시대 변화 앞에서 여교사, 남교사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여와 남을 붙여서 편을 가른다는 생각이 옳을까? 다 같은 교사인데 말이다. 이젠 남교사가 하는 일, 여교사가 하는 일에 대한 구분도 사라질 필요가 있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 차이가 요즘 세대에선 훨씬 덜하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런 정도라면 여성복지라는 말 자체도 고쳐져야 옳다. 남성복지가 따로 없다면 여성복지도 동등하게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여성복지라는 말은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참여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제도를 의미한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한 육아휴직 제도, 고용장려금 지원, 경단녀를 위한 재취업 교육, 각종 보호시설 등과 가정폭력에 관한 법, 성폭력에 관한 법률 등의 인적, 물적, 법적 지원은 대표적인 여성복지다. 이런 여성복지를 총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 기관이 여성가족부이다.

 

여성을 남성의 대응개념으로 인식하지 말아야

여성가족부는 많은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정책 개발 면에서 많은 일을 해왔다. 유연근무제는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 임금근로자에 대한 유연근무제는 4.9%에서 12.0%2.4배 증가했다. 남성 임금근로자의 경우도 5.5%에서 15.9%2.9배 증가하는 효과를 낳았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시차출퇴근제재택 및 원격근무제등이 크게 증가한 것은 가사노동을 겸하는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2020년에는 처음으로 15%를 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실적을 기반으로 산업 직군별로 유연근무 활용 매뉴얼을 제작해 활성화 하는 중이다. 근로시간 단축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모색 중이다. 또 유연근무제에 소극적인 중소기업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막는 벽이 존재한다. 아직도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일은 남성들이 하기 어려운 일이거나 혹은 남성의 보조 업무인 경우도 많다. 남성들은 여성을 정상적인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기보다 남성의 보조 역할로 생각하는 경향이 존재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복지가 성평등보다 차별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남성들은 차별에 대한 보상 자체가 또 다른 차별이 아니냐고 반대한다.

이제는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남녀라고 구분을 짓지 말자. 우리는 모두 개인들이다. 개인으로서 남녀가 존재할 뿐이다. 개인은 다른 개인을 인정하고 그 개인이 어느 한쪽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동등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우리라는 개념 속에 묻힌 남녀는 개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남녀 모두가 평등하게 보인다.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다. 여성가족부도 이런 개념에서 본다면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여성복지, 남성복지가 아니라 그냥 복지라고 쓰는 날이 곧 오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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