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혁명의 실패를 예견한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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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1-05 14:25:42
  • 분류 : 자유마당

사회주의 혁명의 실패를 예견한 톨스토이

 

이정식(언론인뉴스1 대표이사)

 

러시아에서 차르 전제체제를 뒤엎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는 시도는 제정러시아 니콜라이 1세 때인 182512월의 데카브리스트(Dekabrist) 혁명 이래 100년 가까이 계속돼 왔다. 데카브리스트 혁명이란 일단의 러시아 귀족과 장교들이 전제정치 타도와 농노제 철폐를 기치로 일으켰던 혁명이다. 초기에 진압돼 실패로 끝나고 말았으나 러시아 최초의 근대적 혁명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후 많은 러시아의 사상가 혁명가들이 러시아의 개조를 꿈꿨다. 그러나 이들은 러시아가 유럽식 자본주의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유럽식 자본주의는 비인간적이고 격심한 빈부격차로 하층민이 더욱 비참해지는 것이므로 러시아는 농민공동체의 전통을 살려 사회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사회주의에 대한 생각은 19세기 러시아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많은 러시아인들은 사회주의가 러시아의 미래라고 생각했다.


톨스토이(1828~1910)는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기 7년 전인 1910년 세상을 떠났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의 성공으로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사회주의 체제가 들어서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가 살아있을 때인 188131일 인민주의자들에 의한 차르 알렉산드르 2세 암살 사건도 일련의 혁명적 흐름의 하나였다. 190519일 피의 일요일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차르의 겨울궁전 앞에서 있었던 가폰 사제가 이끌던 평화적 노동자 시위대에 대한 경비대의 발포는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러시아 혁명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됐다. 전국의 노동자 세력은 이 사건을 계기로 2년 여에 걸쳐 전제체제 타도와 민주공화제 수립을 목표로 차르의 군대와 곳곳에서 대결했고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역사적으로는 이를 실패로 끝난 제1차 러시아 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1차 혁명 이후 노동자들의 혁명조직인 노동자 대표 소비에트가 러시아의 모든 대도시에서 조직되었고 이는 12년 후인 1917년 볼세비키 혁명 성공의 기반이 됐다.


그런데 이같은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의 움직임에 대해 생전의 톨스토이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톨스토이는 평소 차르체제를 비판하고 사유재산제 페지를 주장해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혁명 세력과 뜻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사회주의 혁 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혁명의 성공을 믿지 않는다. 적은 지나치게 잘 무장되어 있다. 그러나 혹시라도 당신들이 성공을 이루게 된다면 성공의 그 다음날 사회주의의 모든 내부적 모순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사회주의는 근본적으로 부르주아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적인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복지와 인생의 의미를 물질적인 풍요에서 찾기 때문이고 이러한 기반에서 삶을 재건한다는 것은 모래 위에 건물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인류의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

(···)

, 혁명이 설령 성공하더라도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란 예언이었다.

마침내 사회주의 혁명은 성공했다. 로마노프 왕조는 혁명 이듬해인 1918년 우랄산맥 인근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 가족이 볼셰비키 혁명 세력에 의해 몰살당함으로써 비참한 종말을 고했다.


그러면 혁명의 성공 후 소련체제로 변화된 러시아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신분제도는 완전히 없어졌지만 소련 시절의 정치체제는 전보다 더욱 억압적이었고, 개인의 자유는 극도로 제한됐다. 혁명을 이끈 레닌이 1924년 세상을 떠난 후 1953년까지 30년 가까이 계속된 스탈린 통치 시기에는 정치적 반대파들에 대한 숙청이 차르시대보다 훨씬 가혹했다.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노벨상 수상 작가 솔제니친(1918~2008)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수용소 군도가 그 일단을 말해 준다.


혁명은 성공했으나, 톨스토이의 예언대로 사회주의 실험은 그 내부적 모순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혁명 후 74년 만인 1991년 소련 사회주의 체제는 역사에서 막을 내렸다.

필자는 한-러 수교 한 해 전인 1989년과 수교 직후인 1990년 취재기자로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현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었다. 당시에는 거리에 상점도 식당도 잘 보이지 않았다. 실패한 사회주의 체제 말기의 피폐한 모습이었다.


사회주의는 러시아 인민을 자유롭게 만들지도 러시아를 번영으로 이끌지도 못 했다. 사회주의를 버린 지금의 러시아는 훨씬 자유롭고 생기있는 나라로 변모했다. 19세기 러시아의 사상가와 혁명가들은 당시 유럽식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우려했지만, 서유럽에서는 세월이 흐르면서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그러한 빈부격차는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에서의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한 반면, 유럽의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는 초기의 문제들을 잘 극복하고 자유와 번영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사회주의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잔존해 있다. 이들은 대체 무얼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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