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핵화의 초기조치 요구에 북한 종전선언 이행 요구

  • No : 2172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8-07 10:45:06
  • 분류 : 자유마당

북·미간 줄다리기 교착상태 당분간 지속될 듯…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월 6~7일 평양을 방문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관련 실무회담이 아무런 진전도 없던 상황에서 이루어진 방문이었기에 큰 기대가 있었다. 또한 성김 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차관 간의 실무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은 상호 간에 계속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다.


정상회담 이전부터 실시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핵시험장 폐기에 대한 대가로 한·미 양측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축소와 연합훈련 중단 조치를 이행했다. 역시 미군 유해송환 절차를 시작했으며, 북·미 간 협상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방북, 성과 없이 마무리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으며, 연합훈련 중단을 통해 한·미동맹만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비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즉 비핵화라는 몸통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북한이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대를 갖고 이루어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은 결국 큰 성과없이 마무리됐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에게 핵 프로그램 리스트와 시간표를 요구했지만, 북한 측은 체제보장 조치의 선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북미 간 줄다리기는 정상회담 때부터 진행되어온 것이다. 즉,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들어가지 못했으며, 이는 북·미 간 줄다리기의 결과였다. 북한 측은 CVID를 명기하는 대신 단계적 제재해제를 명기하기 원했으나, 미국 측은 이 같은 동시적 조치를 수용하지 않았으며 제재해제는 북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달성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이번 폼페이오 방북 때도 이 같은 북·미 간 줄다리기는 지속됐다. 비핵화의 초기조치를 요구했던 미국에게 북한은 종전선언을 먼저 이행하라는 요구를 했다. 또한 한·미 양국이 단행한 연합훈련 중단은 가역적 조치이며 어느 순간에라도 재개될 수 있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핵시험장 폐기는 불가역적 조치이기 때문에 연합훈련 중단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북한 측의 입장이었다. 북·미 간 이 같은 줄다리기 이후 베트남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베트남 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비핵화 ▲체제안전보장 ▲관계개선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내 부정적 기류도 확산하고 있다. 폼페이오 평양방문 이후 미국 내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이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핵생산 능력이 아직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지만 핵무기 제조는 별개 문제이며,북한 핵생산의 완전한 셧다운이나 핵연료봉을 제거하는 것은 확인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북 비핵화 진정성 의심커져
한국정부의 중재노력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정의용 안보실장과 존 볼튼 안보보좌관 간의 회담이 이뤄졌다. 여기서 한국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회담을 가속화하기 위해 정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득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미국입장에서 정전선언은 북·미 간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주한미군의 감축문제, 대북제재 유연화 문제와도 연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또한 현재 한반도는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으며, 북·중 간에도 경제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따라서 제재해제는 한반도의 분위기를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 진입시키는 중요한 정책적 조치가 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유인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제재를 유지하고 있어 함부로 해제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북한의 몽니도 따르고 있다. 한국을 대상으로 북한 〈로동신문〉은 ‘싱가포르 렉처’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의 경제상황을 거론하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내적 경제상황을 높이기 위해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해제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미국 측이 수용해주지 않자 한국에 대한 압박을 높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 정책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명기했다. 북·미 정상회담 역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명기했다. 현 상황에서 한·미 양측이 북한에게 CVID를 강제할 수 있는 문서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에게 요구하는 핵능력 신고, 이에 대한 검증 등은 북한으로써는 수용해야 할 근거가 없다. 또한 미국은 지속적으로 CVID 이행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실제 자국의 비핵화 목표에 대해 불확실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의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관련 내용에 변화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까지 CVID를 달성하겠다는 목적에서 다소 완화된 입장을 발표했다. 즉, 북한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양의 핵능력을 CVID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긴시간이 소요되므로, 2020년까지는 중요한 진전을 이루겠다고 언급했다. 이것이 북한 핵능력을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20%정도의 CVID를 이루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현실적으로 CVID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미국이 취하는 북한비핵화의 구체적 목표치가 무엇인지 점점 모호해지는 측면이 있다.


그 동안 언급되었던 선반출 내용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소위 리비아 방식으로 일컬어졌던 핵탄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선반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 입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볼튼은 WMD(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1년 내 해체할 것을 조만간 북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비핵화에 대한 시간표가 없다는 언급을 하면서 이를 반박했다. 현재 미국의 북한비핵화 정책은 불확실하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 정책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이 흔들리지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 초기단계 이전에 체제안전보장과 제재해제를 얻어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전에는 종전선언이나 제재해제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이 지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 이후 어떠한 입장변화를 취할지 모른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약속이 거짓이었다고 판단할 것이며,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 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힘들어질 것이며, 한반도는 다시 긴장국면으로 돌아갈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북·미 양국이 서로가 요구하는 조치를 동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한국이 중재해야 한다. 북·미 간의 기싸움이 시간을 낭비하고 트럼프의 판깨기로 갈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이 생기기 전에 북·미 양국의 의견조율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의 중재가 필요하다. 결국 북한에 대한 설득이 주가 되어야 한다.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의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북한 측에 주지시켜야 한다.


북·미간 의견조율 한국의 중재 필요
물론 트럼프는 어렵게 만든 북·미간 협상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비핵화 초기조치가 뒤따르면 미국에서 2차 정상회담과 함께 유엔총회에 김정은을 초청하고 싶을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이 여세를 몰아 국내적으로 재선가능성을 높이고 싶어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국때리기’를 통해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미미하게 만들 것이며 대북제재의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협상틀이 깨져버리면 북한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미국이 북·미협상을 박차고 다시 제재국면으로 돌아가 버리면 북한은 원했던 경제발전도 힘들어지고 남·북관계와 북·중관계도 다시 주춤하게 된다. 북한도 이를 알기 때문에 중간선거 이전에 체제안전보장 조치를 얻고 남·북관계와 북·중관계를 통해 제재해제를 유도하고 싶어 한다. 결국 현 국면은 시간싸움이다. 제재의 구멍을 효과적으로 막고 북한비핵화를 이루려고 하는 미국과, 체제안전보장과 제재해제를 이루어내어 비핵화조치 이전에 경제발전의 시작점을 만들고 싶어하는 북한 간의 시간싸움이다.


양측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결국 승자는 미국이 된다. 그렇지만 문제는 트럼프가 이만한 시간을 견딜 만큼의 인내심이 있느냐이다. 현 상황에서는 북·미 양국이 서로가 요구하는 조치를 동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한국이 중재해야 한다. 북·미 간의 기싸움이 시간을 낭비하고 트럼프의 판깨기로 갈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이 생기기 전에 북·미 양국의 의견조율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의 중재가 필요하다. 결국 북한에 대한 설득이 주가 되어야 한다.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단계의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북한 측에 주지 시켜야 한다.


비핵화 없이는 제재해제도 없고, 제재해제가 없으면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대북경제구상도 추진할 수가 없다. 남북교류협력의 본격적 추진이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에 달려있다.


김현욱 -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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