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유라시아 랜드브릿지 꿈 실현될 것인가?

  • No : 2109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7-05 10:33:07
  • 분류 : KFF뉴스



남북 철도연결로 TCR-TSR 통해 유럽까지 연결 추진

경제적 혜택 외 정치ㆍ사회적 효과와 한반도 위상 제고 기대


오랜 숙원 남북 철도연결-유럽대륙 연계 이뤄지나?
과연 이번에는 그 간절한 꿈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6월 18일 정부는 ‘신북방정책’을 추구하는 한반도 미래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내용을 발표했다. 한반도의 동해안과 유라시아 대륙을 철도로 연결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며, 러시아 천연가스가 북한을 거쳐 파이프로 들어오는 구상도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 질 것이고 현재 끊겨 있는 철도의 남북구간이 연결돼 열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 만주는 물론 시베리아, 더 나아가 유럽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정부의 발표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비에트체제가 붕괴되고 러시아의 개방경제 체제가 실현된 지난 세기 말부터 남과 북의 철도연결을 통한 ‘한반도종단철도(TKR)’ 완성과 유라시아 진출을 위한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의 연결에 관한 학계의 논의와 정부 정책이 모색돼 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남북 간 철도ㆍ도로 사업’, 2001년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남북철도연결을 통한 시베리아 철도연결 사업’에 관한 공동성명 등이 발표됐다. 2007년 4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의 합의를 통해 남북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졌다. 또한 2012년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는 외교안보통일 정책공약에 “TSR 및 중국횡단철도(TCR)와 TKR을 연결하여 복합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현”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교체로 인한 남북관계의 일관성 부재, 동북아 정세 변화 및 북핵문제 등으로 인해 ‘TKR’과 ‘TSR’ 관련 사업은 부침을 거듭하며, 현실화 가능성은 오리무중에 빠지기도 했다.


한반도 분위기 변화로 국제적 환경 조성돼
최근 들어 급격한 상황변환이 일어나고 있다. 2018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이 사업에 희망을 주는 국내외적 사건이 연이어 전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시발점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라 할 것이다. 회담 후 발표된 판문점선언은 한반도의 비핵화 결단과 양국의 적대관계 종식 및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포함돼 있었다.


물론 경제협력을 위한 교통과 물류의 근간이 되는 남북철도 연결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리고 이의 실현을 재촉하듯 6월 7일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 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의 정회원 가입 성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OSJD는 중국횡단철도(TCR)와 TSR, 몽골종단철도(TMGR) 등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대륙철도 노선 운용에 참가하려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제기구로 정부는 2015년부터 정회원 가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왔으나 북한의 반대로 그 뜻을 이뤄 오지 못했다. 그러나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OSJD 가입문제에 대한 북측의 긍정적 반응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제 정부는 OSJD가 관장하는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 국제철도여객운송협약(SMPS) 등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 중요한 협약들을 다른 회원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돼 노선이 지나는 국가들과 일일이 개별 협정을 맺지 않아도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국제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6월 13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ㆍ미간 정상회담은 지금까지 간절하게 꿈꾸어 왔던 유라시아 대륙의 랜드브릿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TKR의 완성과 TSK연결 프로젝트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국제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TKR 연결사업이 완료되면 한반도가 북방으로 향할 수 있는 대륙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 경로에 대한 여러 가지 노선이 언급되고 있으나 결국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대륙의 서편 끝까지 도달함에 있어 TSR과의 연계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의 원산ㆍ청진ㆍ나진을 경유하고 두만강에서 러시아의 국경역인 하산을 통과한 후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이와 함께 중간에 TCR을 거쳐 TKR과 TSR을 연결하는 노선도 거론되고 있다.


둘째, TKR과 TMR(만주통과철도) 연결노선을 통한 TSR과의 연결하는 노선으로, 부산에서 출발하여 서울ㆍ신탄리를 거쳐 북한의 평강ㆍ청진ㆍ회령을 경유, 북한과 중국의 접경역인 남양(중국의 도문)에서 만주통과 철도와 연결된다.


셋째, TKR과 TMGR(몽골통과철도) 연결노선을 통한 TSR과의 연결 노선이며, 부산에서 출발하여 서울ㆍ문산을 거쳐 북한의 개성ㆍ평양을 경유, 북한과 중국의 접경역인 신의주(중국의 단동)에서 북경을 거쳐 몽골통과철도와 연결되는 노선이다.


경제적 성과 더해 정치ㆍ사회적 시너지 효과 기대돼 TKR-TSR의 연결은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의 물류비용의 획기적 개선, 수출채산성 향상,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자원의 안정적 확보, 대유럽 교역량의 증대로 인한 대미의존도 개선, 관광수입의 증대, 시베리아 자원개발 투자 증대, 동북ㆍ동남아 단일시장 기대 등의 긍적적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된 기대효과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경제적 효과이다. TKR-TSR의 연결은 물류비 절감 및 남북한 철도운송 수입증대 현상을 가져올 것이다. TKR이 완성되면 한국, 북한과 일본, 러시아,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및 유럽지역 간의 교역물동량이 한반도 종단 철도를 이용하게 돼 운임 및 시설 사용료 징수를 통한 철도 운송수입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TKR의 완성을 통해 남한-북한-중국-러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망이 구축되면 한반도는 TSR/TCR수송로의 물류 전진기지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남북한 산업구조 조정의 가속화가 이뤄지게 될 것이다. 남북한 간의 수송로가 확보되면 현재의 단순 임가공 형태의 교역이 설비반출형 위탁가공으로 질적인 향상을 이루게 될 것이다. 또한 남북경협의 확대는 남한 사양산업의 구조조정과 산업구조전반의 고도화를 촉진해, 상대적 고임금으로 수출경쟁력을 상실한 사양산업이 북한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한편, 남한은 고부가가치 생산의 첨단산업구조로 변환 가능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북한은 북한지역의 부존지하자원을 활용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위주로, 남한은 자본ㆍ기술집약적 산업위주로 한반도의 산업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정치ㆍ사회적 효과이다. TKR의 완성은 남북 간의 상호 신뢰 및 선린관계 구축의 토대가 될 것이다.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은 대외적으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대결상태의 완화를 의미하며, 대내적으로는 상대지역의 교통망을 이용해 남북한 및 제3국의 화물을 운송에 있어 안전한 수송을 남북한 정부가 상호 보장한다는 약속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남북한 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필요로 한다.


또한 TKR-TSR의 연결 프로젝트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북핵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국경통과시의 심사/세관통관은 국경부근의 상설 정부시설에서 이뤄지게 되므로 공적 교류의 급진전이 있을 것이다. 화물과 철도 관련 기술인력의 교류는 필연적이며, 이로 인해 남북한 양국이 화물의 환적 및 인수/인계를 위한 남북한 공동작업구역이나 상설 연락사무실의 설치도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 통과철도의 운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양국 간의 조정, 철도화물 관련 분쟁해결 및 요금체계/운영시스템을 위한 공동협의기구의 설치 등 상호 신뢰와 이해에 기초한 교류도 확대될 것이다. 이밖에 철도시설의 건설, 철도운영 시스템의 교류, 시설이용에 의한 양국 간 제반시설의 표준화가 이루어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셋째, 한반도의 국제적 위상 상승이다. TKR-TSR의 연결은 유라시아 대륙의 랜드브릿지 역할에 대한 꿈의 실현이다.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진출의 관문이라는 동북아의 지리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TKR-TSR 연결프로젝트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 같은 세계열강들의 국제자본 및 투자유치를 전제로 진행되는 대형 사업으로, 동북아 및 세계를 하나의 육로로 묶을 수 있는 중요한 토대이다. TKR 확산은 남쪽으로는 일본, 북쪽으로는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 및 더 나아가 베링 해를 통한 아메리카 대륙과의 연계의 고리를 묶어 주는 핵심적 역할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분석과 면밀한 준비 있어야

그러나 이를 위해 선결돼야 할 문제도 상존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이한 궤도와 북한 철도시설의 심각한 노후화, 건설비용과 운임체계 등 경제적 이해관계와 국제협력의 재원조달을 위한 방법 및 주도권과 지분 확보문제, 운영 및 법적 측면에서는 관련 제도와 절차 그리고 인프라 통합작업 등 해결되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들은 단순하게 개별적으로 해석될 수 없는 상황이며, 상호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따라서 사업의 중요성을 경제적 논리, 동북아 지역 정세의 변화에 대한 논리 및 북한문제 등 개별적 순위나 비중을 규정하기도 매우 어려울 것이며, 그러한 논리로 실현 과정에 임하게 된다면 큰 실수를 범하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찾아 온 호기를 이전과 같이 흘려 보낼 수만은 없다. TKR-TSR 연결프로젝트는 현실과 미래의 한국, 유라시아 대륙 진출의 꿈인 ‘새로운 한반도’를 구축할 수 있는 매우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목표의 실현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졌다.


면밀한 준비와 철저한 경제 및 외교적 분석에 의한 대응을 준비해 ‘유라시아 랜드브릿지 역할에 대한 꿈’이 실현되기를 소망해 본다.


김정훈 – 배재대학교 러시아ㆍ중앙아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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