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넘보는 국내 미술시장, 투자해도 될까?

  • No : 4426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3-03 13:30:18
  • 분류 : 자유마당

1조 원 넘보는 국내 미술시장, 투자해도 될까?

세금 없고, 은행금리 뛰어넘어”, “‘묻지마투자, 시장 왜곡

 

정태선(뉴스핌 공공정책부장)

 

 

열풍을 지나 광풍 수준이다. 미술계는 유사 이래 최고 호황기를 맞고 있다. 2020년 가을을 기점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미술시장 기세는 물러설 줄 모르고 있다. IT와 벤처, 주식으로 부를 축적한 슈퍼리치들이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보고 매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소득 MZ세대 또한 컬렉션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술시장에 신규 컬렉터가 대거 유입되며 올해도 뜨거운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집계한 국내 미술 시장 규모는 올해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내 최대 미술 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는 역대 최고 매출인 총 650억 원의 미술 작품이 판매되는가 하면, 오는 5월 열리는 제11아트부산에는 국내외 125개 유수 갤러리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많은 컬렉터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최근 미술계에서는 작품에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을 접목해 작품 소유권을 보장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미술품 거래도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소유하고 자랑하고, 투자하라

미술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장기침체에 빠져있었다. 그러던 미술시장이 이처럼 급격하게 활황세로 돌아선 배경은 무엇인가? 실마리는 역시 돈이다. 경기회복과 함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미술계는 힘을 받았다. 시중의 자금 여유만큼 더한 호재는 없다. 주머니가 넉넉해진 사람들이 고급스러운 취미와 기호품을 찾으면서 미술품 수요에 불을 지폈다. 일부 상류층 영역으로 그들만의 잔치로 치부했던 미술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졌다. 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면 문화수요가 본격화한다는 예측논리가 적중했다. 일반 시민들과 평범한 직장인들까지 빠른 속도로 미술시장에 유입됐다. 정윤아 크리스티옥션 부사장은 지난해 미술시장은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는데, 미술품 가격지수로 따졌을 때, 유례없는 호황으로 기억되던 2007~2008년보다도 1.5배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이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하면 400%에 달하는 가격 상승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상승으로 일부 미술품 가격 거품이 있지만 이런 상승은 시장의 견고한 수요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미술시장은 스타트업, 온라인 비즈니스, 가상화폐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빠르게 부를 축적한 젊은 세대가 유입되어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방식이 기성세대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7년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미술품을 대체투자 품목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됐다. 당시 우후죽순 생겨났던 다양한 미술투자 펀드들이 그러한 시각을 방증한다. 하지만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여파로 2009~2010년 사이에 직격탄을 맞은 국제 미술시장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성장하다가 작년 같은 호황을 다시 맞이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컬렉터들이 보다 현명해지고, 동시에 미술품이 보다 신뢰할 만한 투자품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새로 진입한 MZ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비해 미술의 투자적 가치를 고려하는 측면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미술은 애정과 관심 없이 구매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MZ세대가 트렌디한 젊은 예술가 작품을 선호하는 것 역시 투자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의 취향과 부합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 같은 다른 투자에 비해 미술품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결정적인 구매요인이기도 하다.

 

아트마켓 비약적 성장경매 매출 3배 뛰어

MZ세대 유입과 함께 미술시장 열풍을 뜨겁게 달군 일등 공신은 역시 메이저 갤러리들과 미술품 경매회사들이다. 자금에 여유가 생긴 갤러리들은 홍보용 전시를 기획하는가 하면 쾰른, 시카코, 바젤 등 국제아트페어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세계 진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국내 양대(서울옥션, 케이옥션) 경매회사는 공격적 경영으로 금융자본을 미술시장으로 끌어들여 미술의 경제적 외연을 크게 확장했다.

기본적으로 미술시장은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구분된다. 아티스트가 작품을 완성해 전시회(또는 아트페어)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 1차 시장이고, 이후 손바뀜이 일어나는 것이 2차 시장이다. 1차 시장(First market)은 화랑이 주도하며, 2차 시장(Secondary market)은 경매회사들이 주도한다. 물론 드물게 1차 시장에서 작가가 직접 작품을 팔기도 하고, 2차 시장에도 개인 딜러(화상)가 일부 활동하긴 하나 예외적인 경우다. 전 세계 미술품 경매가 소더비, 크리스티 양대 산맥에 의해 견인되듯, 국내시장도 1998년 설립된 서울옥션과 2005년 설립된 케이옥션이 전체 경매시장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술시장이 호황에 접어들며 두 회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발표에 의하면 2021년 경매시장 매출은 3294억 원으로 집계돼 2020(1153억 원)에 비해 2.86배 늘어났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2.1배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거둔 매출은 2997억 원으로, 이는 한국 미술시장 전체 매출 9157억 원(예술경영지원센터 집계)3분의 1에 달한다.

게다가 두 회사는 올해도 여러 호재를 앞두고 있다. 서울옥션은 올 초 유통 거함인 신세계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신세계는 제삼자 유상증자를 통해 서울옥션 주식 86만 주 가량을 280억 원에 취득했다. 지분율은 4.82%. 신세계를 이끄는 정유경 총괄사장은 전망이 유망한 아트 비즈니스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각적인 사업을 펼치기 위해 서울옥션과 손잡았다. 고객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하도록 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최신미술 아이템을 다양한 경로로 판

매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1월 말 코스닥에 상장한 케이옥션도 강력한 성장 로드맵을 만들었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기존 사업 강화와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해외 소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예술로서 품위는묻지마컬렉터 문제

미술시장의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적잖은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미술을 지나치게 자본논리로 보고 본질적인 즐거움을 잃어버린 지적이다. 상당수 사람들이 투자가치에만 몰두할 뿐 작품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고고한 예술이 이제 오로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 상품으로만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강남 쪽에서 인기가 있어 환금성으로 따지자면 최고입니다. 작품성은 떨어지지만 큰손들이 매집하니 지금 한 점 잡아두시죠.’ 최근 화랑가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대화들이라고 한다. ‘세금도 없고, 은행금리 뛰어넘었는데 미술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미술에 돈이 개입되는 현상은 긍정과 부정 여부를 떠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자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하지만, 과도한 자금 개입은 미술시장 전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 자본 논리를 따르는 것도 좋

지만 미술 고유 본질과 역할을 훼손하지 않는 범주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각되는 문제는 명성에만 집중하는 컬렉터들의 성향이다. 언론이 주목한 이름 있는 작가 작품이면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싹쓸이하는 묻지마식 컬렉터, 자신 안목과 취향보다는 입소문에 기대어 빈 캔버스마저 입도선매하는 무개념 컬렉터 등이 그들이다. 미술시장 왜곡에 한 몫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시장은 선물이나 주식시장 등이 영향을 입은 후, 가장 나중에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국제 정세, 경제 이슈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김동현 한국화랑협회 전시사업팀장은 올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작년 게임시장 규모는 약 20조 원(한국컨텐츠진흥원 집계)이었다면서 미술시장은 게임시장 2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인데, 이를 미술시장 한계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엄청난 가능성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망은 달라지는데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지난해 미술시장에 신규 고객이 약 2배 증가했는데, 올해도 새로운 컬렉터가 계속 진입하면서 시장은 계속 뜨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연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라며 미술품은 상품이 아니다. 미술품이 지닌 복합적인 가치들, 즉 미술사, 미학, 경제적 가치 등이 입체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미술사 가치를 모른다면 작품가치를 제대로 살필 수 없게 된다고 경고한다.

모처럼 관심이 커진 미술시장을 잘 가꾸어야 할 것이다. 미술에 있어서 돈이 필요불가결 한 요소이고 자금의 순기능을 전제로 출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미술은 투자대상 상품이기에 전에 삶을 위안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가장 순수한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술품은 시대 문화수준을 규정하는 척도이며 한 시대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네티즌 의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