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문해력을 위한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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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12-01 16:26:03
  • 분류 : 자유마당

정치적 문해력을 위한 시민교육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신중섭(강원대 윤리교육과 명예교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는 말은 흐뭇함과 위로를 준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집단이 정파적 이익에 매몰되어 합당하지 못한 정책을 남발하거나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언행을 할 때 이 말은 더욱 위안이 된다. 수준이 낮은 정책이나 정치인, 정치 집단을 바보가 아닌 국민이 정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는 말은 사실인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수시로 말을 바꾸고, 자신의 명백한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현란한 말만 늘어놓는 정치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정치풍토를 보면,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는 말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다.

우리가, 국민이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정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정치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것에 대해서 상식적인 판단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 현상에 대해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력을 갖는 것을 정치적 문해력(political literacy)’이라 한다. 시민이 정치적 문해력을 갖도록 돕는 것이 바로 시민교육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다원주의 현대 사회에서 시민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제도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훌륭한 자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시민이 없으면 훌륭한 제도나 정치인이 있을 수 없다.

훌륭한 시민 만들기를 위한 시민교육은 민주주의가 발전한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민성은 그리스 도시국가나 로마 공화정의 전통에서는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스 도시국가와 로마 공화정에서 시민은 공공의 토론에 참여하고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국가의 법 제정과 정책 결정에 참여했다. 민주주의 사회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이 지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공동체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교육이 시민교육이다.

시민교육과 관련하여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문서 가운데 하나가 영국의 크릭 보고서. 영국은 이 보고서에 기초하여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시민교육을 법정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였다. 학교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시민의 의무, 책임 및 권리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시민교육을 법정 독립과목으로 지정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시민교육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해야 하지만, 학생을 우선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영국의 시민교육은 그동안 법의 지배에 대한 존중과 자원봉사와 자발적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크릭 보고서는 사회참여와 자원봉사는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을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민교육은 도덕적이고 정치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특성, 그것의 유래, 현재 정치 체제의 장점과 단점,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시민교육이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강조한 정치 교육의 차원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교육은 사람들을 공공생활의 법적, 도덕적, 정치적 영역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사회와 사회를 구성하는 요인들로 인도하여 개인으로서 그들이 어떻게 전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시민교육은 법과 정의,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을 발전시키고 동시에 사고의 독립성을 장려하면서 공동선을 육성해야 한다. 시민성은 숙려하고 탐구하고 토론하는 기량이다.

크릭 보고서에 따르면 시민교육은 학생들의 정신적, 도덕적, 문화적, 심적, 신체적 성장을 도모하고, 학생들이 성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회와 책임과 경험을 준비하도록 하는 교육이다.” 시민성을 가르치는 교육이 시민교육이다. 시민성의 핵심적인 요소는 사회적도덕적 책임감, 사회 참여, 정치적 문해력이다.

사회적도덕적 책임감은 본질적인 도덕적 미덕이며 정치적 미덕이다. 책임감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추정하고 그 결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는 것이다. 사회적도덕적 책임감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개인적으로 책임지는 시민성으로서 개인의 책임, 인격, 정직, 성실, 자제력, 근면 등의 가치를 추구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을 신뢰하고, 교실 안과 밖에서 권위 있는 사람을 향해, 서로

를 향해 사회적 도덕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시장적 개인주의가 초래한 사라진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공동체 참여는 참여하는 시민성으로서 지역사회, 공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관계성, 공동의 이해, 신뢰, 집단적 헌신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투표율이 낮아진 것에 대한 대책, 공동체 갱생 프로젝트, 지역사회 참여와 봉사가 포함되어 있으며 참여 민주주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 문해력은 정치체제의 원리와 작동방식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정치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 사회 문제에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사회 개혁과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학교 시민교육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지식과 실천기술, 관용, 이해. 논증 등과 같은 덕목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정치적 문해력은 정의를 추구하는 시민으로서 사회 이슈에 대한 비판적 분석, 사회적 불의의 해소,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 자선과 봉사 활동을 넘어선 사회운동을 통한 체제의 변화를 시도하는 능력이다. 정치적 문해력 교육에는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슬기롭게 살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학습을 포함한다. 정치에 대한 개념, 절차에 대한 기술, 행동을 통한 학습, 정치에 대한 참여와 관련된 지식기술가치에 대한 학습이 포함된다. 정치적 문해력 교육을 통해 관용, 공정성, 진리에 대한 존중, 합리적 논증, 차이에 대한 존중을 습득하도록 한다.

정치적 문해력에는 공공자원의 배분과 조세에 대한 이해, 고용 세계에 대한 기대와 준비도 포함된다. 지식을 갖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정치적 문해력교육이다. ‘정치적 문해력교육은 정파적 주장을 주입하는 정치적 교화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깨닫게 하려면 우선 훌륭한 시민이 있어야 하고, 훌륭한 시민을 위해서는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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