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공동체 위기 극복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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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1-04 10:38:10
  • 분류 : 자유마당

저잣거리의 아우성과 새로운 공동체의 경험

 

김종욱(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공포바이러스의 창궐(猖獗) 시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 교수는 자신의 유작(遺作) 레트로토피아(retrotopia)에서 지구 인간의 몰골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곳에는 일자리와 더불어 소속된 사회적 지위를 잃게 될 공포, 집과 더불어 여생을 위한 동산 일체가 압류될 공포, 행복과 명망의 고개에서 미끄러지는 자녀들과 시장가치가 어떻든 간에 공들여 학습하고 연마해온 기술을 빼앗기는 자신을 맥없이 바라봐야 할 공포가 존재한다.” 이처럼 세계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야기한 불평등과 불공정을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절박한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이 공포의 시대에 대한 출구도 찾지 못한 채, 새로운 공포가 등장했다.

20203, 처음으로 접하게 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 세계는 공포에 휩싸였고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을 금지했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대응을 비웃듯, 세계 곳곳으로 침투하여 지구 환경을 파괴한 인간문명에 역습을 가했다. 20211220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2

7,5017,427, 사망자는 537457명에 달한다. 세계에서 최고의 방역을 보여줬다는 한국도 누적 확진자 575,615, 사망자는 4,828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인간의 생존과 생계 모두를 강타했다. 그 집중 대상은 특히 소상공 자영업자와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전 세계 시민들은 시민적 연대에 기초한 방역과 전문가들의 백신 개발을 통해 코로나19’ 극복에 나섰다. 그 결과 18개월 만에 긴 터널의 끝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을 때, ‘위드 코로나(with corona)’와 함께 오미크론(Omicron)’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했다. 다시 터널은 연장되었고, 지구인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불평등의 구조 위에 내리꽂은 바이러스폭격

1980년대부터 세계는 신자유주의 경제로 인해 불평등이 점차 확대되어 일상적 구조가 되었다. 불평등이 현대적 삶의 환경이 된 것이다.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의 발표(2021.12.07.)에 의하면, 전 세계 상위 10%가 전체 부()76%를 소유한 반면, 하위 50%는 단지 전체 자산의 2%만 소유했다. 가장 부유한 10%가 전체 소득의 52%를 차지하는 동안 하위 50%의 사람들은 단지 소득의 8.5%만을 벌어들였다. 구체적으로 상위 10%1년 동안 87200유로(12000만 원), 하위 50%2800유로(373만 원)를 벌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불평등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가 국가 전체 소득의 46.5%를 가져가는 동안, 하위 50%16.0%만 벌어들였다. 상위 10%1990년대에 비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늘었고, 하위 50%는 비중이 오히려 5% 줄어들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과 주택과 같은 비금융자산, 부채 등이 모두 포함된 의미로서 부()를 비교하면, 상위 10%가 전체 부의 58.5%, 하위 50%는 단지 5.6%만 차지했다.

소득 기준 상위 10%와 하위 50%의 격차는 14, () 기준 상위 10%와 하위 50%의 격차가 52배에 달했다. 불평등이 계속 확대된다는 지표다.

이 불평등의 땅 위에 창궐한 코로나19는 그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위의 그림과 같이 20202~4분기 가구소득 감소율을 보면,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의 가구소득은 17.1%인데 반해, 5분위는 1.5%에 불과하다. 코로나19에 의한 경제적 여파는 가장 취약하고 빈곤한 계층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코로나19는 불평등의 구조 위에 빈자들에게

더욱 강력한 폭격을 가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저잣거리의 아우성은 그치지 않고 삶의 고통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다. 국가가 지원하지 않으니 빚이라도 내서 궁핍한 삶을 이어나갔고, 임대료와 관리비를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20211분기 가계부채 비율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104.7%였고, 2분기 가계대출 규모는 1,7053,000억 원으로 최고를 찍었다. 20216월 말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빚을 내면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자율은 상승하고, 물가는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재정 당국은 국가 재정건전성을 부르짖으며 국민에 대한 지원에 몸을 사리고 있다. IMF에 의하면, G20 경제선진국 10개국 중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 재정지원(202012월 말 기준)GDP 대비 13.6%로 일본(44.0%), 이탈리아(42.3%), 독일(38.9%), 영국(32.4%)보다 훨씬 낮

, 직접지원은 3.4%에 불과했다.

미국은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지원금으로 약 207조 원, 가계 현금지원으로 1,021조 원, 임차료 지원 약 75조 원 등을 퍼부었다. 독일은 자영업자 신속 구제를 위해 약 18조 원, 자영업자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세 차례에 걸쳐 약 32조 원을 지원했다. 영국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약 43조 원을 지원했다. 한국은 어떤가? 다섯 차례에 걸쳐 약 56조 원이 지원되었는데 국민 전체 또는 다수가 받은 재난지원금 256천억 원을 제외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심 지원은 약 24조 원 규모였다. 김준헌, 박인환, 주요국의 재난지원금 지급 사례와 분석, NARS 현안분석214, 국회입법조사처(2021.10.26.)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규모도 적을 뿐만 아니라 신속성과 효율성도 떨어졌다.

 

불평등 해소와 공동체 복원을 위한 대한민국 재구축(rebuilding)

통계 수치보다 더 가혹한 것이 삶이다. 불평등의 숫자로는 고통과 눈물을 읽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두 가지의 과제를 연동하여 해결해야 한다. , 불평등으로 구축된 () 신분사회의 해체와 코로나19 이후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사회공동체의 복원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의 재구축에 돌입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 될수록 경제성장률은 하락한다.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개혁으로 이전소득을 확대해야 한다. 증세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서, 정부와 정당이 금기어로 여긴다. 그러나 20세기 중후반(1932~1980) 미국의 최상위소득에 적용된 최고세율은 평균 81%, 영국은 89%에 달했다. 현재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대규모 증세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면,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의회에 억만장자세(billionaire tax)’를 발의할 예정이다. 유럽 주요 국가도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독일의 신임총리 올라프 숄츠(Olaf Scholz)는 부자 증세를 통한 확대재정을 주장했고, 영국 보수당 내각조차도 법인세·소득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공의료·공공교육·공공돌봄, 보편적 복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했다. 이런 국가의 일을 추진하려면 재정이 필요하다. 재정 확보의 수단은 세금이며, 특히 고소득층에 대한 부유세를 통해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불평등의 위기와 코로나19의 고통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기업과 부자들의 사회적 기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세정책은 국가의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사회지출의 비중(2019년 기준)OECD 평균 20.0%보다 12.2%로 매우 낮다. 그만큼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불평등과 코로나19의 타격을 강하게 받게 되는 것이다. 이를 완충할 방법은 부자증세를 통해 국민 모두에게 고르게 이전소득이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의료·공공교육·공공돌봄을 위한 국가 재정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선제 대응할 재정을 국가 예산에 비중 있게 편성해야 한다. 대한민국 예산의 매년 약 10%(60조 원) 정도의 재정을 새롭게 편성해서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의료·교육·돌봄 공공기반 구축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의료·교육·돌봄 투자는 코로나19 선제 대응과 함께 사회적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소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겪고 위기에 처한 소상공자영업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대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3월 법안을 제정하여 연대 기금 조성 착수 후 1년 동안 매월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보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조치로 손실을 본 대상에게 재정지원을 실시했다. 이 연대기금은 정부, 광역지방정부, 지방자치기구가 출연할 수 있고, 민간도 기부할 수 있는데 프랑스의 보험회사가 약 5,460억 원을 기부했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연대 기금 조성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과 자영업자들의 직업 이전 프로그램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가의 신뢰다. 정부는 방역의 최종 책임 단위다. 야당은 정부의 선제적·효율적 방역을 촉구하고 정책 추진의 문제점을 비판할 수 있으나, 선거를 위한 정쟁 수단으로 활용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어찌되었건 K-방역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현저히 적은 것도 사실이다. 역으로 정부는 방역에 자만하지 말아야 하며, 방역의 일등 공신은 국민과 시민사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공동체의 협력과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K-방역을 완성했다. 시민들의 공감에 기초한 연대, 공동체의 자발적 동참과 협력, 의료진과 방역 당국의 헌신적 노력이 결합되어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의 창궐로 고통의 터널에 들어섰다. 저잣거리의 힘겨움은 국민들의 목구멍으로 들이닥쳤고, 없는 자의 한숨과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통계 수치의 참혹함을 넘어서는 코로나19의 고통과 불평등의 역류가 모두를 급습했고, 그 순간 국민은 온몸으로 그것을 감내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것인가? 이제 국가와 정치가 그 현장에서 국민을 위해 온몸으로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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