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을 맞는 각국의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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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1-04 10:35:22
  • 분류 : 자유마당

새해 첫날을 맞는 각국의 풍습

 

윤광제(완도군민신문 대표·시조시인)

 

 

2022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앞서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고는 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사실 태양력으로 2022년이 시작됐지 임인년은 아직 멀었다. 음력으로 따지면 아직은 신축년 12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음력과 양력이 교차 적용되는 현상이 시작됐고. 이 때문에 새해 첫날에 대한 해석이 다양해지면서 새해 첫날의 위상도 커졌다.

새해 첫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신정구정이다. 신정(新正)은 새롭다는 뜻의 신()과 음력으로 한 해의 첫째 달을 의미하는 정월(正月)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신정이라는 말은 기존에 사용되는 음력 새해 첫날인 의 정통성을 훼손시키고자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설날을 구정’(옛날 방식의 (舊式) 정월(正月))이라 칭하고 양력 11일을 새해의 첫해로 규정하면서 추진하게 됐다는 설이 유명하다.

신정구정은 꽤 오랜 시간 사용돼 왔으나 현재는 이 말 자체도 존재가 희미해져 가고 있다. 요즘 사람들의 인식 속에 새해 첫날은 새해 첫날대로, 설날은 설날대로 한해의 비중 있는 기념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의 마지막과 새로운 해의 시작을 연말연시라고 하는데, 각 나라별로 조금은 다른 듯 비슷한 이벤트를 벌인다.

우리나라는 양력 11일 새해 첫날이 되면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타종 행사, 떡국 먹기, 새해 덕담, 해돋이 보기, 신년 운세 보기 등의 행사를 벌인다. 일부 풍습이 설날에 하는 것과 겹치기는 하지만 성질 급한 한국인의 성격이 반영돼 신년 운세의 경우 설날이 아닌 연초에 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특히, 중요한 신년 행사로는 제야의 종타종 행사를 꼽는데, 1231일 자정 서울 종로2가에서 보신각 종을 33번 치는 행사이다.

원래 33회 타종은 조선 초 태조 1396년부터 도성의 4대문과 4소문을 여닫을 때 문을 여는 새벽 4시쯤(오경) 33회 타종하는 파루(罷漏)’, 문을 닫는 밤 10시쯤(이경) 28회 타종하는 인정(人定)을 통해 주민의 통금 해제와 통행금지를 알렸는데, 여기서 유래했다. 그보다 앞선 타종 행사는 제석(除夕:섣달 그믐날 밤)에 중생들의 백팔번뇌를 없앤다는 의미로 각 사찰에서 108번의 타종을 하던 불교식 행사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불교 수호신인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에게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무병장수, 평안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제야의 종타종 행사는 1953년부터 시작해 새해맞이 행사로 정착했다. 다만,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67년 만에 처음으로 타종 행사가 취소된 바 있다.

11일은 새해의 첫날이기에 연인과 가족들이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새해 목표를 세우고 다짐을 하거나, 데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새해 해돋이를 보려면 동해나 섬, 또는 높은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충족시키려면 외박을 해야 하니 연말에 숙소 잡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떡국은 한 해의 첫날 먹는 전통 음식으로 새해 첫날에 떡국을 먹고 한 살을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 음력 설날의 풍습이었으나 요즘엔 새해 첫날에 더 많이 먹는다고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경 구절이 있듯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 목표를 세워서 실행한다. 주요 새해 목표로는 금연, 다이어트, 공부, 운동 등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작심하고 일주일 정도면 중단되기 때문에 작심삼일이라는 말의 기원이 되는 날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와 가까우면서 풍습도 비슷한 나라 일본은 양력 11일을 새해 첫날로 기념하는데, 쇼가쓰(正月, 정월 또는 설날) 또는 간지츠(元日, 원일)라고도 부르며 보통 3일간 연휴를 갖는다. 일본도 과거, 에도 시대까지는 오쇼가쓰(正月)라는 음력 설이 있었지만 이후 공식적으로 폐지됐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새해 첫날은 연중 최대 명절이 됐다. 오쇼가쓰가 존재조차 희미해진 데는 국경일에서 평일로 격하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우리나라 제야의 종타종 행사처럼 일본에도 108회 타종하는 행사가 있다. 이는 불교 행사에서 유래한 것처럼 백팔번뇌와 관련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108회 치는 동안 107회는 1231일에, 마지막 108번째 타종은 110시에 딱 맞춰서 친다고 한다.

또 다른 이벤트로 도쿄의 카운트다운 행사가 유명하다. 매년 1231일 새해를 맞기 위해 수 십만 명의 인파가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 모인다. 이 교차로는 도쿄 시부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장소이며 일본의 도시 풍경의 상징과 같아서 영화에도 많이 조명되는 장소다. 게다가 1년 중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한가운데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기회는 1231일 새해 전야와 할로윈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카운트다운 행사를 위해 몰려드는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일본에서는 새해 첫날이 되면 가까운 신사에 가서 복을 비는 하츠모데(初詣)라는 풍습이 있고, 이날 먹는 별식으로는 오세치(御節)라는 조림 요리와 조니(雑煮) 혹은 오조니(雑煮)라고 불리는 인절미 떡국이 있다. 일본에도 세뱃돈 받는 풍습이 있는데, 이를 오토시타마(年玉)’라고 한다. 또 연말부터 설 연휴 기간 동안 집의 현관이나 대문 앞에 카도마츠(門松)라는 장식용 소나무를 달아놓거나 부채를 두어 추수의 신을 집안으로 모시는 풍습도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일본인들은 엄청난 양의 연하장을 발송하는데,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감성을 공유하는 그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중국은 새해 첫날인 양력 11일을 원단(元旦)이라고 부르며 화약을 발명한 나라답게 새해가 되면 대규모 폭죽놀이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러나 음력 11일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이 있어서 새해 첫날의 의미는 춘절에 비해 대단히 미약하다. 중국의 새해 첫날 연휴는 3일 정도 쉬는데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연휴가 늘어 7일을 넘기기도 한다고 하니 그들의 대륙적 기질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신년 카운트다운 행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카운트다운 행사다. 카운트다운 후 새해가 되면 타임스퀘어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을 배경으로 환호하고 포옹하며 키스를 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영국도 우리나라처럼 1100시가 되면 시계탑인 빅 벤 앞에 모여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은 축구가 일상인 탓인지 크리스마스에는 경기가 없지만 11일에는 경기가 있어 한 해의 시작일부터 축구 경기 관람을 한다고 한다. 축구에 관한 한 진심인 나라답다.

프랑스도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파리 에펠탑과 개선문에서 새해 첫날 행사와 카운트다운과 불꽃놀이 등을 진행한다. 그 외에도 태양력을 쓰는 거의 모든 나라는 새해 첫날이라는 날이 지닌 의미를 다 같이 공유한다.

사람들은 지난해 또는 과거에 자신이 했던 일을 되돌아보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다. 앞에서 언급했듯 새해가 되면 작심하고, 얼마 안 가서 실패하고 또 작심하기를 반복한다. 그렇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12월에 웃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연초가 되었으니 열거하는 사자성어를 되새기며 반드시 웃으면서 다음 해를 맞는 사람이 되어보자.

권토중래(捲土重來), 칠전팔기(七顚八起), 와신상담(臥薪嘗膽), 절치부심(切齒腐心), 절차탁마(切磋琢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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