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실리콘밸리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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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4-02 14:02:28
  • 분류 : 자유마당

한국형 실리콘밸리 성공하려면?

단순한 기업 지원 아닌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부터

 

 

고재원(세종경제신문 사장)

 

 

혁신형 창업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사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이다. 반도체와 컴퓨터, 전기자동차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탄생시킨 실리콘밸리에는 전기전자, 컴퓨터, 바이오 등 각종 첨단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새로운 벤처 기업들

의 활발한 창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전세계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수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다양한 형태로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했지만 그 많은 시도들 중 제대로 된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경제 환경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배경과 산업구조적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단순한 모방은 실패의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을 들여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선도적인 내수(內需) 시장,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우수한 인재(人才) 등 우리가 도저히 벤치마킹하기 힘든 조건들이 적지 않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방정식을 무작정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의 한계와 비교우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움이 될만한 성공 요인들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최선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창업 생태계를 위한 시사점

주력 대기업 중심의 성장 모델을 보완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혁신형 기업 및 창업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창업이나 중소기업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혁신과 창의가 강조되는 최근의 움직임과는 사뭇 달랐다.

혁신형 창업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사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이다. 그러나 수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다양한 형태로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했지만 그 많은 시도들 중 제대로 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치경제 환경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배경과 산업구조적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단순한 모방은 실패의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실리콘밸리, 글로벌 성공을 위한 핵심 관문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국 주요 창업 단지의 성공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글로벌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세계가 늘 주목하는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이나 지식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탈바꿈하는 미국은 각종 첨단 기술의 테스트와 확보, 비즈니스 실행 등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 인도, 중국 등 수많은 국가들과 여러 도시들이 실리콘밸리를 모방하기 위하여 다양한 산업 기지를 구성하고 실리콘밸리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했으나 대부분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탁월한 시장의 부재(不在)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좁은 내수시장에 치중하는 국내 벤처기업들

우리나라의 벤처 생태계는 아직까지 협소한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성장이 더딘 상황이다. 1970~80년대 한국경제가 이룬 고도 성장에는 좁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딛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였던 수출 중심 전략이 큰 기여를 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견고한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독일의 강소기업들도 창업 초기부터 특정 전문 분야에서의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에이서(Acer), 에이수스(Asus), HTC 등 대만의 여러 IT 기업들도 작은 중소기업으로 시작하여 일찍이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선진국의 많은 벤처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벤처기업 역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처럼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시장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벤처 기업의 대부분은 글로벌 역량이 부족하고 이와 관련된 사업서비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1차 벤처 붐을 통해 선진국보다 앞서 초고속 인터넷 등 IT 인프라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적극적인 창업 정책 지원을 펼친 바가 있다. 일부 부작용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에 힘입어 많은 벤처 기업들이 등장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중견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벤처 기업들이 내수 중심 사업을 고집하며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지 않으

면서 성장률이 현저하게 둔화되고 내수 중심 사업 기반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등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당분간은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필요

우리나라는 아직 실리콘밸리와 같이 민간 주도의 혁신적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오랜 시간 경제 전반에 걸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가 이뤄져 온 데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둔화,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확산 등이 겹침에 따라 한동안은 벤처 기업들의 자생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새롭게 싹트는 혁신적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에 걸쳐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초창기 실리콘밸리의 성장에는 미국 군수(軍需) 산업의 시장 조성이 큰 역할을 담당하였고, HP와 구글 등 여러 혁신적인 기업들도 그 뿌리를 찾아가보면 정부의 연구 개발 프로그램의 성과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한국 고유의 강점 살려야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등 외국 벤처 생태계의 성공 방식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태계는 자본주의 및 관용적 문화, 교육의 우수성 등 지역의 강점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됐으며, 이스라엘 역시 초기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과 별개로 미국과의 특수 관계에 따른 시장 접근의 용이성, 유태인 네트워크의 막강한 자본 등 특수한 이점에 따라 벤처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최선의 길이 될 수 있다. , IT와 함께 자동차, 건설, 중공업과 화학 등 다양한 업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독특한 산업 특성이나 아시아를 아우르는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등이 그것이다. 이종 산업간의 융합 활성화, 동아시아 벤처 네트워크 등 이런 비교우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벤처 기업의 육성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을 물리적으로 구분 짓기보다는 각자의 비교우위, 즉 중소기업이나 벤처의 혁신 역량, 대기업의 시장 창출 및 기술 역량 등을 바탕으로 긴밀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편, 이스라엘 벤처 생태계처럼 혁신적인 창업이 활발히 늘고 있지만 대기업으로의 성장보다는 해외 매각에 치중해 정부 지원과 육성이 경제 전반의 성장 및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도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때로는 창업 억제, 폐업 촉진이 필요할 수도

정부의 벤처 기업에 대한 반짝 지원 확대 정책으로도 일시적으로 벤처 기업의 숫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증가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기대증적 처방 및 다수 기업에 대한 소액중복 지원 등의 문제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실패하고 전체 창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경우도 있었다. 현재의 문제점과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고용 창출 목적의 창업 활성화 정책은 저()부가가치 기업의 과잉생산을 유도하는 등 추진 의도와 달리 좋은 일자리의 양산에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 중심의 창업 도전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자영업 등 경쟁이 치열하고 경제 전반의 산업연관 효과가 크지 않은 업종의 창업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과 준비의 기간을 갖게 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무상황이 취약하고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에 대한 지원 등 생존을 위한 지원이 아닌 될성부른 나무를 키우는 성장을 위한 지원, 직접 지원이 아닌 창업 생태계 전반을 육성하는 간접적 지원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선례에 비춰보면 정부가 자금 지원을 강조할수록 실패 가능성이 높다. 자금은 가장 유용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기도 가장 쉬운 탓이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특정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은 최소화 하고, 자생적 성장에 대한 의지와 능력을 갖춘 기업들은 누구나,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형성에 보다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즉 교육 및 컨설팅과 업무 시설 제공, 건전한 벤처 문화 조성 등 새로 등장하는 신생 기업의 성장 여건 조성을 위한 간접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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