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우한 폐렴, 세계 경제에 퍼펙트스톰 만드나 /박유연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 No : 2755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2-04 14:42:04
  • 분류 : 자유마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중국발 ‘우한(武漢) 폐렴’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전염병이 세계
적으로 유행하면서 경제에 충격을 준 사례들이 있었다. 우한 폐렴을 중심으로 전염병
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관광산업에서 충격 시작
우한 폐렴이 발생하기 전까지 중국
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다소나마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미·중 무역 분
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 미국과 세계 무역을
파국으로 몰아넣을 만큼 일촉즉발 무
역전쟁을 벌였다. 그러다 미국과 중
국이 서로 관세 인상 보복을 철회하는
등 합의에 이르면서, 미·중 양국뿐 아
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드리워졌던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었다. 우리를 비
롯한 세계 전체적으로 무역액이 늘어
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국의 경우 2019년 1분기 -0.4%의
마이너스 성장률 충격을 겪은 후, 작
년 4분기 1.2%를 기록하는 등 반등세
를 기록 중이었다. 이에 따라 작년 2%
에 그쳤던 전체 경제성장률도 올해는
2% 초반 대 정도로 올라설 것으로 기
대됐다.
하지만 우한 폐렴이 발생하면서 세
계 경제는 다시 큰 불확실성을 겪게
됐다. 당장 중국의 관광 산업 타격
이 예상된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1~3월 중국으로 출발하는 여행상품
의 취소율이 1월 22일 현재 20%에 육
박하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
까지 취소 대열에 나서면 취소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
여행상품 취소가 폭주하고 있다.
스위스 은행 UBS는 최근 “우한 폐렴
이 단기간에 잡히지 않으면 올해 1분
기와 2분기 중국의 소매 매출과 관광,
호텔 등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라고 예상했다. 전염병은 발생국뿐 아
니라 인근국가의 관광산업에도 타격
을 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관광
산업 피해가 예상된다. UBS는 “우한
폐렴 전파 속도에 따라 중국과 인근
국가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관광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사스와 메르스의 전례
시작은 관광산업이지만, 충격은 곧
경제 전반으로 퍼지게 된다. 관광산업
피해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소비
와 투자 감소를 유발하면서 경제 위기
사이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003
년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
흡기증후군)가 대표적이다. 사스가 창
궐한 2003년 중국은 관광 성장률이 10
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
했다. 그 영향으로 중국 경제 자체가
충격을 받으면서 전체 경제성장률도
내려갔다. 사스 때 중국의 GDP 성장
률은 2003년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떨어졌다. 운송·보관·우편 부
문과 호텔·케이터링 서비스 부문의
둔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도 충격을 받으면서 전 세계
적으로 성장률이 내려갔다.
한국도 2015년 유행한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고생한 전력이
있다. 메르스 유행으로 관광, 쇼핑, 외
식 등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2015년 2
분기 0.4%로 당시로서는 매우 낮은 성
장률을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
계자는 “생각보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
화하면서 소비와 내수 부진이 매우 심
각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극복
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추가경정예산(정부는 1년
예산을 정해서 국정을 운영하는데, 이
와 별도로 긴급한 필요에 의해 국채를
찍어 추가로 조달하는 예산을 의미한
다)을 편성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8조4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실시한 후, 처음 추
경을 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한 조치였
다”고 설명했다.
외부효과로 설명하는 경제학
경제학은 우한 폐렴, 메르스, 사스
같은 전염병의 경제적 영향을 ‘외부효
과’를 통해 설명한다. 외부효과는 본
래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에 손해를 끼
치거나 반대로 혜택을 제공하게 되는
상황을 뜻하는 경제학적 용어다.
중국은 굳이 세계 경제에 피해를 주
겠다는 의도로 전염병을 발생시킨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질병이 발생했고
이게 유행하면서 전 세계에 피해를 주
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에 손해배상을 해주는
것도 없다. 피해를 주고 있는데, 그에
따른 배상을 해주는 게 없으니 외부효
과 조건과 일치한다.
외부효과는 전염병 외에도 많은 사
례가 있다. 사회에 손해를 끼치겠다는
생각으로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백화
점은 없다. 운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교통혼잡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사
회에 피해를 줄 뿐이다. 그렇다고 해
서 백화점으로부터 피해보상금을 받
아내긴 어렵다.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했고, 오간 대가가 없으니 외부효
과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좋은 외부효
과도 있다. 대기업의 활약으로 국가
인지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대표적이
다. 기업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은
매출과 이익의 증대를 위한 것이지,
우리나라를 홍보하기 위한 것은 아
니다.
하지만 삼성이나 LG의 선전은 결
과적으로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런 효과가 발생한
다고 해서 국가가 삼성이나 LG에 대
가를 주는 것은 없다. 의도치 않은 경
제적 결과가 발생했고 오간 대가가 없
으니 이 역시 외부효과라 할 수 있다.
전염병과 차이라면 좋고 나쁨의 차이
가 있다.
거대한 위기 경고하는 시각들
외부효과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는
방법은 한 가지다. 원천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오히려 그
충격이 과거보다 훨씬 심각해질 가능
성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선 사스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충격이 클 것이란 전
망까지 나온다. 중국 경제에서 서비
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 때보
다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
가통계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에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은 2003년
39.0%에서 지난해 59.4%로 늘었다.
이렇게 서비스업 비중이 커진 상황
에서 사람들의 이동에 큰 영향을 받
는 관광, 쇼핑, 외식 등 서비스업이 부
진해지면 경제는 바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블룸버그〉는 “과거 중국은 제
조업 비중이 매우 높아서 전염병이 창
궐하더라도 물건 수출입만 타격을 입
지 않으면 경제에 큰 문제가 없었지
만, 지금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매우
커져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함에 따
라 관련 산업이 부진해지면, 경제가
곧바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
석했다. 이에 따라 〈사우스차이나모
닝포스트〉는 우한 폐렴이 중국 경제
에 ‘블랙스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블랙스완은 예측하지 못했
던 충격이 갑자기 나타난 상황을 묘사
하는 용어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이상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충격은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다.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
한 영향력이 사스가 유행한 2003년 때
와 비교할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스 때
중국의 세계 경제 비중은 8.7%였지만,
지금은 20% 수준에 이른다. 특히 우한
폐렴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경우 세
계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전염병 공포는 전 세계 주
식시장과 원자재 시장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한 폐렴 우려가 나
오기 전 세계 원자재 시장은 훈풍이
불고 있었다. 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
이란 기대가 나오면서, 2019년 말 뉴
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장중 2.83달러까지 올라 7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11월 중국의 구리
수입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증
가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
로 중국 경제가 추락하면 원자재 가
격 등이 다시 내려갈 위험이 있다. 골
드만삭스는 원유가격이 배럴당 3달러
정도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대신 달러, 미국과 유럽·일본의
국채 등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보
인다.
자칫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둘
이상의 폭풍이 충돌하면서 그 영향력
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가리키
는 자연과학 용어인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경제 대국들의 악재가 한꺼번에 뭉
쳐 세계 경제를 강타하리라 전망하면
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중국발 경제 충격이 세
계 전체에 위기를 낳는 것이다. 그러
면 금융사와 기업이 파산 위기에 내몰
리고 대량 실업과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경제도 큰 영향
충격에서 우리 경제가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메르스 사태 때보다 충격
이 클 수도 있다. 현재 우리 민간 경제
가 매우 허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
장률은 2.0%로, 이 중 정부의 성장기
여도가 1.5% 포인트를 차지했다. 지
난해 성장의 4분의 3을 정부가 이끌었
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2.3%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었다. 반면 민간의 기여도는 0.5%p에
그쳤다. 작년 민간 활동 부진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가 큰 원인이었다. 한국
은행은 “지난해 수출 부문에서 어려움
이 지속하면서 민간의 성장 압력이 상
당히 둔화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태에서 우한 폐렴이 파급력이 커지
면 세계 교역이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
경제도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우려해 정부는 대책 마련
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상황에 대
해, 검역 및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함
과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종
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염병이 조기에 진압되면서 사태
가 진정되는 게 최선이다. 2003년 사
스 때도 중국 경제는 일시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금세 회복한 전력이
있다. 그때와 비교해 경제 구조에 많
은 변화가 생겼지만, 우한 폐렴이 급
속도로 확산하지 않는 한 경제적 영향
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
다. 이와 관련한 희망적인 분석이 있
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사스 때는
중국 당국의 대응이 느려 병의 확산이
빨랐지만, 지금 중국은 바이러스 확대
방지와 대규모 예방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어서 사스 때만큼 심각하
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앞으로 사태 전개를 예의주
시하면서 면밀한 대응을 해야 할 것으
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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