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란 사태로 본 북한 전략 및 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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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2-04 14:38:18
  • 분류 : 자유마당


올해 초 이란의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암살로
야기된 일촉즉발의 중동 위기가 진정되고 있다. 이
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 충돌 수위
는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이란 정부가 천명했던 강
력한 대미 보복은 구호에 그쳤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
번 사태가 자칫 양국 간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까 우려하면서 확전을 막기 위해 분주했다.
한국이 이번 이란 사태에 주목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
지다. 중동은 주요 에너지 공급원으로 우리 경제에 막대
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라는 점이다. 또 이란은 북한과 마
찬가지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
우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 1월 21일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늘리는 사실상
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와 관
련이 깊다.
따라서 이란 사태가 한반도에 던져주는 시사점도 적지
않다.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는 이란과 미국 간의 최근 갈
등과 충돌을 살펴본다면 북·미 협상과 한반도 정세를 예
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
원장도 이번 이란 사태를 지켜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국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과 관련해 많은 연구를 했을 것
이다. 완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 여
부를 포함한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훌륭한 참고서가
됐을 것이다.
 
이란과 북한 사례는 크게 달라
이번 이란 사태는 크게 ‘ 미국의 공격→ 이란의 보복→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 vs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라는 일
련의 과정을 따라 전개되고 있다. 북·미 간 군사적 충돌
은 없었지만, 최근 악화하고 있는 양국 관계를 감안할 때
이란 사태에 비추어 북·미 갈등을 짚어보는 것도 유의미
한 작업일 것이다. 실제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북·미
는 상대에 대해 독설을 퍼부으면서 군사적 충돌 일보 직
전까지 갔다.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토대로 북한판 시나
리오를 만든다면 ‘ 미국의 공격→ 북한의 보복→ 확전 또
는 확전 자제’와 같은 패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패턴
은 언뜻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차이가 있다. 주요 포인
트별로 차이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이 북한 타격을 감행할 수 있을까?
이번 이란 사태의 주된 요인은 미군 드론의 폭격에 의
한 솔레이마니 암살이었다. 앞서 이라크에서 시아파 민병
대가 주도하는 미국 대사관 습격 등이 발생했지만 핵심은
암살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요인에 대해서
도 ‘참수 작전(Decapitation Strike)’을 전개할 수 있을까? 물
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답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선 북
한은 이란과 달리 최고 지도자가 전권을 갖고 통치하는
체제를 갖고 있어 다른 요인들에 대한 암살은 큰 의미가
없다. 만약 미국이 참수 작전에 돌입한다면 그 타깃은 김
정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국가에서 김정은의 동선 정보를 파악하고 확인하기는 쉽
지 않다. 설사 첩보 위성과 휴민트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
할 수 있을지라도 실패할 경우의 후폭풍을 감안한다면 결
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
시 정부가 실행에 옮기기를 꺼렸던 솔레이마니 암살을 감
행했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 북한에 대해서도 무력행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보복 수위 어느 정도 될까?
이 대목에서 이란과 북한의 차이는 명확하다. 미국의
군사적 공격에 대한 보복의 강도는 이란과는 차원이 다
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북한은 이란과 달리 핵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Asymmetric Power)을 보유하고 있다. 그 타
격 범위도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세계 최강의 미국일지라도 이 같은 북
한의 보복 능력을 전면적으로 마비시키는 군사작전을 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란이 대미 보복을 천명하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가
장 큰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강력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복 공격을 위한
든든한 군사적 배경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란이 핵미사
일 등을 보유했다면 미군이 모두 대피한 미군 기지를 향
해 미사일 몇 발을 날리는 데 그치진 않았을 것이란 관측
이 많다. 또 미국이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북한의 경우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은 물론, 방사포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는 남한은 물론, 일본까지도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타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 사태처럼 확전까지 이어지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양측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확전을 고집
할 경우 김정은은 체제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 미
국과 그 우방국들도 막대한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동북아 전체는 전쟁에 휘말릴 것이고 역내 국가 모두
치명상을 입게 돼, 실질적으로 동북아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이번 이란 사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둔 포인트는 무엇일까? 아마 미국의 대북 공격 및 확전
방지를 위한 억지력 강화일 것이다. 이는 자신의 권력 유
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전력을 군
사적 억지력이라고 주장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줄기차
게 추진해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주용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지난 1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지난 2년 동
안 북한은 핵·탄도 실험을 자제해왔다”라면서 “불행하게
도 미국은 이런 긍정적인 태도를 무시했으며 제재를 계
속 부과하고 한국과 공격적인 군사훈련을 했다. 우리는
주권을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다”고 밝
혔다. 지난 연말을 시한으로 자제해왔던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이란 사태와 맞물려 김정은의 핵무기 집착은 더욱
강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정은 ‘핵 집착’ 더 강해진다… 미 대선이 변수
체제 보장이라는 안전판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인 수단을 핵무기 보유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
부는 이란 사태를 통해 상당한 두려움도 갖게 됐을 것이
다. 북·미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경우 이란 사태
가 남의 일만은 아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에는 강경책을, 북한에는
상대적으로 유화책을 구사하면서 대응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 이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가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성과가 아닌 전임 정
부의 업적을 더욱 빛내줄 인물이 아니라는 비판도 따른
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과의 전례 없는 밀월 관
계도 대 이란 강경책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북한 비핵화 협상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 만든 무대에서 주연을 맡아왔기에 성공할 경우 상
당한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 김정은과의 관계를 강조
하면서 북한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것에는 이런 트럼
프 특유의 셈법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로선 북·미 관계의 가장 큰 변수는 올 11월 실시되
는 미국 대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고, 북한도 트럼프의 상황을 고
려해 대선 정국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또 다
른 돌발 변수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적으로 꼽
을 수 있는 것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또는 핵실험 재개
여부다.
이는 북·미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일이지만 이런 전술은
그동안 북한이 종종 써왔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후 협
상 분위기를 바꿔 몸값을 높이는 방식이다.
북한이 도발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지 않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실제 ICBM 시험
발사를 하지 않고 시험장에서의 부분적인 기술 향상 시
험을 시행하는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과 같은 비대칭 전력의 개발도 이에 포함된다. 앞서 언급
했듯이 이란 사태를 통해 김정은은 비대칭 전력의 확보
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재차 깨달았다. 따라서 어떤 방식
으로든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 악화 시 중국 역할론 힘 받을 듯
두 번째로는 중국의 등장이다. 2002년 2차 북핵 위기
때 중국이 개입해 6자 회담으로 난국을 뚫고 협상을 재개
했던 것처럼 중국의 역할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미 관계가 상당한 수준으로 악화할 경우 중국의 개입
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선택될 수 있다. 중
국은 북한의 가장 큰 지원국으로 그동안 유
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 대북 제재 완화를 꾸
준히 요구해왔던 만큼
북·미 관계에서 완충 역
할을 할 수 있다.
최악의 돌발 변수는 역
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타격 또는 어설픈 북핵 협
상 타결을 들 수 있다. 둘 다 미 의회 등의 반대로 현실화
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국으로서는 만반의 대응을
위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올해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대비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이 ICBM을 포기하고 핵확산을 하지 않는 조
건으로 북한이 보유한 기존의 핵무기만을 묵인하는 방향
으로 북핵 협상이 간다면 한반도의 분단은 더욱 해결하
기 어렵게 된다. 동아시아에서는 핵 도미노로 이어져 역
내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이 묵인했던 후발 핵보유국은 이스라엘, 인
도, 파키스탄 등 3개국으로 그 조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핵무기가 미국에 적대적으로 활용돼선 안 되고, 당시 상
황에서 미국에 상당한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었다. 실제 이스라엘은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으로 중동
에서 미국의 이익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인도의 경우
중국 견제를, 파키스탄은 9·11 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
에 적극 협력했다.
북한이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
근 이란 사태에서 보듯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식 해법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연구도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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