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은 청소년 강력 범죄, 해결책은 없을까?-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No : 2570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7-02 16:26:31



청소년 강력범죄의 최근 양상
지난 몇 년간 청소년 강력범죄는
잔혹성 측면에서는 이미 성인
범죄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화
했다.
성매매를 시키고 피해자를 담뱃불
로 지지는 등 가혹행위를 했던 ‘통영
성매매 사건’, 폭력과 학대, 성매매 강
요 과정에서 한 여고생이 숨지자 시신
에 불을 지르고 시멘트를 덮는 등 증
거인멸을 시도했던 ‘김해 여고생 사
건’, 8세 초등학생을 유괴 납치해 살
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인천 여고생
사건’, 가해자가 SNS에 “2년 뒤에 보
자. 나와서 고소하겠다”는 글을 올렸
던 ‘부산 여중생 사건’, 학교에서 친구
를 때려 사망케 한 뒤,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가해자가
자신의 SNS에 “살인도 좋은 경험이
다. 덕분에 나는 모든 인간을 다 이길
수 있겠다. 그래서 어차피 (나는) 법적
으로 살인이 아니다”는 글을 올린 ‘개
성중학교 폭행치사 사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지난 6월에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
한 원룸에서 10대 5명, 20대 2명으로
구성된 가해자들이 동네 후배인 중고
생 피해자들을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감금 폭행하고 성추행까지 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때리거나 세제에 담배
꽁초와 침을 섞어 억지로 먹였고 얼굴
에 봉지를 씌운 채 보풀 제거기로 손
가락을 갈아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피
해자들을 때릴 때마다 “우리는 미성년
자라 너희들을 때려 들어가더라도 얼
마 살지 않으니 신고하면 죽여 버리
겠다”며 협박했다. 피해자들은 무서
워 집밖에 나가지 못 한 채 잠도 못 자
고 숨어 지내는 반면, 가해자들은 “안
에 잡혀 들어가 보니 살만 하더라”며
SNS에 글을 올렸고, 불구속 수사 중
인 친구들을 시켜 신고한 사람을 잡아
오라고 적었다.
청소년 강력범죄의 양적 변화
이에 피해자 부모는 “나이만 청소년
이지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소년법을
악용하여 더 많은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범죄자들 인권만 생각하지
말고 가해자들이 대가를 치를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이처럼 요즘 청소년 강력범죄의 특
징은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후
회하거나 처벌받을 가능성에 대해 두
려워하기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
라는 식으로 떠벌리거나 석방되면 가
만두지 않겠다는 보복성 발언도 서슴
지 않는다. 이러한 잘못된 풍조로 인
해 많은 국민들이 청소년 보호의 법적
근거인 소년법의 존재 자체에 회의를
품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지난 10년간 소년 강력범죄(흉악)는
29.6% 증가했으며 소년 강력범죄(흉
악) 발생 변화는 2008년 소년 인구 10
만 명당 29.4건에서 2011년 38.1건으
로 증가했다. 이후 4년간 감소하다가
2016년부터 다소 증가해 2017년에는
38.1건이 발생했다.
청소년 강력범죄 심리 메커니즘
청소년 강력범죄의 양태는 주로 약
한 피해자를 선정하고 집단적으로 폭
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
망하거나, 지속적으로 괴롭혀 피해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몰아가
는 식이다. 청소년 강력범죄 가해자
심리를 맛차(Matza)의 중화기술이론
을 통해 살펴보면 중화기술의 핵심은
주로 ‘물타기’와 합리화로 가해자들은
폭행과 가혹행위를 장난, 재미있는 시
간 보내기, 스트레스 해소 정도로 여
긴다. 나아가 피해자를 금전적·성적
으로 착취하고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
간다. 가해 인원이 여러 명일수록 책
임이 분산되는데 피해자가 사망하면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변
명한다. 피해자는 피해를 당할 만하므
로 피해를 입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가해 행위를 중화시키기도 한다.
가해자 중에는 이런 행위가 옳지 않
다고 내심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가
해 행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또래 집단
으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등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
한다. 이외에도 나는 누구도 해치지
않았고 그런 뜻은 결코 아니었다는 등
의 심리적 중화기술을 이용하여 스스
로를 방어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범행 이후 사법처리과정에서 왜 그토
록 가해자들이 뻔뻔하게 행동하는가
하는 ‘철면피적 현상’과 연관이 있다.
소년법 폐지 가능한가?
청소년 강력범죄의 가장 커다란 문
제점은 범행 이후 후회나 두려움, 죄
책감을 보이지 않고, 소년법 적용을
받게 되면 가벼운 처벌로 끝날 수 있
다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또래들에게 SNS 등을 통해 전
파되고 있어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가
벼운 처벌만 받고 복귀할 수 있다는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일선에서 소년
범을 다루는 경찰, 검찰, 보호관찰 관
계자 그리고 교사들은 이들의 ‘막무가
내식 태도’에 혀를 내두른다. 이런 종
류의 사건이 발생하고 보도될 때마다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대두되
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년법 폐지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UN 아동 협약’은 18세
미만 아동의 모든 권리를 담은 국제
적 약속으로 1989년 11월 20일 유엔에
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한국을 포함
전 세계 196개국이 가입했다. 어린이
범죄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제37조에 의하면 소년에게 사형, 종신
형 등을 내릴 수 없으며 고문금지, 체
포, 구금 등의 방법은 최후의 선택이
고, 구금되어 있는 동안에도 가족 접
견권 보장, 성인 범죄자와의 혼합 수
감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년법이 폐지되면 범법행
위를 한 소년에게 사형, 종신형 등의
중벌을 가할 수 있게 되는 등 UN 아
동 협약에 위배될 뿐 아니라 우리나
라가 서명한 각종 인권조약과 충돌
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결론적
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소년법 폐지
를 주장하고 있으나 폐지될 가능성
은 거의 없다.
소년법 개정해야 하나?
우리나라 소년법은 1953년에 제정
되었다. 현행 소년법에 의하면 14세부
터 19세까지를 범죄소년으로 부르며
범죄를 저지른다 하더라도 형법보다
는 소년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10
세에서 14세까지는 촉법소년으로, 소
년법 적용을 받는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처벌보다는 보호와 교화를 목
적으로, 교도소보다는 소년원으로 보
내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데 보호처분
에는 단기 처분, 위탁 처분을 포함한
총 10가지가 있다. 지난 66년간 소년
들에게는 영양상태, 교육 여건, 경제
발전, SNS 또는 컴퓨터 영향 등 여러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그 결과 신체적으로는 성인 못지않
으나 자립심이나 책임감 등 정신적 성
숙도는 이에 비례하여 높아졌다고 말
하기 어렵다. 일부 아이들은 상호 정
보교환을 통해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
용하기도 한다. 자신들을 다루는 어른
을 상대하고 때로는 조종할 수 있는
부정적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더욱
이 인권 문제 등으로 더 이상 가정, 학
교에서의 체벌 이 금지됐으니 부모나
교사에 이르기까지 무서운 사람이 없
고, 법도 별반 무서울 게 없게 된 것이
다. “중학교 2학년이 가장 무섭다”는
건 이미 옛말이 되었고 이젠 초등학교
아이들의 범법행위를 걱정해야 할 정
도다.
그러나 그동안 소년법 개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이전까지
는 12세부터 14세까지를 촉법소년으
로 분류해 왔으나, 2007년에는 촉법소
년의 하한 연령을 12세에서 10세로 조
정했다. 이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인 14세를 13세 내
지 12세로 하향 조정하여 이 범주에
포함된 청소년들의 행위에 대해 그들
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
두되고 있다. 즉 촉법소년 상한연령을
14세에서 어디까지 하향조정 할 것인
가의 여부가 최근 논란의 핵심이다.
참고로 외국의 경우 소년범 처벌을
점차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영국이나
호주는 형사 처분을 받지 않는 형사
미성년 연령을 한국의 14세보다 어린
10세 미만, 캐나다나 네덜란드는 12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처벌을 강화하
고 이를 보여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범
행을 삼가하도록 하자는 의미의 위해
효과 측면의 주장이다.
즉 범죄 경제학적 측면에서 범죄 행
위를 했을 때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행동을
스스로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개념이
다. 범죄자가 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소년 범죄 처벌을 도외시한다
면 소년범죄 문제는 제대로 해결할 수
가 없으므로 범죄 억제력 측면에서 나
이를 불문하고 범죄에는 응당한 처벌
이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에서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 조정
하자는 내용을 담은 관련 법령 수십건
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 바꾼다고 청소년 강력범죄
억제할 수 있을까?
청소년 강력 범죄 재범률은 더 높아
지고 있으며 재범 기간 역시 짧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사회가 적
용하고 있는 현 제도에 문제가 있음
을 암시해주는 것이긴 하나 소년법 개
정만으로 청소년 강력범죄를 억제하
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법이나 제
도를 바꾸면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
감이 있을 수 있으나 역으로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바르게 지도
하고 교화해온 과정이 성공적이었다
면 오늘날 청소년 강력범죄 문제가 이
렇게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도나 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별
다른 억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이런 문제가 존재하는
가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짚어봐야 할
때다. 법이나 제도의 운용과정에서 참
여자들이 과연 소년범죄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접근하였는가에 대한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
소년법 제60조 제2항에 소년감경이
라는 제도가 있다. 판사 재량이라고
불리는 본 제도의 활용과정에서 일부
판결의 경우 죄의 경중을 따져 판단하
기 보다는 소년범이라는 기준으로 기
계적 감경을 하다 보니 살인범, 잔혹
범죄 구분 없이 일률적 적용으로 문제
가 된 사례들도 있다.
소년이 범죄를 범한 경우 선도를 통
해 사회에 복귀하도록 선도 조건부 기
소유예를 허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러한 취지와는 달리 이 제도가 사실
상 처벌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
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국민들이
생각할 때는 왜 소년법이 존재해야 하
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청소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
다 소년법 존폐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나 적어도 자
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진다
는 인식을 가질 정도의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법 개정이 되어도 청소년 강력범죄
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어
떻게 운용할 것인가라는 고뇌가 뒷받
침되어야만 법제도 시행이 성공적으
로 이어질 수 있다. 소년법 개정을 통
해 엄격한 처벌을 주장하는 것도 필요
하나 사전 예방적 측면이나 제도의 운
용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봄으로
써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타 원인은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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