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저물어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며 ‘아듀’(adieu)라고
인사를 나눈다. ‘아듀’는 프랑스어로 “잘 가”라는 뜻으로 영어
로는 “Goodbye”이다. 하지만 ‘아듀’에는 “신의 곁에서 다시 만
나자”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인사말치고는 섬뜩하다.
올 연말에는 ‘아듀! 2019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듀! 20
대 국회’도 해당한다. 20대 국회의원 임기는 2016년 5월 30일
부터 2020년 5월 29일이다. 아직 5개월가량의 임기는 남았지
만, 모든 정당이 내년 4월 총선체제로 돌입했기 때문에 정기
국회 종료와 함께 20대 국회의원의 역할은 사실상 끝난다. ‘일
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의기양양하게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
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기는 어려울 듯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5월 30일부터 11월
22일까지 발의된 법안은 총 2만 3807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이지만, 처리된 법안은 7528건으로 31%에 불과하다.
지난 17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이 50.3%, 18대가 44.4%, 19대
가 41.7%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올해만 해도 조국과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일하는 모습보
다 몸싸움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협상과 타협은 온데간데
없고, 삭발, 단식 등 극단적인 대립만 반복했다. 20대 국회 막
바지에도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이 있었다. 오죽하면, 불출마
선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매우 부끄럽다"며 고
백했을까.
‘선거시즌’을 앞두고 여야는 저마다 대폭적인 ‘물갈이’를 약
속하고 있다. 하지만 총선 때마다 초선 비율은 50%대에 육
박했지만 ‘식물 국회’와 ‘동물 국회’만 반복했을 뿐이다. 결국,
진영, 정파 그리고 지역 연고를 떠나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뽑
는 유권자의 힘만이 진정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
2020년 21대 국회의 모습이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유권자들
이 깨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