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 없다”에 방점 찍은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 No : 1905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3-07 16:14:41
  • 분류 : 자유마당

“핵포기 없다”에 방점 찍은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김정은 체제서 처음으로 2월 8일 개최, ICBM 등장…
한반도 평화무드와 엇갈려
김대영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월 8일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북한은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거행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나름 북한은 그 동안의 열병식과 달리 규모를 축소해 가며 수위조절에 나섰지만, 핵무력 완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15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등을 대거 등장시켰다.
녹화 방송으로 공개, 외신기자도 부르지 않아 올해 건군절 행사는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으로 2월에 개최됐다. 한파 추위로 인해 일부에서는 기온이 올라간 오후 2시에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은 열병식 전날까지 평양 김일성광장에 병력 1만 3000여 명 등 5만 여 명을 동원해, 카드섹션을 비롯한 퍼레이드 연습을 진행한 것이 포착됐다. AN-2 저속 침투기와 Su-25 공격기를 이용한 축하 비행 연습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포와 방사포 그리고 전차 등 상당한 장비들도 김일성광장 인근의 미 림비행장에 배치해 열병식에 동원할 것으로 예상됐다. 추위 속에 진행된 열병식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무렵까지 진행됐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거행된 열병식을 대부분 조선중앙TV로 생중계했으나 이번 열병식만은 특별하게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 또한 열병식 때만 되면 부르던 외신기자들도 부르지 않았다.

조선중앙TV는 열병식을 우리 시간으로 오후 530분 쯤 녹화 중계했다. 조선중앙TV는 조선인민군 창건 70돌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 민군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에 참석하셨다고 밝혔다.

북한은 194828일 정규군을 창설했다. 북한은 원래 이 날을 건군절로 기념하다가 1978년부터는 김일 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425일로 바 꿨다. 그러다 지난 1월에 다시 28일로 건군절을 변 경했다.

검은색 중절모와 코트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벤츠 리무진 차를 타고 와 명예위병대 를 사열한 뒤 김일성광장 주석단에 올랐다. 김 위원장 바로 옆에는 최근 해임된 황병서의 후임으로 군 총정 치국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김정각과, 북한군 리명수 총참모장이 자리했다. 또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 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은 뒤편 주석단에 있는 모습 이 화면에 포착됐다. 이밖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 위원장도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김 위원장 부인 리 설주 등과 함께 주석단에 등장했다.


·미사일 언급 없었지만 존엄과

자주권으로 에둘러 표현

주석단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은 육성연설을 통해 침략자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도 침해하거나 희롱하려 들지 못하게 하여야 겠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조선반도 즉 한반도 주변에서 부산을 피우고 있는 현 정세 하에서 인민군 대는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싸움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오늘의 열병식은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발전된 강대한 조 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상을 과시하게 될 것이라 고 말했다.

아울러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남아 있고 미국의 대 조선 즉 북한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 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 의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밝혔 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핵과 미사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고 존엄과 자주권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제병지휘관 김명남 육군상장의 지휘 아래 본격적인 열 병식이 진행됐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서 눈에 뜨인 것은 2017년 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 태양절 열병식과 달리, 수령결사 옹위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호위사령부가 선두에 선 것이다. 2017년 태양절 열병식 때는 6·25전쟁 당시 남 침에서 선봉을 서거나 전공을 거둔 조국해방전쟁 근위 부대들이 앞장을 섰다.

호위사령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안전과 경호를 담 당하고 평양을 경비하는 친위부대이다. 과거에는 호위 총국으로 불렸고 우리나라의 대통령 경호처와 육군의 수도방위사령부에 해당하는 북한의 경호담당기관이다.

편제상으로는 인민무력부 산하의 기관이지만 국무위 원회 직속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지시를 받는다.

뒤이어 육··공 그리고 핵과 탄도미사일을 운용 하는 전략군이 나섰다. 이밖에 눈길을 끈 것은 지난해 승격된 특수작전군이었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K-11 복합소총과 유사한 무기를 들고 나온 특수작전군의 모 습에 김정은 위원장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수도권 위협 장사정포 빠지지 않고 등장,

북한판 이스칸다르도 출현

도보행렬에 이어 전차를 선두로 서울과 수도권을 위 협하는 장사정포도 등장했다. 장사정포란 40km 이상 사거리를 가진 북한의 야포와 방사포를 말한다. 김정 은 체제 들어 등장한 선군호 전차를 시작으로, 차륜형 장갑차 그리고 M-1992로 추정되는 130mm 자주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밖에 60km의 최대 사거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170mm 자주포가 등장했다.

북한에서는 방사포로 불리는 다연장 로켓포도 빠지 지 않고 나타났다. 122/240/300mm 방사포가 선보여 졌다. KN-09로 알려진 300mm 방사포는 유효 사거리 가 150km에 최대 사거리 200km로 추정되는데, 이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쏠 경우 충청남도 계룡대까지 타 격 범위에 들어온다.

방사포에 뒤이어 북한 열병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략군 소속의 탄도 미사일들이 행진에 합류했 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에서는 과거와 달리 전략군이 가장 많이 보유한 스커드와 노동 계열 탄도 미사일들 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열병식 때 주목을 받았던 대함탄도미사일 KN-18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략군 행진에 눈에 띄는 신형 탄도 미사일이 등장했다. 기존의 북한 탄도미사 일과 달리 이동식 발사차량에 2발의 탄도미사일을 탑 재한 것이다. 이동식 발사차량의 모습은 차이가 있었 지만 미사일의 모습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이스칸다르 와 매우 흡사했다.

이스칸다르는 지난 2006년부터 러시아군에 배치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현존하는 전술 탄도미사일 중 가장 뛰어난 생존력을 자랑한다. 러시아군이 사용하 는 이스칸다르-M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500km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출형인 이스칸다르-E는 미사일 기 술 통제 체제 때문에 사거리가 300km 미만으로 알 려져 있다.

이스칸다르 탄도미사일은 연소 종료 속도가 마하 5.9에 달한다. 또한 기존의 탄도미사일이 포물선 궤적 을 그리며 높게 비행하는 것과 달리, 낮은 궤적으로 빠 르게 비행하며 기동성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돌파하는 능력을 가 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 공개한 신형 탄도 미사일은 지난해 8월 깃대령 미사일 발사장에서 3발을 발사한 KN-21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3발의 미사일 가운데 첫 번째와 세 번째로 발사된 미사일 두 기는 목표했던 대 로 약 250km을 비행했지만, 두 번째로 발사한 미사일 은 발사 직후 폭발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당초 3발의 미사일 발사가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가 나중에 이를 정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KN-21의 정점 고도가 50km에 불과해서, 한미 양국을 긴장시켰다는 점이다


화성 14/15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피날레 장식

열병식의 마지막은 화성 14/15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장식했다.

화성 14형은 지난해 74일 처음으로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사거리 9000km로 미 국 서부해안 인근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 사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평안북도의 방현에서 동해 를 향해 정상발사가 아닌 고각 발사되었다. 2017728일 밤 두 번째 시험발사를 진행했고 김정은 위원장 이 모두 참관했다.

화성 15형은 지난해 11월에 시험발사가 진행됐다. 북 한 측 보도에 따르면 고각 발사로 총 53분 동안 최대 고도 4475km에 수평비행거리 약 1000km가량을 날아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상 각도 로 발사된다면 사거리가 최소 13000km, 워싱턴 등 사실상 미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것으로 추정했다.

화성 15형은 화성 14형과 달리 이동식 발사대가 8축 에서 바퀴가 하나 늘어난 9축으로 변경됐다. 이것은 미 사일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특히 1 단 엔진이 2개로 늘어나 추력도 세졌으며 탄두부도 두 꺼워져 화성 14형에 비해 더 무겁고 센 위력의 핵탄두 를 장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보 유를 과시했지만 약점도 동시에 드러났다. 북한은 과 거 중국으로부터 8축 이동식 발사대 차체를 6~8대 가 량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발사대를 모두 9축으로 개조해 화성 15형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있 다. 이 때문에 화성 14형은 이동식 발사대가 아닌 트레 일러에 실려 나와야 했다.

열병식 통해 핵·미사일 포기 없다는 메시지 던져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미사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열병식을 통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면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 14·15 대 륙간탄도미사일을 선보이면서 핵과 미사일 포기는 없 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중물 로 한반도의 핵위기를 해소하겠다는 우리 정부에게는 큰 딜레마를 안겨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미·북 대 화에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 대화 그리고 미·북 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 이제 공은 북한 손으 로 넘어갔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대화 그리고 미· 북 대화를 원한다면, 최소한 올해 상반기 동안 핵과 미 사일을 이용한 도발적인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특히 미·북 대화를 위해선 미국에게 비핵화의 가능성을 보 여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남 북관계와 미·북관계는 한반도에 긴장이 팽배했던 평 창 동계올림픽 이전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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