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다시 찾고 싶은 대한민국을 소망한다

  • No : 1870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1-30 15:53:30
  • 분류 : 자유마당

다시 찾고 싶은 대한민국을 소망한다
이근미 | 소설가

MBC에브리원에서 방송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자신의 친구 3명을 초대해 사나흘 간 지내는 모습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핀란드, 러시아, 인도, 멕시코에서 온 친구들이 한국에서 며칠간 생활하는 장면을 보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지금까지 방송에 등장한 이들의 고국은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거나, 잘 사는 나라들이다. 1950년대 인도는 아시아의 부국으로 우리가 감히 넘보지 못할 상대였다. 몇 백년 전부터 식민지를 확보했던 유럽 국가들이야 거론할 여지가 없다. 그런 나라에서 온 친구들에게 “코리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하나같이 “테크놀로지”라고 답했다.
‘코리아’하면 ‘테크놀로지’ 떠올리는 외국인들
핸드폰과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 게임을 평정한 나라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입국한 그들은 인천공항에서부터 탄성을 지른다. 이 프로그램에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선진국 국민이 부러워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예를 들면 영국인이 지하철에서 “와이파이가 20개 정도 뜬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 같은 것들이다. 외국 친구들은 하나같이 한국처럼 통신환경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나라는 없다고 탄복한다. 선진국에서 온 친구들이 VR체험장과 게임장에서 즐긴 뒤 빌딩숲을 걸으며 “한국은 앞서 가는데 우리는 뒤처지고 있다”고 말할 때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방송을 볼 때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을 “너무 맛있다”며 ‘폭풍 흡입’하는 게 가장 신기했다. 일식과 중식에 비해 한식의 세계화가 더딘 것은 아마도 국물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왔다. 그런데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국물 그득한 탕 종류를 특히 좋아했다. 삼계탕은 물론이고 내장탕, 샤브샤브 같은 음식을 먹으며 “지금까지 먹은 스프 중에 최고”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삼겹살과 소주에 푹 빠지는 건 물론 매운 음식도 대부분 잘 먹었다.
‘치맥’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치킨을 곁들여 맥주를 마시며 “건배”를 외친 이들은 양념치킨 앞에서 “판타스틱”을 연발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윤식당’〉을 찾는 외국인들을 봐도 우리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즌1 촬영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불고기 위주의 음식을 준비해 호평 받았는데, 시즌2 촬영지인 스페인 가라치코에서는 음식 종류가 확대됐다. 여전히 인기 높은 불고기와 함께 비빔밥, 김치전, 잡채, 호떡 등도 모두 각광받고 있다.
중국인들이 오지 않아 관광수지가 적자라며 동남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윤식당’〉을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관광 포인트를 새쌈 깨닫게 된다. 유럽인들이 특히 우리나라를 신기해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외국인들이 지도에 의지해 관광하는 장면을 보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영어 안내가 없어 낭패를 겪는가 하면, 식당 주인들이 보쌈 먹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 돼지고기만 먹거나 된장도 찍지 않고 풋고추를 그냥 베어 무는 모습도 보인다.
선진국에서 온 친구들이 택시 뒷좌석에서도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는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동물카페를 신기해하면서도 자국에서는 엄격한 동물법 때문에 개설할 수 없다는 얘기와 안전 문제 때문에 직화구이는 꿈도 못 꾼다는 얘기도 귀담아 듣게 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친구들을 데리고 가는 장소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에게 서울은 모든 게 집약된 신기하고 놀라운 곳이다. 메가시티(megacity)가 늘어나고 있다지만 첨단 기술과 박물관, 고궁과 산이 조화를 이룬 서울은 그 자체가 관광지라는 게 외국인들의 평이다.
그래서인지 유럽 친구들은 강남의 밤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홍콩과 비슷한데 더 역동적이다. 밤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라며 놀라는 말들 속에 관광에 활용할 포인트가 들어 있다. 먹고 춤추고 노래하는 야구장의 독특한 문화, 도심 한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한강, 시내버스에서 내려 바로 오를 수 있는 북한산도 그들을 매료시켰다. 한정식과 한옥은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우리의 보물이라는 것도 기억하자.
백면서생들이 마주 앉아 탁상공론만 펼치는 분야가 많을수록 사회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희고 고운 얼굴에 글만 읽는 사람’이란 뜻의 백면서생(白面書生)은 ‘세상일에 조금도 경험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탁자 위에서만 펼치는 헛된 논설’이란 뜻의 탁상공론(卓上空論)은 ‘실현성이 없는 허황된 이론’을 일컫는 말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앞 세대의 공적을 깎아내리고, 불신과 불평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를 두 개의 사자성어가 덮치면 재앙이 따로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필요는 없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검색으로 얼마든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우선 두 프로그램을 보기만 해도 많은 걸 알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부러워해
외국인들은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는 대한민국에 특히 놀란다. 피자를 시켜놓고 슈퍼마켓에 잠시 다녀오던 외국 친구들이 호텔 로비에서 피자 배달원을 만나 경악하는 장면에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저녁 6시면 상점이 문을 닫는 나라에서 온 이들은 밤늦게까지 환한 우리네 풍경을 만끽하며 즐거워했다.
외국인이 만든 유튜브 영상에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한국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갈등과 분열 때문이라는 것까지 그들이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꾸만 뒷걸음질 치는 분위기가 우려스럽건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우리의 역동성을 부러워하며 배우고 싶어 한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외국인들은 출국하면서 하나같이 “다음에 또 오자”고 다짐한다. 그 모습을 볼 때면 그들이 두 번 세 번 왔을 때도 그런 결심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태위태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열심히 달려 여기까지 왔다. 바른 기준과 화합의 분위기가 마련되어, 변혁의 시대에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적응하며 질주하길 바랄 따름이다. 모쪼록 세계인이 계속 찾는 안전하고 신기한 대한민국을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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