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사라지는 한국, 미래도 흔들

  • No : 2251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10-17 17:14:29
  • 분류 : 자유마당

아이 사라지는 한국, 미래도 흔들
2분기 합계출산율 0.97명 초저출산 진입
정부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 5년마다 시행


김치형 (한국경제TV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 7771명으로 전년(2016년) 40만 6243명보다 4만 8천여 명이 줄었다. 합계 출산율은 1.05명이다. 합계 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여성들이 사실상 평생 1명 정도의 아이만 낳는다는 뜻이다. 이는 한해 사망자 수와 출생아 수를 같다고 가정하면 현재 인구수가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사망자수는 출생아 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단기적으로는 노령인구의 비중 증가를 의미하고 장기적으로는 노령인구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사망자의 급격한 증가로 결국 인구의 빠른 감소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2008년 1.19명에서 2012년 1.30명으로 소폭 올랐다 슬금슬금 내려서더니 지난해 1.05명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올 2분기 신생아 수가 8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나 줄어 합계출산율이 분기 기준으로 0.97명으로 1명 아래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은 이런 추세 등을 감안해 올해 합계 출산율 역시 0.9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즉,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1명의 아이도 채 낳지 않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인구 학자들은 합계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것에 대해 재앙 수준의 초저출산이라는 말로 심각성을 경고한다. 당장 우리 삶에 피해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향후 드러날 각종 악영향이 사회전반에 너무 많다는 의미다.


실제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저출산 상황은 꽤 심각하다.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매년 ‘월드팩트북’이라는 것을 내놓는데, 이 자료에는 전 세계 주요국의 출산율도 들어있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26명으로 전 세계 224개국 중 219위이다.


우리나라 보다 합계 출산율이 낮은 나라가 5곳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이 다섯 나라는 푸에르토리코(1.22명), 홍콩(1.19명), 대만(1.13명), 마카오(0.95명), 싱가포르(0.83명)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저출산국임을 알게 된다. 푸에르토리코는 독립국이 아닌 미국령 도시국이 고, 홍콩과 마카오 역시 국가라기보다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국가대 국가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 면적이 제주도의 3분이 1 크기에 불가한 도시국가로 인구 유지 등에 한계를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국가이다. 그나마 대만이 우리나라와 비교할 만하니 사실상 한국이 전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의 이런 저출산 상황에 대한 경고는 2008년 유엔미래회의가 내놓는 미래보고서에도 이미 담겼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을 가장 먼저 지도에서 사라질 국가 중 하나로 분류한다. 이유는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출산으로 국가를 유지할만한 인구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50년간 당시 출산율 1.2명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 명에서 3000만 명으로, 200년 후에는 500만으로, 그리고 2800년 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계산이다.


과도한 가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당장 인구가 줄어들며 나타날 현실적 문제도 생각해봐야한다. 저출산 문제는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감소시키고 이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국가의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초고성장을 구가하던 한국이 최근 3% 성장도 버거워하는 저성장 국면에 빠진 상황을 글로벌 경기의 문제로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출산율의 추락과 고령층의 비중이 늘어나는 인구구조의 문제로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자 수는 28만 6000명이다.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조사망률은 557.3명으로 전년대비 7.9명이 늘어 1992년 이래 가장 높다. 앞으로 이런 조사망률은 더 가파르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00년에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며 고령화사회에 들어섰고, 지난해(2017년) 노인인구 14.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유엔에서 정한 기준으로 ‘노인’은 65세 이상의 사람을 말한다. 또 유엔은 이 노인인구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순서대로 고령화사회(ageing society), 고령사회(aged society),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로 구분하는 분류법을 사용한다.


그 기준은 노인비중이 7%, 14%, 20%인데,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한국은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 넘겨 고령사회로 분류된다. 더불어 이 같은 속도라면 한국은 2026년에 노인 인구가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속도가 문제인데,대부분의 서구 선진국들이 20세기 초를 전후해 노인인구가 인구의 7%를 넘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1970년대에 고령사회가 됐다.


이웃나라 일본도 1970년에 고령화사회로, 이어 1994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80년 정도가 걸렸는데, 한국은 이들보다 그 기간이 반도 되지 않는 26년만에 초고령사회진입을 앞두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인구고령화의 문제를 80년간 차근히 준비한 것에 비해 우리는 26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해내야한다는 의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7월 ‘고향동향브리프 7월호’에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를 싣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지방소멸위험도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와 읍·면·동 10곳 중 4곳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국가통계포털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활용해 소멸위험지수라는 것을 계산했는데, 이 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이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 특히 0.2보다 낮을 경우엔 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다시 말해 가임여성인구 수가 고령자 수의 절반이 안 되는 지역은 인구가 줄어 공동체가 붕괴돼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2013년 75개(32.9%)에서 2018년 89개(39%)로 14개(6.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경북 의성과 전남 고흥, 경북 군위 등은 이 소멸위험지수가 0.151과 0.161, 0.169로 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광역시·도별에서는 전남이 0.47로 유일하게 소멸위험지수가 0.5를 넘기지 못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방소멸의 바람이 농어촌 낙후지역을 넘어 지방 대도시권역과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되는 거점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성 분석도 이 보고서에 함께 담았다. 〈2018 인구절벽이 온다〉라는 책을 보면 경제학자인 저자 헤리 덴트는 인구구조만큼 확실한 경기 선행지표는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인구구조가 거시부터 미시까지 경제적 추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인구통계학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1980년대 들어서면서 개인들의 인생주기와 소비의 패턴 등을 연령별로 600개가 넘는 지출 항목에 따라 자세히 조사해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료에는 매우 흥미로운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46세 때 가장 많은 소비를 하며 가장 많은 돈을 저축하는 나이는 54세, 순자산이 가장 많은 나이는 64세다 이런 것들이다.


그럼 이런 통계가 어떻게 경기선행지수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가? 미국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출산 추세가 가속화 된 것은 1937년부터 절정을 이룬 시기는 1961년이다.


출산이 가속화됐던 시점부터 절정에 도달한 시점을 46년 뒤로 미뤄보면 1983년부터 2007년까지인데, 이 시기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소득과 소비, 대출, 신기술혁신, 입양 등을 이끌며 최대 호황을 누렸던 기간이다. 여기서 왜 46년을 뒤로 미뤘는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정답은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나이가 46세라는 통계 때문이다. 이런 관점이라면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은 결국 향후 암울한 우리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확실한 경기선행지표일 수 있다. 더구나 인구통계학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젊은층이 만들어 낸다. 풍요로운 현대 사회는 18~22세(우리나라는 군대를 고려해 27세)의 젊은층들을 생산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소비층으로 만들어 놨다.


부모 역시 자식의 교육비로 벌이의 상당부분을 지출하며 정부예산의 상당부분도 교육이 차지한다. 반면 고령인구는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소비를 덜하며 심지어 대출도 줄여 저축을 늘린다. 출생아의 감소와 노령인구의 지속 증가는 결국 인플레보다는 디플레 압력을 높여 경제의 생동감을 떨어뜨릴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현상의 장기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응하려고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을 5년마다 세워 시행하고 있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06~2010)과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기본계획(2011~2015)이 이미 추진됐고, 2016년부터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이 시행 중이다.


정부 발표로 이런 저출산 대책만 2000여 개고 12년간 지출한 지원금액이 130조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붓고도 출산율이 하락했다며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규모로 봤을 때 저출산 예산규모는 여전히 작다며 과도한 예산지출 문제를 따져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실제 우리 정부가 저출산과 직접 관계가 있는 예산으로 집행하는 자금은 GDP의 1%인데 선진국들은 보통 3% 정도를 집행해 여전히 절대규모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


다만 이런 예산이 정말 필요한 곳에 적절한 대책으로 사용되고 있느냐의 문제는 남는다. 다시 말해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얘기이다. 우선 저출산 예산 통계가 정확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일자리 예산이나 주거복지 예산 등을 뭉뚱그려 저출산 예산에 포함하거나 가족여가 예산도 실제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키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광범위하게 이들 예산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무엇이 먼저이고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 면밀히 따져볼 때가 됐다.


더불어 부처별로 분산된 저출산 지원책도 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된다.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저출산 정책을 다룰 컨트롤타워를 고민해 볼 때이다. 또 내가 낸 세금을 왜 다른 사람 아이 낳는데 지원하느냐라는 식의 인식도 전환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저출산 문제는 미세먼지처럼 내 집에 공기청정기만 돌린다고 해결되지 않는 우리 사회가 같이 나서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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