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2019 대한민국 트렌드 / 이근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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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12-03 13:45:21
  • 분류 : 자유마당

[송년특집]2019 대한민국 트렌드 / 이근미 소설가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해였다. 안보와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민심까지 둘로 갈라져 뒤숭
숭한 기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불안한 기류를 피해 아예 다른 나라로 가겠다는 사람들이 늘
고 있으며 팍팍한 삶 속에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레트로’의 인기가 지속됐다. 글로벌 노마드 기운
에 힘입어 소유보다는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시중에 떠돌고 있는 자금들이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디지털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도 뜨겁다. 올 한해 남자들이 멋을 내면서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는 현상도 있었다.
2019년도 몇 가지 눈에 띄는 트렌드를 살펴보자.
디지털 영토를 확보하라
디지털 영토 확보는 필수코스로 굳어가는 분위기이
다. 즐기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단연
유튜브를 들 수 있다. 유튜브 최초의 영상은 2006년 캘
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 앞에서 코끼리 코를 찍은
18초짜리 콘텐츠였다.
13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유튜브 사용자 19억 명, rrr
비디오 조회 수 매일 1억 개, 하루 사용시간 10억 시간
이상, 분당 400시간 분량의 새 동영상 업로드, 채널수
2430만 개, 1인당 시청 시간 월평균 16시간 이상, 국내
이용자 3000만 명, 국내 구독자 10만 명 이상 보유 채널
1275개라는 통계가 증명하듯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 수
치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오래전 초등학생들은 대통령이 될 거라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요즘은 유튜버라고 외친다. 6세 유튜버가 서
울 청담동의 95억 원 빌딩을 구입한 세상 아닌가. ‘대도
서관’, ‘씬님’, ‘벤쯔’, ‘도티’ 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떨치며 높은 수익을 내고 있
다. 요즘 연예인, 정치인 할 것 없이 각 분야 유명인들
이 앞다투어 유튜버로 변신하는 중이다.
유튜브에서 수익을 내려면 구독자 1000명을 돌파하
고, 지난 1년간 시청 시간이 4000시간이 넘어야 한다.
‘100명이 시작하면 300명이 포기’할 정도로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유튜버를 꿈꾸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중이
다. 유명인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제로에서 시작하고,
매일 새로운 인물이 떠오른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
다. 디지털 영토를 확보하려는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게 분명하다.
2019 KOREA
이민 열풍과 해외 한 달 살아보기
미국 투자이민 열풍이 불면서 서울 강남권 호텔을 비
롯한 여러 곳에서 매주 이민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투
자 이민을 공부하는 자산가가 늘면서 부산과 제주도 등
지방으로 설명회 붐이 퍼져나가는 중이다. 이민을 가
려는 사람들은 저마다 속사정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경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부족해졌다”,
“안보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한국을 떠나 안정된
곳에서 살고 싶다”, “진영 논리에 따라 가족끼리도 갈라
지는 정치 상황이 지겹다”. “미세먼지를 피해 청정한 나
라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민을 가려는 사람은 70대 이상 고령층부터 20대 젊
은 세대까지 다양하다. 해외 이주자가 선호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순이다. 영어권 국가로 상
속세와 증여세가 아예 없거나 면제 한도를 높이는 정책
을 구가하는 국가들이다.
해외에서 한 달 살아보기 인구도 많아졌다. 국내에서
제주도 한 달 살아보기 트렌드가 해외에서 한 달 살아보
기 열풍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장기휴가와 안식년제도
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한 달 살아보기 열풍에
불을 지폈다.
베트남 다낭, 태국 치앙마이, 인도네시아 발리, 체코
프라하가 한 달 살아보기 인기지역으로 꼽힌다. 젊은 층
에서는 물가가 저렴한 지역을 선호한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한 도시에 장기 체류하며 현지인처럼 지낸 뒤, 그
체험을 책으로 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미국령 괌과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는 영어권이라는 점
에서 한 달 살아보기 인기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여름과
겨울은 자녀의 영어교육, 봄에는 미세먼지를 피하려는
가족들이 몰리는 중이다.
2019 KOREA
공유 사무실에 이어 공유 주방
소유가 아닌 공유는 이미 트렌드가 되었다. 일을 시작
할 때 사무실을 얻고 현판부터 걸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공유 오피스에서 대개 사업을 시작한다. 또
한 지자체에서 개설한 무료 사무실을 활용하기도 한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자동차, 안마기 같은 고액 제품부터
가구, 옷, 파티제품까지 빌려서 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공유 제품이 다양화되면서 사소한 물건들도 빌려
쓰는 추세이다.
특히 피크닉 세트 같이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이 인기
가 있다. 배달음식만 전문으로 만드는 공유 주방이 새로
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음식점을 창업할 경우
임대비용도 문제지만 사업성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불안하다.
새롭게 진입하는 사람들이 조리시설이 갖추어진 공유
주방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창업하고 공유주방업체의
시스템을 활용해 사업을 시작한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기존의 요식업자들도 사업장을
정리하여 공유주방에 합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 한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업종이라면 새벽배송
을 들 수 있다. 반찬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직접 배송을
해왔지만 올해는 특히 신선식품, 반조리식품 등을 중
심으로 새벽배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류는 통신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당일 새벽배송 서비
스가 보기 좋게 깬 것이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통계를 보면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작년 9월보다 83.1% 증가했다. 집안의 물건도 빌려 쓰
고, 식탁도 배달음식으로 차리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2019 KOREA
그루밍족의 출현과 젠더리스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20~30대 남성을 그루밍족
이라고 부른다. 그루밍족이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
그루밍(Grooming)은 손질, 다듬기, 차림새라는 의미이
다. 어원은 마부라는 뜻의 Groom이다. 마부들이 말을
씻고 다듬어주는 것 때문에 Grooming이라는 단어가
지금과 같은 뜻을 가지게 됐다.
남성 아이돌 가수들이 화장하는 것에 대해 “볼썽사
납다,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고 힐난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남성들의 화장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
었다. 화장하지 않으면 관리하지 않는 남성으로 치부
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이미 통계가 남성들의 멋내기를 증명하고 있다. 우
리나라 남성화장품 시장의 연 매출은 1조 원을 넘어섰
으며 20대 남성 10명 가운데 6명이 색조 화장품 등 다
양한 종류의 뷰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남성들의 자기 가꾸기 열풍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뷰티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한몫했다. 남성
뷰티 콘텐츠 채널을 운영하는 남성 뷰티크리에이터나
직접 제품 테스트와 쇼핑이 가능한 헬스&뷰티 드럭스
토어가 즐비하다.
이를 통해 남성도 어렵지 않게 뷰티 노하우를 공유
하게 됐다. 화장하는 남자, 예뻐지는 남자는 자연스럽
게 젠더리스와 연결이 된다. 젠더리스란 기존의 전통
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통합시켜 양성성을 표현하거
나,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의 개념을 초월한 중성성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성별을 특정하지 않고 배제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이
견이 분분하지만 패션, 뷰티에서는 젠더리스가 일정
정도 실현되고 있다. 남녀 구분이 없는 화장품을 출시
하거나, 젠더리스 콘셉트를 내세운 컬렉션 등을 선보
이고 있다.
젠더리스 트렌드 시대에 남자는 예뻐지고 여자들은
강해지고 있다. 올해 3월 마블 시리즈 처음으로 여성
솔로 히로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캡틴 마블’이 개봉
했다. 국내에서는 여성 배우 투톱을 내세운 형사물 ‘걸
캅스’는 16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을 돌파했다. 영화 ‘알라딘’에서는 공주가 강해졌다. 자
스민은 아버지 뒤를 이어 ‘여자 술탄’이 되고 싶어 한
다. 젠더리스가 트렌드가 되었지만 페미니즘 열풍도
여전한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2020년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
로 생기 넘치는 날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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