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사피엔스 문명의 도래와 4차 산업혁명 4IR로 무장한 新엔터테인먼트 '놀이' 아닌 '교육'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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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6-30 15:07:33
  • 분류 : 자유마당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도래와 4차 산업혁명

4IR로 무장한 엔터테인먼트 '놀이' 아닌 '교육'을 바꾸다

 

 

김동하(한성대 교수)

 

뽀로로 선배도 못 받은 상을 제가 받게 돼 기쁘다. 너무 감사드린다. 다 제 덕이고 팬클럽 덕분이다. 앞으로도 교양 있는 펭귄이 되겠다.”

지난 5일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펭수가 전한 수상소감이다. 같은(?) 펭귄이지만 뽀로로를 넘어선 흥분과 여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 자체부터가 '예술'대상에서 받은 '교양'작품상이란다. EBS가 낳은 연습생 펭수는 '교양'적 측면에서는 분명, 뽀로로 선배를 넘어섰다.

110만 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가진 펭수의 정체성은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이런 구분하느라 고민할 새, 4차 산업혁명으로 무장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놀이라는 경계를 넘어 우리삶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있다.

어느새 거실과 안방을 넘어 공부방까지 점령한 펭수. 그의 신드롬은 눈에 띈 한 가지 현상에 불과하다. 교육과 직무의 영역으로, 동시대 인류의 마음을 보듬는 감동과 치유의 수단으로, 엔터테인먼트의 다양한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놀이와 가까워진 배움교육 뒤덮는 엔터테인먼트

온라인 초등학교 수업이 이뤄지는 EBS방송의 쉬는 시간. 펭수가 나와 코로나 시대의 손 씻는 방법을 알려주고, 기침할 때 예절을 가르친다. 어른들이 주의를 주며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따라하며 저절로 위생습관과 예절을 배운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아이언맨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 수학 선생님도 있다. TV화면에서 본 적 있는 익숙한 캐릭터 덕에 아이들은 노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계산법을 익혀 나간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는 코로나19로 강화된 '언택트'(untact)라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교육 영역으로 의도적으로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러브콜을 받으며 정정당당하게 스며들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교육은 학교 수업시간이라는 시간과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튜브에는 해로운 콘텐츠들이 득실거리지만, 스스로 보고 배울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들도 넘쳐난다. 팬클럽만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하는 필자조차도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학생들을 만나는 세상이다.

네모아저씨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종이접기를 따라 하는 아이들, 흔한남매의 그림을 따라 숨은 그림 찾기를 하거나 색칠공부를 하는 아이들, 이 어린아이들에게 유튜브는 놀이의 수단이자, 자아성취의 도구이다. ‘놀이가 가진 무목적성이 확실한 목적성을 가진 교육보다 훨씬 더큰 교육효과를 발휘하는 세상, 어른들의 선택은 좀 더유연하고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 핵심은 스스로배우는 것스토리텔링의 위력

"스토리는 사실보다 22배 더 잘 기억된다"

제니퍼 아커(Jennifer Aaker)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제너럴애틀랜틱 마케팅 교수의 연구결과다. 스토리가 기억으로 전달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은, 자연스럽게 교육의 가능성으로 직결된다. 교육에 스토리텔링이 융합된다면, 스토리를 소비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 될수 있다는 의미다.

교육계의 화두가 가르치는 것(teaching)에서 배우는것(learning)으로 넘어간 지는 이미 오래. 한국의 대학에서도 주입식 교육보다는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방식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떤 형태로 전달되는 것이 좋을까. 목적을 띠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재미있게 전달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예술을 통해 접하는 역사와 스토리텔링이 교과서보다 더욱 와닿는 것도, 놀이와 비슷한 무목적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기획된 목적이 아닌 뚜렷한 목적 없는 놀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스토리를 접하는 것. 언뜻 이상적으로 보이는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이 결합돼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는 산업, 게임은 그 대표적인 예다.

 

‘Quest to learn’게이미피케이션이 낳은 4차 산업혁명의 주역들

국내외에서 확산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융합의 대표적인 형태로 ‘Quest to learn’을 꼽을 수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뉴욕의 자율형 공립학교 프로그램에서 명명한 이 교육방식은 말 그대로 퀘스트라는 놀이형태의 미션과 임무를 수행하면서 스스로 배워나가는 교육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수업시간 중 World War 2라는 실제 게임을 하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세계사에 관한 질문과 선택을 하게 되고, 스스로 전략을 짜며 국가 간의 세력 경쟁을 배운다. 외계인에게 자국의 언어를 가르치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언어체계를 보다 확실하게 습득하고, 암호를 풀어내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수학과 논리력을 기르는 형태의 수업도 이뤄지고 있다.

게임이라는 놀이가 낳은 교육의 효과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역들의 인생 스토리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세계 최고 인공지능 업체로 꼽히는 딥마인드의 창업자 데비스 허샤비스. 알파고와 함께 방한해 바둑 황제 이세돌 9단을 이기면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그는 4세부터 체스를 시작해 13세에는 유럽 체스 마스터에 오른 체스게임 광이었다. 그 이후로는 비디오 게임에 몰입했고, 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대학 대신 게임회사에 취업했다.

회사에서 테마파크라는 히트게임 개발에 참여했던 그는, 게임을 직접 설계해보기 위해 케임브리지대컴퓨터 공학과로의 진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22세에 직접 비디오 게임회사를 설립한 뒤 크게 성공을 거뒀다. 그 이후로 뇌과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33세에 뇌과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듬해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를 창업했고, 6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구글의 자회사가 된 건 그로부터 4년 후였다. 연구논문으로 네이처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던 이 천재 과학자의 공부는, 게임이라는 놀이에서 출발했다. 게임을 좋아해서 공부를 한 것이지, 공부를 잘해서 게임으로 성공한 게 아니란 얘기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 역시 게임 광으로 게임 프로그래머로 출발했다. 이밖에도 미국 최고경영자의 61%는 직장에서 게임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인간의 놀이를 향한 목적 없는 욕망은, 지적 호기심으로 이어져 훌륭한 과학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라는 거대한 문명적 현상 속에서 말이다.

 

직무와 일상으로 침투한 게이미피케이션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게임화하기, 게임처럼 만들기라고도 풀이된다. 일과 놀이를 통해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게임이 아닌 현실을 게임적 사고 요소 기법으로 몰입하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변화를 의미한다.

스웨덴 스톡홀름 지하철역에는 피아노 모양으로 하얀색과 검은 색칠을 해놓은 계단들이 있다. 이후로 에스컬레이터가 옆에 있어도,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재미 때문에 힘든 일을 사서 할 수 있는 존재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참여자들이 게임으로 형성된 관계 속에서 도전하고 경쟁하며 성취에 대해 보상을 받는 전형적인 특징을 갖는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 로레알은 수년전부터 리빌 바이로레알이라는 게임을 직원선발에 활용했다. 게임을 통해 아이디어 단계부터 제품 출시까지 과정을 경험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게임을 완수하면서 경쟁력을 평가받는 게임이다. 회사 측에서는 우수인력 평가 뿐 아니라적합한 분야 배치까지 게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독일의 지멘스도 플랜트빌이라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통해 일반 대중과 입사 희망자들에게 자사의 제품, 솔루션, 인프라를 소개했다. 게임을 통해 공장을 경영하는 관계 속에서 참여자는 도전과 경쟁, 성취에 대한 보상을 받는 형태다.

 

포스트 코로나,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는 엔터테인먼트

2020412일 부활절. 이탈리아의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는 텅 빈 두오모 광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무관중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유튜브의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전 세계로 울려 퍼지며 동시대인들의 아픔을 잠시나마 덜어줄 수 있었다.

코로나로 침체된 뮤지컬, 공연, 전시, 박물관 등의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는 통신과 플랫폼 기술을 통해 언택트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무관중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K팝 아이돌 슈퍼주니어의 콘서트는 혼합현실(MR)의 형태로 펼쳐지고, 뮤지컬 모차르트는 증강현실(AR)의 형태로 서비스된다. 한국 대학의 축제는 5G네트워크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라이브로 학생들에게 생중계되고, 독립기념관의 전시품들은 가상, 증강현실(VR, AR)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의 서비스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시작된 후, 인류는 엔터테인먼트를 보다 과감하고 광범위하게 진화시키며 잃어버린 놀이와 즐거움을 충족시키고 있다. 놀이와 교육, 더 나아가 직무와 예술활동에 있어서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질병의 제약은 핑계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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