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전시작전통제권과 자주국방

  • No : 1813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11-02 15:17:16
  • 분류 : 자유마당

전시작전권 전환 갈등…
해법과 자주국방 방안(3K)의 활용 방안
동맹과의 군사협력은 국가 생존의 문제
국민적 숙고와 함께 자주국방 체제 완비 선제돼야
이정훈 | 동아일보 기자


북한 핵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군 ‘전시작전권’ 전환문제의 신중한 결정과 자주국방 완비의 균형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26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대한민국 합동참모의장 환영의 장 행사.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경두 합참의장,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김병주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생존 걸린 전쟁, 승리를 위해서는…
지난 10월 20일 우리는 30% 가량 공사를 해놓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원전 사고 위험은 부담스럽지만 원전이 제공해주는 질 좋은 전기와 낮은 전기료 그리고 공사를 중단하면 보상비를 포함해 약 3조원을 매몰해야 한다는 손실 등 때문에 우리 사회는 ‘현명하게’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유사한 현상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논쟁에서도 발견될 것 같다. 전작권을 미군에 넘겨준 것을 주권 포기로 보고 맹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주권재민론을 앞세워 “전작권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주권이니 당연히 대한민국이 갖고 있어야 한다”며 ‘환수’를 외친다. 아주아주 애국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애국은 고성(高聲)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임진왜란과 6·25전쟁 초기 호언장담했던 이들은 대개 큰 패전을 했다. 반면 이순신처럼 신중한 이들은 철저한 준비와 가혹한 훈련을 반복한 후 승리했다.
애국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행동인 작전은 침묵으로 시작한다. 묵언(默言) 속에 여러 부대를 기계처럼 움직여 준비한 후 일시에 감행해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다. 침묵은 적을 속일 수 있는 길이기에 ‘승리로(勝利路)’, 이어지고 고성은 내 속을 드러내는 것이라 ‘패배로(敗北路)’가 된다.
애국을 하려면 친구의 도움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큰 도움을 받아야 할 때는 ‘물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국군보다는 미군이 훨씬 강력하다. 핵무기를 포함해 최강의 무력과 최고의 정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함께 싸우려면 ‘윗자리’를 내줘야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승리를 위해.
생존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가. 살기 위해서는 구걸도 변절도 하는 것인데…. 살려면 생사를 다투는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 것만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내 휘하의 부대일지라도 다른 군대로 보내 작전하게 할 때 더 큰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되면 주저하지 말고 보내야 한다.
승리를 위해 내가 키워온 부대를 다른 군대로 보내 그곳에서 부리게 하는 것을 군사 용어로 ‘작전통제’라고 한다. 작전통제는 일시적이다. 양자(養子)를 보내는 것처럼 영원하지 않다. 발생한 전쟁이나 전투에서의 승리 같은 정해진 목표가 있을 때만 가동한다. 그 목표가 달성되면 작전통제는 해제되니, 내 부대는 다시 내 지휘를 받게 된다.

전작권 전환 결정과 연합사 해체의 의미
군은 ‘오로지 승리’만 생각하기에 군에서의 작전통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내 부대를 친구에게 넘겨주게 됐다고 해서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거나, 친구의 부대를 작전통제하게 되었다고 해서 우쭐해 하는 지휘관도 없다. 받으면 받을수록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군에서는 작전통제를 일상사로 보기에 ‘전환(轉換)’이라는 용어로 묘사한다. ‘싸움꾼’들은 전환을 사용하는데 싸우지도 않을 이들이 환수를 외치는 것은 정말 이상한 현상이다.
우리 군은 여러 개의 사령부를 갖고 있다. 이 중 육군의 1군사, 3군사, 수방사, 특전사, 미사일사, 해군의 작전사(해작사)와 해병대사, 공군의 작전사(공작사) 등을 작전사급 부대라고 한다.
평시 이들은 합참의 작전통제를 받지만, 데프콘-3 이상의 전시가 되면 한미연합사(연합사)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이들은 육·해·공군에 예속된 부대이지만 작전을 할 때는 합참의 통제를 받는 것이니 작전통제는 우리 군에서도 있는 일이다.
미국의 태평양사령부는 한국에 8군(육군)과 7공군, 일본에 5공군과 7함대와 3해병대 원정군, 괌에 13공군, 알래스카에 11공군, 미국 샌디에이고에 3함대 등을 두고 있다.
한반도에 데프콘-3가 선포되면 한국의 8군과 7공군, 일본의 7함대와 3해병대원 정군이 연합사의 작전통제를 받게 된다. 기타 부대들은 연합사의 작전통제를 받게 된 이들에게 전력을 보내 지원해준다.
전작권 전환이란 데프콘-3가 선포되었을 때 연합사에게 한국군의 작전사급 부대를 보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국이 연합사에게 부대를 보내지 않는데 도움을 주는 미군(태평양사 등)이 연합사에게 작전통제할 부대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이 결정되면 연합사는 자동으로 해체된다.

전작권 문제도 국민 ‘숙의’를 거치자
주권재민을 외친 이들은 연합사의 사령관이 우리가 아닌 미군 대장인 것을 지적하며 자존심이 깎인다고 외친다. 연합사를 가동시키는 것은 고도의 전투력을 가진 미군과 같이 작전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로서는 도움을 받는 것이니 윗자리는 미군에게 주는 것이 합당하다. 미군 대장이 연합사 사령관에 취임하는 것은 이 때문인데 고성으로 애국하는 이들은 이것도 주권 침해로 본다.
승리를 하고 통일까지 이룬 다음에 전작권을 전환하면 실리는 물론이고 주권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편안할수록 사람은 쉽게 이기적이 된다.
한동안 대한민국의 안보는 편안했다. 그러한 때의 입대는 청춘을 썩히고 실력 없는 장성을 위해 봉사하는 부역(負役)으로 이해됐다. 때문에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인다고 하면 찬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한국의 안보는 북핵을 마주하고 있기에 쉽게 흔들린다. 안보가 흔들리면 ‘숙고(熟考)’를 하게 된다. 자존심과 썩는다는 생각을 접고 한미동맹과 철통안보를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공사 재개 결정이 나온 것도 숙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전을 위험한 것으로만 보면 당장에 없애는 것이 옳지만, 그렇게 했을 때 수직상승할 전기료와 일자리 상실 등등을 따져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10대 0으로 나오던 결정이 4대 6으로 뒤집어지는 것은 숙고 때문이다. 우리는 숙고의 힘을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했지만 당선돼 국가안보를 책임지게 되자 슬그머니 21개월로 굳혀 버렸다. 이명박 전 정부가 2015년으로 해놓은 전작권 전환 시기도 무기한으로 늦춰버렸다.
비슷한 경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서도 발견된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반대를 공약했지만 군 통수권자가 되자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탈핵을 공약하고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탈핵선언을 했지만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선언했다. 탈핵은 명분으로만 가져가고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작권 환수(전환)을 공약했지만, 북핵 도발이 자심해지자 한미동맹을 강조하게 됐다. 이러한 숙고가 많아지면 전작권 전환 시기는 자꾸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국가의 생존은 모든 대통령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작용으로 군비증강을 하게 된다. 큰 틀에서의 안보는 강대국과 맺은 동맹으로 풀고 민족적 자존심은 자주국방으로 풀어나가는 것
이다.

자주국방, 3K 운용도 숙고해야
비핵화를 견지하며 북핵에 대처하는 자주국방 방안으로 3K를 꼽는다. 감시정찰을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확실한 증거를 잡으면 킬 체인으로 선제타격하고 그래도 발사돼 날아오는 핵미사일이 있으면 KAMD(한국형 방공 및 미사일 방어체계)로 막은 다음, 공격을 결정한 북한 지도부와 인민군 지도부, 주요 전략시설을 초토화하는 KMPR(한국형 응징보복)을 가하는 것이다.
자주국방의 요체인 3K(3축 제제)는 필요한 무기를 개발하거나 도입해 확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킬 체인을 위해서는 현무-2와 3 같은 국산 미사일은 물론이고 타우루스와 SLAM-ER, ATACMS 같은 수입 미사일도 갖춰야 한다. KAMD는 국산인 철매, 수입품인 PAC-2, 3 미사일 등으로 구축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이 운용할 사드도 연합체제로 운용해 방어력을 높인다. KMPR은 K-15K와 KF-16의 대지(對地)공격력과 해군 함정에서 발사할 함대지 미사일, 육군의 미사일과 장사정포 전력을 주축으로 한다.
그리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 3K를 운용할 부대를 만드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은 순식간에 이뤄지니 우리의 대응도 매우 빨라야 한다. 선제타격과 동시에 방어, 그리고 응징타격이 이뤄져야 한다.
3K 구축에서 드러나고 있는 큰 허점은 각각의 무기들이 3군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지대지 미사일은 육군 미사일사가, 장사정포 공격은 육군의 각 군단 사령부가, KAMD는 공군 방공유도탄사가, 전폭기 공격은 공군 작전사가, 함대지 공격은 해군 작전사가 맡고 있는 것이다.
3K의 운용부대가 흩어져 있으면 유사시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 3K를 위한 무기 개발이 완료돼 가는 지금 우리는 3K 운용을 어디에 맡길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북한처럼 전략군을 만들어 대응하게 할지, 아니면 특정 군에게 맡길 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것 역시 숙고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3K 운용부대에 대한 작전통제를 놓고 우리는 또 숙고해야 한다. 이 부대는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으니 전시에만 가동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판단을 한다면 이 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연합사에 주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엄중하고 미국이 대응을 회피할 수도 있으니 우리도 작전통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평시에는 합참의 작전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순식간에 닥쳐오니 평시작전통제권을 가진 합참이 이 부대를 평시작전통제권(평작권)으로 지시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아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우리는 고성파(高聲派)들의 민족 자존심 문제도 어느 정도 극복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해 안보를 강화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평작권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
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을 공약했었고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안보를 강화하는 쪽으로 풀어가고자 한다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처럼 배심원단을 모아 놓고 숙고를 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고성파와 안보파가 설명을 거듭하면 배심원단은 숙고를 거듭해 전작권은 연합사가 그대로 갖게 있게 한 상태에서 평작권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명답을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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